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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로> 찾기/오늘을 노래하다

<나쁜나라> 우리 아파하지만 말아요





한해가 가는구나

아무렇지않게 가는구나


우리는 기억해야할것이 있지

생목숨을 그대로 시퍼런 바다에 놓아두었던걸


푸른색만 보아도 경기를 잃으키듯 아파했지

길가에서 어여쁘게 재잘거리는 아이들만 봐도 눈물이 났지


우리가 진짜 아팠던건

이정도때문이 아니였어.


우리가 진짜 아팠던건 

두해가 지나가는데도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세상이란거지.

이런 세상일줄 내 알았지만, 이정도쯤이라곤 믿기 어려웠지.


세포가 기억하는걸 어쩌나

그 아픔이 바늘처럼 찌르는데 어쩌나.

왜 아무것도 해놓지못하는 걸까 

그것이 아픈데 어쩌나.


우리가 뼈저리게 기억하는건 

생목숨이 바다 한가운데 사라져갔던 그 악몽같은 현실보다

지난 2년간 울부짖으며 싸우게 만든 지옥같은 세상이다.


세포가 기억하는 고통을 

세상은 더 쑤시는가?

우린, 이미 고통스럽소

이젠, 세상을 바꾸는일이 아니고서는 

이 고통에서 벗어날수 없다는걸 

우린 똑똑히 기억해야해.





--한해가 가기전에 <나쁜나라> 영화를 보았다. 떠올리고 싶지않은 고통이지만, 그 고통을 잊고 살순 없으니.

유가족들의 절규가 세포로 스미는 순간마다 아파왔다. 그들을 위로해줄수 없는 세상이 참으로 밉다.

그들을 위로해줄수없다면, 도대체 사회는 왜 필요한건지 묻고 싶어진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야할까? 그들은 더 단단해졌다. 그들은 세상을 이긴걸까? 어쩔수 없다는 세상을 향해 어쩔수있는 그 무언가를 심장에 담은듯했다. 절망의 밑바닥까지 갔다와서일까? 그들이 말하는 희망은 거짓같지가 않다. 

피눈물로 쌓아올린 희망. 어쩔수없다는 세상을 향해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않는 것. 바로 이것인거다. 

그래, 희망은 하늘에서 떨어지지않지. 절망한가운데서 처절하게 싸운이들이 가져오는 거지. 그들은 그랬다. 

영화를 보는동안 아픔도 져미고, 그들이 쌓고 있는 피눈물의 희망 한줌도 담는다. 그리고 한해를 마감해본다. 그들처럼. 끝날때까지 끝나지않은 세월호. 그 기억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