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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요리/초겨울

밥에 챙겨먹고 있어요! 토종팥~


늦가을 초겨울에 장터를 가면, 꼬박 신경써서 보는 곡물판매대입니다.

가을에 수확한 곡물을 꼼꼼이 바라보다가 발견한 토종팥. 얼마나 설레고 기쁨맘으로 사가져왔는지 모릅니다.

그간 빨간팥만 팥인줄만 알고 있던내게 토종팥은 하얀팥도 있고, 얼룩덜룩한 팥도 있고, 까만팥도 있고, 잿빛팥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때문입니다. 그런뒤부터는 다양한 팥을 꼭 맛보고 싶어졌습니다. 다양한 팥만큼이나 이름도 어여쁘고, 그맛도 각각 다르고 생김새도 어여쁩니다. 아마 먹는방법도 달랐을듯한데, 그것까지는 제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 다른생김새가 주는 기쁨은 하나의 모양, 하나의 맛으로 정리되지않은 신비함 그 자체입니다. 

어찌보면, '다르다'는건 신비함,경이로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름'이 존재하지않는 생명이란 가짜일거란 확신도 듭니다.

토종식재료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오랜세월 수많은 농부들에게서 되물림된 우수한 종자이지만 그 생김새도 하나같이 똑같지않습니다. 얼추 비슷하지만 조금만 애정있게 만나면 다릅니다. 그 차이는 농부의 손길일지, 땅의 차이일지, 자라나던 그시기 계절탓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것이 바로 토종식재료의 매력입니다. 톡톡 튀는 그 '다름'의 매력.

그 매력속에 어느 농부의 소박함과 투박한 노동이 담겨있고 마치 오늘날의 획일화된 식재료들을 마냥 비웃는것 같습니다. 

똑같아지려고 애쓰는 우리들을 비웃듯이요. 


어여쁜 토종팥. 너무 반갑게 만났는데, 뭐했먹노 하고 고민합니다. 많은양도 아니고 한되씩 샀는데, 밥에 넣어 먹습니다. 

그럴거면서 꼭 뭐해먹노하고 고민 겁나게 합니다.  왜냐면 고민의 결론이 뻔하더라도 무언가 있을거라 언제나 믿으며 고민하는 그 순간이 나름 행복한 순간이거든요. 






자~ 그럼, 개골팥부터 만나보겠습니다. 



너무 이쁘죠? 이름도 이쁘고 얼굴도 이쁘고..ㅎ

개구리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졌다고 해요. 뭐. 이름을 지어 부르신 분들 맘이겄죠. 얼룩덜룩한 모양이 멋스럽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가 하나도 안닮았어요 다 개성있죠? 



희한한것은 '붉은팥만 팥이 아니다'라고 생각만 바꾸면 이런 멋스런 팥들도 만나게 해주더군요. 그러니 얼마나 꽉막힌 생각들로 세상을 보고 꽉 막히게 살아왔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뭐하나 뇌에 틀어박히면 절대 빠져나오지않고 꽉 조여 스스로를 틀에 묶어놨으니..이미, 팥은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존재했는데, 굳이 빨간색으로만 알면서 자라고 먹게된 이유는 뭘까? 뭐였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사회가 똑같은생각과 똑같은 얼굴을 가지기를 강요하다보니 먹거리도 똑같아지게 만들었나봐요. 


아무튼, 개골팥은 개골개골 얼룩달룩 생겼습니다. 파시는 분의 이야기는 껍질이 얇아서 아주 맛있을 거라네요. 

토종식재료를 파는분들의 공통점은 <'맛'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신다는 거여요. 마냥 환해져서 웃고 있는 저는 이소리에  또 설레임 한가득 됩니다. 어떤 맛일꼬. 얼마나 맛있을꼬. 궁금 궁금...쿵쾅쿵쾅! 



물에 담가 불렸습니다. 그랬더니 화려해지는 팥색깔! 개골개골 우는듯한 느낌도 나는것이.. 엄청 이쁩니다.

오동통해진 팥 한알 입에 넣었습니다. 사각사각. 잘 불려졌네 하고 돌솥밥에 넣습니다. 

크기가 작으마하고 딱딱하게 안불려지는 녀석들이 있어서 고녀석들은 따로 뺐습니다. 요걸 밥에 넣으면 돌덩이넣었다고 욕멀을낍니다. 그녀석들은 '장기간 불림'용으로 돌려놨습니다. 



조, 기장, 수수 그리고 개골팥을 한알한알 골라 얹었습니다. (딱딱한것을 고르느라구요.)  고놈들 참 어여쁘게 어울리네요. 



돌솥밥을 했습니다. 개골팥 찾으셨나요? 글쎄. 짙은 회색빛은 사라지고 불그래한 색을 내놓더만요. 연한 회색빛이 살짝 감돌구요. 

밥이랑 같이먹어서 딱히 팥맛이 특별하다는 걸 모르겠지만, 포슬포슬한 것이 밥먹는 사이사이 폭 하고 부드럽게 터져 입안에 감겨와요. 사실, 팥을 예전에는 밥에 잘 안넣어 먹었어요. 대보름날에 맞춰서 찹쌀에 넣어먹거나 하는 정도였거든요. 

토종팥덕에 겨울밥에 넣어 먹네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밥에 넣어먹는다는 것이 어떤건지를 배운것도 너무 좋고, 작은일상에서 토종팥을 만나는것 같아서 더 좋구요. 


다음은, 이팥입니다. 



붉은색이라 친근하죠? 근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길쭉하다는 걸 느낄거여요. 그죠?

알갱이는 일반팥알갱이보다 훨씩 작아요. 그리고 길쭉해요. 왠지 먹으면 늘씬해 질것같이 생겼죠?

그렇대요. 부종빼는데 탁월하다고 이미 유명하더만요. 저야 효능에 관심이 없기때문에.. 먹다가 부종이 빠진다문야 좋기야 하겠죠. 

근데, 현대인들이 찐살이 '부종'이 맞나요? 많이 먹어서 찐건 많이 움직여야 빠집니데이~

어떤 식재료든 많이 먹어서 살빠진다는 거. 고거 함정입니데이~  

가을날 밥에 살짝쿵 넣어먹는용으로 드시길 바래요. 무신 효능덕 보겠다고 먹으면 고거 '효능''이 사람잡습니데이

'효능'은 한귀도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는 지혜가 꼭 있길 바래요. 우리에겐 '효능'이 필요한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키워진 식재료가 필요하고 그런 사회를 만드는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아시죠?



'이팥'은 이름이 너무 이쁘죠? 저팥도 아닌 이팥..ㅎㅎ

당연히 물에 불렸습니다.  팥은 말려놓으면 단단함이 아주 끝내줘요. 돌덩이 그것도 아주 딴딴한 돌덩이 같거든요. 팥끼리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면 쇳소리가 나는듯 할정도로 단단해요. 그래서 보통은 한번 삶은뒤에 밥에 넣어줍니다. 저는 불려서 했는데요. 

얼렁 먹고자 할때는 한번 삶아두었다고 오동통해지면 씻은쌀과 함께 넣고 밥하면 되요. 




이팥도 개골팥과 마찬가지로 불려놓으니 안불려지는 녀석들이 있더군요. 하여, 고녀석들을 빼고 잘 불려진 것들로 골라 씻은쌀에 넣어줍니다. 



길쭉길쭉 약간 휜것이 정말 어여쁘죠? 



돌솥밥에 넣어 완성했습니다. 붉은빛은 사리지고 회색빛이 조금 진하지만 모양만큼은 살아있죠? 길쭉 길쭉..ㅎ

참으로 어여쁜 밥입니다. 

워낙 가을겨울밥이 잡스러운지라 투정할법도 한데, 맛있게 먹어주기에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거친밥이 익숙해지기가 그리 쉽지가 않더라구요. 저야 워낙 잡스럽게 먹는걸 좋아하는지라 별 문제가 안되지만(사실 저는 현미반 잡곡반 이렇게 먹어도 꿀떡꿀떡 먹거든요. 생쌀도 잘 집어먹구요.) 일생을 부드러운 쌀밥만 먹어온 사람에게는 잡스러운밥이 상당히 곤혹스러울터인데, 이제는 너무 맛있게 먹습니다. 


어찌보면, 버릇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길들여온 것들을 하나씩 바꾸어내는일. 가장 어려운일이면서 가장 손쉽게 우리가 할수있는 아주 작은일이라는 사실.


가을날 수확한 잡곡. 그 다양한 맛과 영양을 채우는일. 요란스럽지않게 '밥'에 몇알 넣는 것뿐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키워내는 분들이 있기에 먹을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않으려고 합니다. 

밥이 더 잡스러워지고 거칠어지는 것이 좋아지고 즐거워졌으면합니다. 우리일상이 단조로와지지않게 하는것과 같은 이치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 잡스럽게! 

더 거칠게! 

더 투박하게! 

더 소박하게! 

요거이 지집 내년 밥상의 주제 라죠? ㅎㅎ


하여간, 아조 소소한 것 하고 요란하게 떠들고 시끄러운건 저의 특기인가봅니다. 내년에도 이런 특기가 더 활개치길..ㅎ


앗! 어제 장터에 갔는데, 그새 토종곡물들이 얼굴이 많이 사라졌더군요. 많이 생산하지않다보니 그런것도 연유겠고, 잘 안팔리다보니 그런것도 있고.. 저는 이런 작별이 참 아쉬워요. 내년가을에나 만날수 있는건가...

물론, 이번 장터에는 '서리태콩'이랑, '메주콩'이 주를 이루어서 다른걸 안가져왔을수도 있기는 한데.. 저로써는 토종곡물이 안보이면 무척 우울하거든요. 죄다 수입산 천지라 희망이고 보물인 '토종곡물' 그얼굴이 더 많이 장터에서 보여지길 , 더 오랜기간 보여지길..저는 바라거든요. 물론, 제가 아는 범위(토종곡물)가 아직 작아서 잘 못찾았을 수도 있기는 한데..그나마 알고 있는 걸들이 안보이니깐 정말 슬프더라구요. 그래도 다행인건, 토종배추 우람한것 만났어요! 고건 조만간 소개할께요.^^.



<더보기1> 겨울에도 다양한 곡물을 챙겨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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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식재료 총정리2탄( 겨울채소, 해조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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