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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말걸기(공지사항)

이제, 풍월을 읊을수 있을까...




티스토리를 시작한지 2년이 되는날입니다. 그러니깐.. 2013년 4월25일에 첫 티스토리 발걸음을 떼었네요.

염치없이 잘 모르는 분..한테 땡깡쓰다시피 해서 초대장을 받았답니다. 그리곤 컴맹인 저에게 두번의 초대장을 주셨어요. 어찌나 고맙던지..그 고마움에 답할려고 초창기는 잘 안써지는 글을 어떻게든 해볼려고 정말 노력 많이했답니다. 그랬던 지난날들이 마냥 웃음이 나면서 스쳐지나가네요.


블로그를 시작한지는 3년이 되었답니다. 티스토리를 하기전에 다음블로그에 '어느덧맛객'으로 소소하게 맛을 찾아 떠나는 '맛'을 배우는 여정을 시작했다가.. 제철이 주는 맛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되었고, 또 내가 알고 있는 맛이 얼마나 기만적인 맛인지를 깨우쳐가면서.. '제철찾아삼만리' 이름을 만들고 티스토리 첫문을 열었습니다. 


그때는 사실, 뭔가를 알고 시작한것이 아니라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찾을수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트에서 장보고 그래서 모르는 것이리라..이리 생각했었답니다. 그래서 장터도 정말 많이 돌아다니면서 희귀한 식재료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만지고 맛보고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맛'이라는 것이 정말 편협하고 기만적인것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요리된 것'만 맛보다보니 요리전의 식재료얼굴을 이제서야 알게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음식'에 대한 생각도 전반적으로 다시하게 된듯합니다. '요리되기전의 얼굴'을 모르고 맛을 논한다는 것이 얼마나 겉도는 이야기인지를..새삼 배우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며 채워내다보니..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길게는 3년이라는 시간을 채우면서..여기까지 왔습니다. 작년에 무리를 해서라도 평가를 했던것이 그나마 위안입니다. 지금 했더라면..또 얼렁뚱땅 대충 넘어갔을듯해요.

작년에 힘들기는 했지만, 꼼꼼히 돌아보기를 해서 조금은 마음 편?하게 2015년을 시작할수있었던 듯 싶습니다. 


사실, 돌아보기를 할때 당시(작년하반기)에는 별로..다시 제철찾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답니다. 상당히 냉소적이고 우리들 먹거리 전반이 제철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는 판단..이였기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그 판단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직까지 제가..이리 버티고 있는건.. 거기에 주저앉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최근에 식재료관련 책들을 몇가지 또 읽다보니.. 더더욱 절박하게 느낍니다. 

'제철을 찾는일', '음식을 만들어 먹는일', 이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판단입니다. 물론 너무 쉽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어렵지도 않은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아주 많은 실천적 자기고민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고, 거꾸로  그래서 (자신이 결심하면) 또 쉽게 갈수도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저도 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실척적으로 완벽하게 나의 식습관을 다 바꾸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내가 절박하게 느끼는 것만큼, 내가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만큼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조금씩 바꿔가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제철을 찾는다'는 명제보다 저자신에게 그리고 제삶에 더 진지해진 여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듯 합니다. 


<먹는것> 참 많은 것을 포괄한 말입니다. '먹는 식재료'를 뜻하기도 하고, '먹는 행위'를 뜻하기도 하고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먹는것을 빼고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지루해서 못산다고 하더라구요. 언젠가..단식을 몇일 한적이 있었는데.. 으찌나 하루가 안가는지.. 먹는행위는 분명 삶의 일부임에 틀림이 없고, 또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안먹고 살수는 없으니깐요. 거기다가 먹는것은 곧 우리몸의 일부가 되기때문에.. 그 자체가 우리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그 누군가는 이야기하더군요. 


내몸이 될것들..바로 그것이 식재료인데..우리는 그렇게 바라보는지 모르겠습니다.

'너와 내몸이 될 식재료들이 어떻게 키워지고 있는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중요성을 더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러함에도 우리몸이 될 식재료들이 너무나 많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직시하려고 하지않은 듯싶어요.

그뿐 아니라 매번 우리몸으로 들어가는 일이라서 '소진되는 것들'이라는 생각도 안하는 듯해요. 어데선가 샘솟듯이 나오는줄 알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랍니다. 지속가능하게 생산하는 구조,체계를 갗추지않으면 미래의 식량를 빼앗아 야금야금 빼먹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무감각하게 여기고 있어요. 결국 우리들의 식탐으로 인해 미래는 완전하게 사라지게 된다는 ..그런 암울한 진실이 턱하니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저도 그현실을 마주하는 일이 유쾌하지않습니다. 하지만, 이 현실을 외면하고선 우리몸이 될 식재료의 맛을 논한다는 건 더 어불성설인듯싶어요. 거기에 맛있다며 이야기하는것도 거짓말 같구요. 오히려 매일 매끼니 먹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 진지하게 묻고 따져야하지않을까..


앞으로도 저는 불편한 우리먹거리이야기를 더 많이 과감하게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생각이 티스토리를 시작한지 2년이 되는 오늘.. 더 많이 가득차게 됩니다. 그 불편한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 필요한 이야기이기때문입니다. 


불편한 우리들 먹거리 이야기는 단순한 먹는이야기만 담겨지지않는답니다. 먹거리전반 체계에서부터 먹는습관까지 전반을 다 봐야합니다. 말그대로 식재료는 먹기위해 생산되는 것이니깐요. 당연히 그 생산자부터 먹고있는 우리들까지 그 모든이야기가 담기는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쓰디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들 얼굴이고, 우리들 모습임을 인정하고 바꾸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인정하는 일이 그리 쉽지않습니다.아니, 알고도 모른척하고 아무렇지않게 먹고 살아갑니다. 분명 이건 아닌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어쩔수없다는 생각도 하게되고 나만 조심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먹는문제는 그리 단순하지않답니다. 그리고 어쩔수없이 진행되는 문제도 아니랍니다. 분명 근본문제가 있고 그 근본문제를 찾아내고 어쩔수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몸(우리식재료)를 가꾸고 아끼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결국, 식재료가 병들고 나빠졌다는건 우리몸이 나빠졌다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우리는 기꺼이 경청해야하고 고쳐주기위해 온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살고 미래도 살려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얼만큼 할수있을런지는 저도 자신을 할수가 없습니다. 다만, 할수있을때까지 최선을 다해..해보려고 합니다. 티스토리 2년이 되는 오늘.. 또 그 다짐을 다시 해봅니다.


요즘, 먹는방송도 점점 그 강도가 세지고, 급기야는 요리사들이 각종 예능에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먹는것에 대한 거품이 더 많아지고 요란해 지고 있으며, 먹는것을 단순하고 맹목적인 즐거움에 묶어두려고 합니다. 거기다가 사는것이 힘들다보니 '먹는것'으로 아니, '먹는것을 보는것'으로 대리만족하며 위안하며 살아가게 하려는 듯합니다. 


저는 사는것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먹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다듬고 세상을 보는눈을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 감각에 의지해서는 절대로 우리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그 어떤 지혜도 그 어떤 힘도 나오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이 무겁고 아플수록 도망치기보다는 그 무게감을 주는 사회를 더 똑바로 봐야합니다. 


'먹는것'이 단순히 몸을 만드는것 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위안을 채워주는 몫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먹는것'은 현실을 도망치는 도피처일뿐입니다. (말그대로 도피처는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습니다. 오히려 몸과 정신을 망가뜨릴 뿐입니다.) 


먹는것이 현실도피처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먹는 식재료'의 민낯을 더 과감하게 마주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너무 힘들지만 하려고 합니다. 이미 한차례 작년에 너무 힘들어서.. 또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주하고 같이 나누고 그 답을 하나씩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당연히 얼만큼 할수있어서 하는일이 아닙니다. 다만,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먹거리 그 근본문제를 바라보는일, 그 자체만으로도 현실을 도망치지 않는 일이라 믿기때문입니다. 


'산업'이 되어버린 먹거리.

돈으로 좌지우지 되어버린 먹거리, 그 민낯은 너무 흉칙합니다.

'맛있다'며 '건강하다'며 포장된 먹거리, 그 거품 아니 그 껍데기를 벗겨야 합니다. 건강치않습니다. 맛있지도 않습니다.

'돈으로 모든것이 결정되는 먹거리'는 돈냄새만큼이나 썩은내를 내뿜습니다. 

먹을 것에 불안한 사람들 심리를 이용해서 '건강'을 강조하지만 가장 건강하지 않은 먹거리이고, '효능'을 강조하지만 가장 무능한 먹거리일뿐입니다.

농축수산물 기본 원재료생산에서부터 가공되는 모든 식품이 이윤(돈벌이)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때문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이 현실을 부정한채로 '맛있다'며 방송하고 먹방에 군침흘리며 우리혼을 빼놓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몸이 될 먹거리.. 정상이 지금 아닙니다. 

이대로 두고 우리 먹는것에 영혼을 팔듯이 살아가는일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돈냄새 썩은내 진동하는 먹거리, 그 민낯을 보는일. 그것이 제가 해야할 일입니다. 

저는 그일이 너무 잔인하고 어렵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려고 합니다. 

더 과감하게, 더 용감하게..해내길 바랍니다.

돈냄새로 떡칠한 먹거리, 그 진상을 보는일 이것이 제가 읊을 풍월입니다. 

더 깊숙히, 더 날카롭게 다가가길.. 간절히 간절히 저는 바랍니다. 

설령 맘처럼 다 하지 못하더라도 저는 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도 그길에 서서 뚜벅뚜벅 또 걸어가길 바랍니다. 


부족했고 좌충우돌도 많이 했지만, 제철찾아삼만리 티스토리 2년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또 걸어갑니다. 


더 과감하게 우리사는 세상을 마주하길.. 

더 용감하게 우리 현실을 부딪히길

먹는것이 우리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그날이 꼭 오길 바라면서..



-제철찾아삼만리 티스토리2년을 마감하고 3년을 내딛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