본문 바로가기

와락 껴안고 싶은 것들/나에게 말걸기

<반인반수> 박노해



반인반수 -박노해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일을 해도

나는 반 토막


임금도 반 토막

권리도 반 토막

인격도 반 토막


반 토막 난 내삶은 

짐승이 되어간다


나는 반인반수의 비정규직


언제든 잘려나가고 언제든 정리당하고

문자메세지 한줄로 다시 쫒겨나는 나라

정의도 민주주의도 한법도 인권도

내 앞에서는 멈춰서는 나라

내 나라는 반인반수의 나라


이땅에서 내 인간은 반 토막이다

정당한 제 밥그릇을 반토막 당한 자가 

어디에서 무엇으로 온전한 생이겠는가?


나는 반인반수의 비정규직


내몸의 반쪽은 인간으로 일하고 인간으로 살지만

자본과 국가의 이빨에 물어뜯겨 인간이 죽은 나는

내몸의 반쪽인 야수처럼 야수의 세계를 찢으리라


'와락 껴안고 싶은 것들 > 나에게 말걸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슬픈 가을이 가네.  (0) 2015.11.27
<진실> 박노해  (0) 2015.11.26
<질투는 나의힘> 기형도  (0) 2015.11.26
당신의 10월은 어떤 달인가요?  (2) 2015.10.18
내가 붉게 타는 이유  (2) 201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