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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로 읽는 세상/시작과 돌아보기

반성, 또 갈길을 묻다....






제철찾기..하면서..

올해 특히, 무한히 겸손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오이도..제가 알고있는맛과는 달랐고, 가지, 고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토종이 주는 맛..그맛에 진정 우리가 찾아야하는 제맛이라는 걸...

그것을 배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한해이기도 합니다.


배추는 겨울에 먹는것이 제맛이라는 것 정도로만 알았는데..이번에도 또 저는 한방..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제가 알고있는 <맛>에 대한 기준..그것이 정말 있기는 한건지..하는 생각도 들고말입니다.


대대로 내려온 맛을 버려가면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토종식재료의 장점을 보지못하고 대량생산이 안된다는 점만 부각시킨...그 결과와 후과가 무엇인지..

저는 지금 절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답니다. 


어릴적부터 줄곳 먹어왔던 맛이 제맛이 아니라는 것을 알때의 충격이란,  저에게는 너무큰 놀라움이였습니다. 

마치 왜곡된 역사를 제역사인줄 알고 배우고 살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는 충격과 비슷함이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과한가요?


저는 <맛>이라는 기준점. 그것을 어디로부터 잡아야하는가? 그리고 자신이 길들여온 입맛을 부정하면서 제맛을 찾아가야만 우리들의 먹거리가 변한다고 생각한답니다. 길들여진 입맛으로는 절대로 제맛을 찾을수없거니와, 여전히 망가진 먹거리를 줄기차게 즐기면서,혹은 거부하려고해도 자기입맛에 안맞다고 어쩔수없다며 먹는 습성으로는 우리, 비참해진 먹거리상태를 바꿀수가 없답니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면서, 맛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이번, 장터에서 조선배추를 만나고..생각이 또 많아졌습니다. 

알려고 해본적도 없구, 딱히 생각해본적도 없는데...

배추철이 다가오니, 또 딱히 가을김치도 없구 해서 신경써서 김칫거리를 보고 있는데..

산행후에 나오는 길목에서 알배추나 살까..하고 둘러보던차에.. 김장때 뽑아먹는 배추가 있다며 주시겠다혀서..뭔가 하고 보니 조선배추였습니다. 얼갈이보다는 길이가 훨씬 길게 생겼습니다. 그래, 한번 맛보자 하며 사왔습니다. 


조선배추..어데 숨어있었노? 긴시간 밥상을 채워오고, 장터를 오갔지만, 제눈에는 보이지않았던 겁니다.

알지도 못했거니와, 알려고 하지도 않았기때문에, 설령 봤다한들..조선배추인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저는..참 씁쓸해져 옵니다. 우울..그자체입니다. 


왜? 알려고도 하지않았을까?...왜? 눈여겨 보지않았을까?...그런생각이 스치니..또 저의 거만함이 아닌가..싶기도하고..

얼만큼 배우고 또 배워야할까..하는생각도 들고...그랬습니다. 


모르는게 많은것이 좋은걸까? 아는것이 많은것이 좋은걸까? 그런생각도 들고..

쓸데없는 생각이 오만가지 들더이다. 





사오면서 그맛이 사뭇 너무 궁금했습니다.

과연 나는 조선배추맛을 어떻게 이해할까? 알지못하는 맛인데..과연 나의 배추맛은 이미 길들여진 맛인데..혹여 그맛을 폄하할까봐...살짝 긴장도 되었습니다. 

언젠가..제가 큰실수를 한적이 있었답니다. 제철찾기 한참 전이였는데..친정어머님께서 사골을 직접 끓여서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런데..제가 인터넷에서 구입한 나름 진솔하게 끓였다는 유명한 사골국을 먹고 있던차라.. 그것과 어머니사골국을 비교한적이 있었습니다.분명 고소한 맛이 나야하는데..어머니것은 닝닝하고 너무 심하다 싶을정도 담백한것입니다. 그래서 좀 덜끓인거 아니냐구...그런소릴 했답니다..제가..

그런데..요리라는것을  제맛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려고 하다보니..너무 큰 실수..너무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맛을 보면 어머님것이 가장 고소하다는것을 알겠더이다. 시판것은 느글거린다는 ..표현이 맞구요..(고소한맛은 첨가물맛이였답니다.)


저희 어머님이 워낙 성격이 호탕하셔서..그냥 넘어가셨지만, 저는 내내 이것이 신경쓰였습니다.

나는 정말..맛을 평할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나의 기준점.. 제맛에 대한 기준점..그것부터 부정해야 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아마 그일 이후로 이전에 알던 내입맛 따위를 버리려고 상당하게 노력한듯합니다.


정직하게 요리해서, 정직하게 생산해서 주는 맛 그맛을 제대로 평가하는 입맛을 가져보겠다고 부단히 노력해온 나날들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배추앞에..또 무너졌습니다. 

아...배추를 어떻게 평해야할지..참 어렵습니다. 

여짓껏 먹어온 배추와 비교를 하는것으로 토종배추, 조선배추를 평가한다는 것이..

많은 생각이 머물다가.. 내린 결론은 하나, 조선배추를 입맛에 길들여보자 그리고 충분히 맛본후에 그 맛을 평해보자라고..

올가을,겨울은 조선배추..그래, 친해져보자! 그리고 숙성으로 주는 맛과, 자체 배추가 주는 맛을 느껴보자구..




이런생각들이 머물자..손질에서부터 지금 한창 먹고있는데..

경건해집니다. 워낙 호기심과 궁금증에 들떠있어야 하는데..이건 그런맘이 생기지않습니다.

도대체..어떤맛으로 내게..올지..가 경건하게 궁금합니다. 제대로 잘 배울지도..의심이 들고...

마음이..한참이나 무거웠답니다. 여전히..밥상에서 맛을 보면서도..무겁습니다. 




얼마전..제철찾기 3년갈무리를 하려고 마음먹고..조금은 훌훌 털어버린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었는데..

이넘의 조선배추가..나를 또 고민하게 만듭니다.


아직도 여전히, 제입맛을 부정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걸...

원초적인 질문을 다시 합니다.


가치있는 존재를 몰라보는 이 입맛.... 어찌할꼬나... 어데부터 손대야할까나...

돈이 전부인 세상은..우리들 입맛을 도대체 어떻게 바꾸어 놓은 것일까?

이런 입맛은 계속 악순환되는 먹거리생산과 먹는습관을  불러오는게 아닐까?

우리..이대로..아무렇지않게..어쩔수없다며.. 우리입맛을 그냥 인정하고 살아도 될까?

그래...아무일도 아닌데..누군가 목소리높여 이야기한들..그소리가..들리기나할까..입맛을 바꾸는거..그거..아마.세상을 바꾸는것보다 힘든일은듯이..모두 어쩔수없다고 하는데..말야... 


자신의 입맛을..부정할수있을까?

다시 시작할수있을까?

어려운일일까?...나도 이리 무거운데....

이리 무거운 짐들을. 그간...그 누군가에게 나누어 아니, 짊어지게하고 있었던 걸까..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