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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껴안고 싶은 것들/나에게 말걸기

구슬픈 가을이 가네.




무한정 내려놓기만 하는줄 알았더니

맘껏 울고갈줄도 아는구나

아프다고 아우성도 칠줄 아는구나


한껏 치장하고 하얀고독을 즐길줄 알았는데

때아닌 봄꽃 개나리와 진달래를 피우더니

구슬피 울다가 가는구나


그리 고달팠었던 거구나

그리 아팠던 거구나

그맘도 몰라주고 

우린, 매정한 가을탓만 했네


울다울다 지쳐 겨울에게 손내밀었구나

가을 울음은 여름가뭄보다 더 아프구나

메마르는 일도 

축축하게 젖어있는일도

그냥 저냥 지나가는 객기는 아니였던거구나


우리때문에 몸살앓고 있다고 

왜 진즉에 생각치 못했을꼬

계절이 아프면, 우리는 더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이제 찬바람이 시리면 다 금새 잊을지도 모르겠구나

너가 구슬피 울고간 자리

너가 뜨뜻하게 피고간 자리 

그 자리가 그 어느계절에 아픔으로 다시 필때까지.


아프게 피어난 개나리,진달래, 

파릇파릇 때아니게 자란 들풀들과 들꽃들도 

아프게 아프게 서리맞으며  이 겨울을 구슬피 맞겠구나


이 세상에 혼자 버려진 나같아서 눈물나고

봄인줄 알았는데 늦가을임을 알아버려 

그 배신감에 치떨고 있을 너가 우리같아서 눈물이 난다.


벌과 나비의 사랑없이 홀로이 하얀겨울을 맞고 

끝내 생을 마감해야 하는 너가 

왜이리 우리같은걸까?

다시는 가을에 피지말아라 

다시는 가을에 오지말아라


봄에 살아서 만나자구나. 

늦가을에 홀로핀 처량한 봄꽃들아!




-늦가을 11월 중순에 핀 봄꽃 개나리와 진달래를 보면서 나는 운다. 

붉어진 가을잎에 붙어있는 진달래는 어쩜 이리도 슬픈지. 봄을 알리는꽃이 늦가을에 피었네. 연일 쏟아지는 가을비도 슬프네.

그누가 거름을 주고 비료를 준것도 아닌데...철잃어버린 봄꽃. 누구 탓일까? 

가을들판에는 봄싹들도 우람하게 자랐다. 어찌 다가오는 한파를 버틸꼬. 놀란 그들의 가슴을 누가 위로해줄까?

사람세상만큼이나 고달픈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닌지... 가을을 보내며. 늦가을봄꽃이 잊혀지지않을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