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3. 15:15




<레드툼> 우리말로 하면 '빨갱이 무덤'이다. 민간학살 그 현장이다. 그 무덤을 영화로 마주하며 나는 며칠간 끙끙 앓아야했다.

도대체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상적차이가 '학살'로 이어질만큼 저속한 저사회가 우리나라였다는 사실이 끔찍히도 싫었다. 어디 그뿐인가? 아무런 사상적기반을 가지고 있지않은 사람들까지 마구잡이로 죽였으니 '학살의 광기'가 서려있는 한국현대사가 이리도 몸서리치게 아파온다. 그런데 나를 정작 앓게한건, 민간학살 그후로 60년이나 지난 오늘 우리사회도 정당한 요구, 이야기 그 내용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빨갱이' 혹은 '종북' 혹은 '친북'으로 매도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광기'가 여전히 뿌리깊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천인공로할 일제만행이야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저지른 '학살만행'에 대해 우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전쟁시기라 묵과했어야했나? 전쟁으로 전쟁터에서 싸우면서 죽은이보다 민간인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학살당한 숫자가 몇배나 많다는 사실, 해방이후 부터 전쟁전후로 벌어진 민간학살은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누가 이 억울한 죽음에 한을 풀어줄것인가?


사람이 명을 다해 죽어도 가슴시리고 아프거늘, 영문도 모르고 경찰에게, 군인에게 끌려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조차 할수도 없었다면 그 한이야 오죽하겠는가? 희생자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빨갱이라라며 또 묵살했고 그들을 잡아가두기만 했다. 60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진상도 온전하게 파악이 안되었으며, 살아서 증언해줄 사람들마저 너무 고령이라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영화는 2004년부터 조사하던 과정에서 민간학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증언들을 담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구술기록만으로도 그 가치는 높이 평가되는 영화이다. 그때당시 그 상황을 목도하고 지켜본,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내어 그 진상에 다가갈수있게 만드는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국가가 저지는 학살만행에 우리는 더 또렷하게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 60년 아니, 100년이 흐른다해도 (당연히 그전에 해결되어야만 한다.) 끝까지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하며, 희생당한 사람들과 가족들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시켜주어야 한다. 

이건 단순히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존엄' 그 가치를 사회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이다.

바로, 60년전에 희생당한 자들과 가족들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있는 우리들, 내일을 살아갈 우리들 그 모두의 존엄을 지키기위해서이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산자들의 증언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60여년전 20대였던 그들이 무겁게 '민간학살 그날'을 이야기한다. 학살당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영문도 모른채 끌려간 사람들이라는 것과 끌려가서는 산에서, 들에서 총살당했다는 것, 창고나 굴에다 집어넣고 몰살하기도 하고, 10명씩 발목을 묶고 무거운 돌을 얹어서 바다에 빠뜨렸고 살아서 물밖으로 나오면 총살했다고 한다. 학살당한사람들을 매장하는데 강제동원되었던 사람의 증언은 더 가슴저리게 한다. 

총살당한 주검안에 살아있는 사람의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듣고도 그대로 매장할수밖에 없었다고 하니... 

증언자들은 끌려가는 것을 목격하거나, 끌고간 산과 들에서 괴성의 총성이 무자비하게 들렸다는 것이다. 

학살당한 가족들은 수십년을 빨갱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고립되어 살아왔고, 아직도 남편이 돌아올거라 믿으며 옷을 고이 준비한 아내(할머님)도 계셨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알수가 없으니 오늘도 기다린다고 했다. 



경상도 지역 곳곳에서 벌어진 학살현장에는 온통 뼈무덤이다. 그것도 뒤엉켜버린 뼈무덤이다. 학살 그날의 잔혹함이 온전하게 드러나는 그런 무덤이다. 아무말도 하지못하는 뼈무덤은 오히려 더 강렬하고 더 거세차게 가슴팍으로 밀려드는 무거움을 남겨준다.


무엇이 이토록 잔인한 학살을 불렀단 말인가? 국가는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무고한 이들(23만명에서 43만명, 전쟁직후 학살한 숫자 )을 산과 들에 매장하고 바다에 수장했는가? 도대체 이들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그 광기는 오늘날까지 깊숙히 이어져서 바른말하는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일을 밥먹듯이 해오며 우리사회를 더더욱 비정상적인 나라로 만들고 있는것 아닌가?


영화의 증언자들은 좌익사상을 가지지 않은 무고한 이들이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거꾸로 묻는다. 좌익사상을 가졌다면 이렇게 죽여도 되는 건가? 좌익사상이든 우익사상이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수 있다면' 그리고 '이 사회를 보다 나은사회로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면'  무슨 문제가 되는가? 열어두고 충분히 경청하고 토론하면서 우리사회를 가꾸어 가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보도연맹 민간학살, 인간의 존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또한 우리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기위해 이 사건의 본질에 더 다가가야 한다. 

사상적차이,즉 '의견이 다른 것을 틀리다'라고 규정하는 한, 60년전의 민간학살은 오늘도 내일도 우리앞에 서슬퍼렇게 살아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보도연맹 학살사건은 그 진상이 온전하게 밝혀져야 하며, 희생된자들과 그 가족들의 명예 반드시 회복시켜야한다. 그것이 이견을 탄압하는 비정상적인 오늘의 우리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수있는 '지름길' 아닐까? 




이 영화 마지막에 한 할머님이 안절부절 못하시면서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할머님의 말을 들으며, 영화보는동안 꾹 참고 있었던 눈물이 가슴팍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나는 자꾸 겁이나..옛날세상이 되돌아 올까싶어서.. 아직 남북이 분단되어 있잖아..나는 겁이나" 


60년이 지난 오늘도 그 할머님곁에 떠나지 않는 공포, 그 무서움이 오늘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 무서움은 무엇일까? 

공포로 평생을 살아온 그 할머님에게 아직도 평안함을 안겨드릴 수 없다는 이 참혹한 현실이 심장을 찌르듯이 아프게 한다. 


인간의 존엄, 사람의 가치, 그리고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사상적 편견, 그 괴팍함을 다시 들여다 보게 한다.  





덧1, 구자환 감독이 2004년부터 촬영해서 2013년에 완성했으나 재정적인 문제로 상영을 못하다가 후원금을 통해 상영을 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2013년서울 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덧2. 사진은 다음영화섹션과 구글이미지에서 가져옴

덧3.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이 서울극장으로 이전을 했는데 공간이 넓고 좋더이다.

덧4. 영화를 보는날 중학생들의 단체관람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 눈에는 어찌 보였을꼬 하는 생각과 이런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에 다소 시작전에 엄청 시끄럽기는 했지만 너무 흐뭇했다. 



Posted by 제철찾아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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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07.14 0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를 누가 어떤 의미로 중학생들이
    단체관람하도록 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