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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로 읽는 세상/시작과 돌아보기

제철찾아삼만리의 그림자







한해(2015년)를 돌아보기를 시작하니,

제스스로 갖고 있었던 어둡고 한없이 흔들리는 나의 모습을 아니볼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가면갈수록 저는 더 많이 갈등하고 그 갈등이 마냥 힘겹지만은 않고 또다른 기쁨을 주는 그 무엇이되리라 믿어보면서 올 한해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매번 갈등하고 수없이 고민하는 한걸음. 아마 그것이 제철찾기의 걸음이 아닐까.

그누구의 인생도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매번 갈등하고 흔들리고 유혹받으며, 때론 흔들림에 인간답다고 위로하기도하고 때론 그만큼의 끈기도 모자라냐며 질타하기도 하면서 가는 길이라는 걸 고백합니다. 

묵묵히 가다가도 흔들리고 흔들리며 가다가도 기특하게 제길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러다 잠시 힘겨워 주저앉기도하고 며칠 끙끙앓기도 하다가 나하나쯤 안해도 그 어데 티도 나지않을터이니 비겁한 위로와 위안도 삼아보기도 하면서도 또 나하나쯤 욕심내어 한다한들 세상은 꿈쩍도 안하리라는 것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의 흔들림에 언제나 싸우고 언제나 지고 이기면서 갈길을 재촉해왔습니다. 


열두명의 농부가 전멸한 우리밀을 되살린 그 '나하나쯤'의 소박한 심지가 흔들리고 무너지는 나를 붙잡고, 당장의 생활이 불편하지만 바다생명체가 죽어가는걸 그대로 두고볼수없어 잡았다가 다 놓아주는 어느 어부의 맘처럼 양심에 기대어 삶을 지어가고 가꾸는 사람들이 눈에 밟혀옵니다. 

한생을 제손으로 농사한번 짓지않고 먹기만하는 내가 감히 '제철식재료'를 즐기고 찾고 먹는것이 어찌보면 얼마나 큰사치이고 욕심인가를 백만번쯤 되뇌어 봅니다.  

이런 마음의 한가닥 한가닥들이 모여 제철찾아삼만리는 한발자욱 갈등 한발자욱 흔들림으로 걸어왔습니다.


무분별한 식탐을 줄이자고 큰소리치면서도 정작 제블로그에는 분에 넘치는 식탐만 한층 부풀려 놓습니다.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그럴수 없는 사실임에 틀림이없습니다. 그래서 그 갈등앞에 언제나 저는 싸우고 또 싸웁니다.

또 함께하자고 끊임없이 요구하면서도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전하는 분들이 조금씩 생겨나니 한편으로는 날아갈듯 기쁘면서도 저의 부족한 자료와 정보가 혹여 그분들에게 편견을 드리우게 할까봐 무섭고 두렵습니다. . 

그래서 제철찾아삼만리는 저의 식탐과 싸우고 두려움에 마음한자락 붙잡고 갑니다. 


아파하고 갈등하고 흔들렸던 모든시간들은 고스란히 제삶이 되었습니다. 아파했던 만큼, 흔들렸던 만큼 삶은 가꾸어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한해도 그 아픔과 흔들림을 잘 돌아보고 그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아내길 바랄뿐입니다.

그래도 상태가 참 많이 나아졌습니다. 몇해전만해도 아픈것이 싫어서 도망치거나 눈질끈감고 돌아서는 거 선수였는데...

물론 지금도 운동화끈 묶고 언제든지 뒤돌아 휙~ 가버릴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있는듯 합니다. 

그래서 나의 흔들림은 나의 삶을 지탱하는 힘일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흔들리며 여기저기 부딪히는일이야말로 내가 가꿀수 있는 삶의 영역이 아닐까.


남들보다 일찍 서두르며 한해정돈을 하고자 하는것도 어찌보면 후딱 돌아보고 12월은 룰루랄라 하면서 보낼 생각이라 그러합니다.

얼마큼 깊이 있게 내게 드리운 그림자들을 더 지긋하고 느긋하게 쳐다보면서 돌아볼지는 모르겠습니다. 


" 자신을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이 없다면 어찌 인간이라고 할수 있겠는가" 어느 인디언의 말입니다.

사람답고 싶다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볼줄 알아야 한다는 말 같습니다. 

돌아본 만큼 딱! 그만큼 저는 한걸음 가게될것입니다. 가끔은 가기싫어서 돌아보기가 싫은데, 그래도 한걸음 내딛고 싶은가봅니다.


한해정리와 겨울식재료 준비까지 한꺼번에 하니, 버겁네요.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고자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