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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껴안고 싶은 것들/나에게 말걸기

누릴수 없는 봄



기억하고 있어요

봄을 만나는 시간이 어김없이 오면 

봄꽃과 봄싹들 사이로 피어나는 얼굴들을


그 누구도 이 생명의 신비로움앞에 환호를 멈출수 없건만,

기억하고 있어요

봄꽃처럼 피어나는 서러운 사람들의 꿈을

봄싹처럼 돋아나는 짓눌린 사람들을의 외침을 


삭막한 시린 겨울을 오로지 견디였던 이유

이 짧은 봄에 잠시 피었다 지지만

살아있다고 간절하게 외치고 싶었던 그 마음과 같다고 


그래서, 봄이 서러워도

봄꽃같이 피어나거든요.

봄싹처럼 돋아나거든요.

그리 환하고 어여쁘건만 

한겨울보더 더 시려와요.


봄꽃을 닮았는데 봄을 누릴수 없는 사람들

봄싹을 영락없이 닮았는데 봄을 가질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봄볕사이로 흘러내려요.


지옥에서 산송장처럼 살아가도

그누가 불타버려도

그누가 처절하게 외쳐도


아니, 제몸이 불타고

제몸이 썩고있는데도

아무것도 들을수도 

아무것도 느낄수도 없는

이 지옥을 견디고 살아내는 진화한 괴물이 된걸까.


따사로운 봄기운이 아파요

생명의 신비가 천지를 흔드는

환장하도록 아름다운 봄을 

언제쯤이면, 누릴수 있을까요?





-수락산 산머리에서부터 봄꽃들이 피기시작했다.

따스한 봄이 부른걸까? 스스로 따뜻한 기운을 찾아온걸까?

그누가 이리 아름답게 빚었을까?


살아있다는 건, 이토록 아름다운데

왜? 우리 살아있다는 것 조차 느끼기가 이토록 힘든걸까?


봄꽃이 피면, 봄꽃따라 피는 세월호아이들이 생각난다.

따스한 봄에도 한겨울보다 더 시리게 살아가는 청춘들도 떠오른다

수명이 길어졌다며 요란하면 뭐하나 

그 긴 수명을 돈이 아니고 버틸재간이 있어야 말이지

아이들은 꿈. 행복. 그런걸 잃은지 이미 오래되었다.

일터는 해고라는 위협속에 살얼음같아지고

끔찍한 전쟁의 망령들은 팔팔하게 살아 연일 춤추고


어디하나 우리삶이 성한데가 없어 

눈부시게 어여쁜 봄이 이토록 서러울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