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6 07:33

 * 들판에 벼가 고개숙이며 익어가고 있어요. 참. 어여뻐요. 얼마전 산행 들머리에서 만났음.




<빌뱅이 언덕> 권정생


권정생의 산문집이다. 동화를 써온 분이라서 사뭇 맑은 글이리라 생각했지만, 맑아도 너무 맑아서 그 맑은글에 내 흉칙한 모습을 다 들어내놓은듯하다. 거침없이 솔찍해서 더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일생을 가난하게 살아왔고 가난한자들과 약자들을 위해 살았고 그들을 위해 글을 썼다. 그 삶이 그대로 담겨진 책이다.

가난이 무엇인지, 가난하게 산다는것이 무엇인지를 너무 귀하게 가르쳐준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만큼, 그가 전하는 종교이야기는 더 폐부를 찌르듯 날카롭고 진정한 기독교인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한다.


저자에게 주어진 삶은 고달팠지만 그가 남겨놓은 것은 맑디맑은 그의 철학과 글들이다. 

그속에서 가난하게 살면서 가난한자와 약자들을 위한 삶을 살았기에 그의 글은 더 특별하다. 

그의 삶을 보는 것. 읽는것만으로도  어떻게 살것인가를 물어온다.  그의 거친글이 맑게 맑게 느껴지는건 바로 나의 삶을 묻기때문이다. 그가 예찬하는 '가난한삶' 그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것인지 그의 책을 보면서 배운다.그리고 '어떻게 살것인가'를 두고 두고..담아두려고 한다. 



… 

인간이 인간다워질수 있는 것은 훈시나 설교가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속의 인간보다 잘 보존된 자연속의 인간이 인간답다.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권의 도덕교과서를 보는것보다 푸른하늘과 별과 그리고 나무와 숲과 들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고통을 겪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아니다. 한포기의 나무와 꽃과 풀도 끊임없이 시달리며 살고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억척같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그 누구도 흉내낼수없는 자기만의 빛깔로 세상을 밝혀주고 있다. 

공존은 성스럽다. 이웃사랑은 남의것을 빼앗지만 않으면 된다. 

되로주고 말로 빼앗아 가는 자선사업도 가장 미워해야할 폭력행위이다. 




아무리 훌륭한 일도 정신을 잃고 맹목적으로 끌려가면 모두 악마로 둔갑해 버린다. 사람은 무엇을 하든지 어디를 가든지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혁명가란 따로 있는것이 아니다. 잘못되고 공정치 못한일이면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바로 고쳐나가는 사람이다. 개인의 사소한 일이나 사회와 국가의 일 모두가 이와같은 것이다. 

자기가 고용한 일꾼을 고용주의 욕심대로 나쁘게 이용하는 것을 절대 용서해서는 안된다. 주인과 일꾼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혹시나 10대의 어린나이에 좌절을 겪는 청소년이 있다면 경쟁사회에서 벗어나 가난한 인생을 살도록 권하고 싶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먹는것 ,입는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잘못된 향락은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것,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푸른하늘밑에서 여덟시간 일하고 이웃과 더불어 가난하게 사는 것이다. 


- 열여섯살의 겨울-



… 이제는 세상에 착한 사람이 별로 없다. 착하게 살수 있는 곳이 없어진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면 온통 먹어라. 마셔라. 신어라.발라라..... , 이렇게 돈쓰게 하는 광고천지다.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어찌보면 강요하다 못해 협박을 하는듯도 하다. 마치 그렇게 안하면 좋지못할것 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 


옛날엔 농민이라는 말을 안쓰고 '여름지기'라고 했다. 열매를 맺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열매는 모든 목숨을 먹고 살아가는 귀한 생명의 씨앗이다. 밥을 하늘이라고 말한이유가 여기에 있을게다. 하늘이라는 말은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우리농민들이 수백년,수천년 동안 그토록 알뜰살뜰 보관해왔던 토종씨앗이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토종씨앗은 오랜세월 우리기후와 토질에 맞게 진화되어 웬만한 질병에도 면역이 생겨있다. 그래서 농약이 없이도 깨끗하게 자라고 열매를 맺어 탈없이 먹고 있다. 


-토종씨앗의 자리-


이세상엔 어떤 경우에도 한쪽에서 주기만하고, 한쪽에서는 받기만 하는일은 없다. 그런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 자연은 공생의 질서가 유지되어야만 모두가 살아남는다. 한쪽은 주기만하고 한쪽은 받기만하면 둘다 끝장나버린다.

(…)

우리는 여태까지 자연에서 너무 많이 빼앗아 왔다. 이제는 그 자연을 위해 우리가 희생할 차례가 아닌가 

(…) 우리 모두 지나치게 많이 가지려 하다가 몽땅 망하기전에..


- 아낌없이 주는 나무_


"사람이 뭐긴 뭐야 걸어다니는 똥공장이지" 옥이할매

"자고나면 하루종일 똥감 장만하느라 등이 굽도록 일하는 벌거지지 " 옥이할매


식민지에 시달리고 전쟁에 시달리고 군사독재에. 자본주의에 시달리면서 한평성 손발이 갈쿠리처럼 억세지도록 일만하다 돌아가신 노인들.


" 인간세상 천층 만층 구만층이제" 옥이할매


같은 똥공장인데도 역시 구만층이나 될만큼 불평등한것이 세상인 것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더이상 낮아질수없는 사람들-


언젠가는 우리모두 죽는다. 그러니 절대 앞서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뒤처져 있다고 불행하다는 생각도 하지말자.

작은 꽃다지가 노랗게 피어있는 곳에도 나비가 날아든다. 작은 세상은 작은대로 아름답다.

드넓은 밤하늘을 보면 우리인생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 알것이다. 

하늘을 쳐다보는데 아직 돈내라 소리없지않은가. 가난한 사람에게도 우주는 그만큼 너그럽다. 

작은것으로, 느리게 꼴찌로 뒤처져 살아도 자유로운 삶이 있다. 자유로운 꼴찌는 그만큼 떳떳하다. 


-자유로운 꼴지-


(…) 

사람들 스스로도 말하듯이 위대한 문명인이라면 왜 그토록 지독한 욕심꾸러기가 되었을까?

사람이 위대해지자면 이렇게 겉모양만 꾸미는 못난이 짓은 그만해야하지않을까?

그리고 진정 사람외의 목숨도 사랑해야 하지않을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모두 거짓말쟁이밖에 안된다.

부처를 믿는다는 것도 거짓말이고, 하느님을 믿는다는 말도 모두 거짓말이다. 

문명인이라 자칭하는 것도, 예술입네 하는것도, 교양인인척 하는것도,미인인 체하는것도, 자선가인 체하는것도 모두 거짓말이다. 

이세상의 어떤 예술도 자연의 모습만큼 아름답고 진실된 예술은 없다. 자연의 소리만큼 아름다운 음악도 없고, 자연의 빛깔처럼 아름다운 그림도 없다. 평생을 듣고 봐도 싫증이 나지않는 것이 자연의 소리와 빛깔이다. 


- 그때 참새들은 모두 어디로 날아갔을까?-


우리나라 땅이 생쥐처럼 생겼거나 개구리처럼 생겼거나 상관없이, 이땅에 살고있는 사람들이 정말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엄마, 통일은 왜 해야 하나요?-


아이들은 시인이라는데 그 아이들이 있어야 할곳에 있지 못하는 슬픈 현실은 무엇때문에 누구때문에 생겨나는가. 아이들이 시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아이들을 시인이 되게 한것은 아름다운 자연이다. 어머니의 젖을 먹으면서 새소리를 듣고 흰구름을 보고 별을 바라보며, 그리고 짐승들과 벌레들과 어울려 땀 흘리는 고통을 배우고 따뜻한 생명들과 살을 비비는 삶이 있어야  한다.


봄날의 비릿한 풋내와 작은 꽃들도 알아야하고,여름날의 소낙비와 무지개와 지루한 장맛비도 알아야 한다. 비지땀을 흘리며 들판에서 일하는 삶의 현장도 배우고, 고통의 대가로 얻어지는 가을의 풍성함, 겨울의 추위와 그 추위를 이겨내는 생명들의 힘찬 인내도 체험해야 한다. 시인은 절대로 공짜로 얻어지는게 아니다. 


(…) 

일회용품을 찍어내는 기계처럼 아이들도 그 기계가 되기도하고 일회용 싸구려 상품이 되기도한다.

(…) 

가까운 친구를 사랑하기보다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며 평생 적으로 살아야 하는 인간에서 무슨 시심이 있을수있겠는가?


(…) 똑같은 것만을 흉내만 내는 인간이 되어 일생을 시체로 살게 버려두는건 죄악이다. 조금은 가난하고 조금은 불편하고 힘들어도 아이들을 시인으로 키우고 생명가진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기계적인 감각에서 손의 감각과 대자연의 감각으로 뻗어나가면 결국 하늘을 발현하고 그러면서 아이도 하늘이 된다. 


-시를 잃어버린 아이들-



깨끗하고 편리하게 산다는 도시인들은 먼지와 오물을 묻히며 살아가는 청소부와 농촌사람들을 업신여긴다. 하지만 정작 깨끗하게 차리고 다니는 사람일수록 그만큼 더러운 오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양말 한짝도 알뜰히 기워신는 사람은 쓰레기를 그만큼 줄인다. 오물을 만지며 사는 청소부의 몸은 더럽지만 세상은 그손으로 인해 깨끗해진다.


풍요와 편리 때문에 결국 우리는 더욱 가난해질수밖에 없다.

오염된 강과 바다에서 물고기가 죽고, 하늘에서 내린 산성비로 초목이 말라죽다. 새들이 죽고 벌레가 죽은 다음에는 사람도 죽을수밖에 없지않은가?


(…)

이지구상에 생물이 살아온 햇수가 대략 35억년이라는데, 우리 인간은 겨우 100년사이에 수많은 생물을 멸종시켜버렸다. 수십억년동안 살아온 생물들은 그만큼 분수에 맞게 살았기 때문에 지구 역사가 이어져 올수 있었다. 


-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들-



아무리 선의의 경쟁이라지만 경쟁은 곧 싸움이다. 내가 붙으면 다른 하나는 떨어진다. 그래서 입시지옥이라 하지않는가. 붙으면 천국이고 떨어지면 지옥이다. 내자식을 천국에 보내기위해 남의자식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이 비정한 현실에서는 성직자도 지식인도 모두 악마가 되어야 한다. 

(…)

배움이라는 것은 좀더 사람답게 살기위한 수단이지 배움으로써 짐승이 되자는 것은 아니지않는가?

(…) 

사람이 사람으로서 아름다워 보일때는 사람답게 사는 것을 깨달았을때이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거듭나지않으면 아무도 하느님나라를 볼수 없다"고 했다. 

(…) 

자연생태계에서는 공생이라는 규범이 있다. 공생의 균형이 깨지면 너도 나도 모두 파멸에 이른다. 


-그릇되게 가르치는 학부모들-



비온뒤 죽순처럼 세워지는 교회건물을 보면서 예수는 몸둘바를 모를 것이다.

(…) 

오늘날이라고 달라졌을까? 우리가 모시는 예수가 진짜 예수라면 평화가 이토록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는 하느님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성서는 불의와의 타협에 쓰이는 병법서가 아니다. 우리모두 어떤신분이나 지위보다 사람이 되어 하느님의 참모습을 볼줄 알자. 그래서 가난한 세상을 만들어야만 평화가 이루어질것이다. 


-평화란 고루고루 사는세상-



태어나면서 우리 아이들은 인간을 사랑하는 것보다 미워하는 것부터 배우게된다. 

(…)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스스로 터득해 가는 자유로운 교육이다. 학습은 곧 자습이 되어야 하며 주입시켜서는 절대로 안된다.

(…) 

오히려 신발한 켤레 옷 한가지. 머리카락 한올까지 텔레비젼에 나오는 도시아이들 시늉을 하며 남에게 보이기위해 신고 입고 꾸미는 듯하니 우리는 모두 거짓말쟁이가 되고만것이 아닐까? 가장 귀한 것은 남을 속이지않고 자신을 속이지 않는것이다. 

(…) 

우리는 언제까지 남의 뒤꽁무니만을 따라가는 인간으로 살아야하는지를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올봄의 농촌 통신-



가장 약한 인간이 되어 보지않고서는 가장 강한 인간이 될수없다.

(…) 

참된 인격자는 사랑을 갖춘 인간이며, 사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데서 확인된다. 


" 복순아,가난할수록 착하게 살아야 한다. 아무리 가난해도 착하게 살수 있는 권리는 아무도 못 뺏아간단다. 우리 못먹고 못입어도 꽃한송이 참새 한마리도 끝까지 사랑하자꾸나" 

-순정이, 영아와 깨끼산 앵두꽃과-



그리스도 제가 당신을 좋하는 연고는 당신이 별나라에서 내려오셨기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내게 가르치시길 

인간은 피와 눈물과 불안과 광명을 막고 닫혀진 문을 여는 열쇠와 연장을 가졌노라고 하셨기때문이외다.

그러하외다. 당신은 인간은 하느님이라고..

당신처럼 십자가에 달린 가련한 하느님이라고,

골고다에서 당신왼편에 섰던 못된 도적도 역시 하느님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치신 때문이외다. 

『레온필립』


이땅 어디에도 '특권' 있다면 그거야말로 악마입니다. 인간은 진실로 평등합니다. 먹을권리, 입을권리, 즐길권리는 다 똑같이 부여받은 것입니다. 


-다시 김목사님께2-


' 모두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가난을 지켜야 한다. 가난만이 평화와 행복을 기약한다. 가난이란 바로 함께하는 하늘의 뜻이다'

' 민주주의도 가난한 삶에서 시작되고, 종교도 예술도 운동도 가난하지 않고는 말짱 거짓거리밖에 안됩니다.' 




권정생 저자는 이렇게 그 어떤글을 써도 '가난한삶' 그 삶이 우리삶의 지향점이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일이 가장 인간답고 가장 평화롭게 살수있는방법이라고 알려준다. 

그분이 쓰시고 간 동화책과 산문집을 나는 차곡차곡 내맘에 담고 싶어졌다. 


결국, 글이라는 건 삶이 아름다워야 사람들 가슴속에 스미는것같다. 그분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가난한삶. 나는 어떠한가를 돌아보았고, 가난한 삶..그삶에 가까이 가도록 해야겠다고..그리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제철찾아삼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