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7. 16. 22:22

여름만 기다려 만나는, 조선오이입니다. 

제철찾기를 하면서, '기다림'을 아는 것이 제철식재료를 먹는 소중한 가치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기다림'을 모르면, 제철식재료를 찾을이유도 먹을 이유도 없습니다. 그만큼 제철식재료의 핵심가치입니다. 


저에게 오이는 철모르게 먹는 대표식재료였습니다. 겨울에도 '오이'를 먹겠다고 비싼값(여름보다 비싼가격)에 적은양이라도 꼬박 사다가 요리를 하곤했습니다. 당연히 겨울에 가격이 비싼것이 자연스러운일인데도 겨울에 비싸다며 한소리하면서도 사먹었습니다. 정말 1년내내 아무생각없이 마구잡이로 먹어왔던 식재료였습니다.   


제철찾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깜짝놀란건 아마 '오이'맛이 아니였을까.

봄부터 겨울까지 꼬박 챙겨먹었으니 특별함이 있다고 여겨 본 적도 없고, 오이 자체가 가진 소중하고 귀한 맛이 있다는 것 자체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식재료들 각각이 도대체 언제가 제철인지가 궁금해지면서 어떻게든 사시사철 먹어왔던 식재료들의 철을 알아보고 맛의 차이점들을 하나씩 확인해보자며 늘상 만나왔던 식재료들의 제철을 기다려 하나씩 하나씩 '그 맛' (차이)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다르구나. 다른맛이 있구나. 그럼, 다른계절은 좀 덜먹고 제철에 먹어야겠다. 그리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버릇처럼 철없이 마구잡이로 먹어왔으니 '참아야'하는 것으로 변한것입니다. 

처음에는 어찌나 힘들던지. 뭔 잘못을 한것도 아닌데, 참는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하면서 꾹 참기를 몇 해 지냈습니다. 

그때는 '기다림'의 가치라기보다는 '꾹 참는것'이 였습니다. 사방히 철잃은 식재료요, 돈만내면 살 수 있고 발걸음 조금만 움직이고 손만닿으면 만날수 있거늘, 한계절을 혹은 다른 3가지의 계절을 참고 기다리려니, 여간 '힘'들고 '용'쓰는 일이였습니다. 


그런시간이 여물기 시작한것은, 5일장터를 꾸준히 다니며 낯설은 식재료들과 친해지려고도 했고, 이것저것 판매하시는분들에게 물어보고, 또 사다 맛보기도하면서 '설레임'과 '떨림'으로 그 맛의 차이를 하나씩 하나씩 채워내었습니다. 그시간들이 소중하게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여전히 아직도 '배우는 중'임을 잊지않고 있지만, 처음 제철이 언제인지몰라 헤매고 답을 못찾아 방황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얼굴이 붉혀질만큼 부끄럽습니다. 


1년연중 먹어왔던 오이이니, 얼마나 자신만만했을까. 오이맛 그깟것 별맛이겠어?하며 덤벼들었던 '여름오이'.

그런데, 5일장터를 돌아다녀보고, 또 오이품종과 재배역사들을 알아보니 지금 먹고있는 오이는 너무 많이 변한 오이였습니다.  그변화는 시대배경과 재배환경을 구렁이타듯 타넘으며, 스리슬쩍 변하다가 급기야는 많은 곳에서 대부분 재배하는 품종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였고, 그맛으로 '오이'의 여름맛, 제맛을 구별해내는건 의미가 없다고 여기던차에, '조선오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분명 내가 자주 만나던 오이종류는 아닌데, 너무 작고 아담한 크기. 볼품도 그다지 없었습니다. 

무슨 오이냐고 물으면, 조선오이라 답하시고 '맛있는 오이야 다른것과는 달라'하면서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판매하셨습니다. 저야 모르니, 그렇군요 하고 사다 맛보았습니다. 오호, 오이가 달아. 오이가 짠맛도 있어, 아삭함이 어쩜 이런 식감을 줄수있지? 진짜 '맛'이 있구나. '오이'가 '맛'있구나 하며 감탄했습니다. 


그러던 몇해가 지나, 지금은 '감격'하며 먹습니다. 어찌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어쩌다 식당에서 오이를 맛보면, 아휴. 오이맛이 없습니다. 맛없는 오이라고 얼굴부터 찡그려집니다. 여름에도 '오이'맛이 천지차이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 차이를 가지게 한 것은 바로 '조선오이'입니다. 


여름장터, 얼마나 무더운지. 가는길부터(멀기에) 돌아다니는일, 그리고 그 무거운 장바구니들고 집까지 오는일. 정말 생각만하면 끔찍하리만큼 덥습니다. 땀범벅이 되는데다가 오자마자 또 손질을 해야하기에 무더움이 생각만해도 한가득 차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흥겹게 여름장터를 가는 이유, 오로지 '조선오이'를 만날수 있기때문이며, '조선오이'없이는 이 여름날의 단 하루도 견디기 어려워진 까닭입니다. 


오이를 먹을수 있는 시기가 돌아오면, 6월 초중순경부터 먹기 시작합니다. 그땐 노지오이를 맛보고, 중하순경쯤에 이르면 '조선오이'를 여름장터에서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비록 더워서 뛰어가지는 못하지만, 이미 집에서부터 '조선오이' 판매하는 곳으로 초고속 뜀박질을 시작합니다. 땀범벅이 되어 사가지고 온 '조선오이'는 6월중하순부터 초가을까지 (판매가 끝나는 시점까지) 지집 밥상에서 한자리 차지합니다. 아무 요리도 하지않고 생오이 그대로 쌈잠에 콕 찍어먹습니다. 


밥먹기전에 먼저 한입! 아~ 고놈참 달고 시원하다. 어쩜 이리 맛있노. 이런 감격에 넘치는 칭찬으로 시작해, 맛있게 다른찬도 먹다가 입가심겸 또 한입 먹습니다. 당연히 밥상 마무리할때도 한입! 이렇게 여름내내 먹는대도 질리지도 않을뿐더라 더더더 맛있어지기만 합니다. 어쩜 좋아요. 여름이 금새 끝날거 같아 쓸데없는 걱정만 해요. 

몇해 지켜보니, 초가을, 가을중턱까지 수확해서 판매하더라구요. 조선오이는 느리게 천천히 크는 탓에 크기도 작고 수량도 작지만, 수확하는 시기는 길어요. 어찌나 반갑고 감사하고 고마운지. 초가을 장터에서 눈부릅뜨고 찾습니다. 이제 못만나면 내년이나 만나겠구나. 그 아쉬움이 한가득 밀려옵니다.  이제는 그 아쉬움도 참으로 행복한 시간입니다. 

'조선오이'가 안보이는 시기가 오면 이제 가을로 완전하게 진입했구나 하고 여기기때문입니다. 


이렇게 계절을 보내고 맞이하는 '소중함'을 배웠으니 이만한 '제맛'이 어디 있겠는가싶습니다. 

제철의  소중함을 몰랐을때는 '시간'만 흐르고, '세월'만 자꾸 내곁에서 멀어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계절이 소중해 지기시작하니 그 계절이 주는 맛만큼이나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듯합니다. 


제철식재료를 하나씩 채워가는일, 그맛을 배우는일은 정말 소중한 일입니다.

그과정에서 '키워내는 노동'의 가치가 얼마인지도 배우게되고, '어떻게 키워내야하는가'도 고민이되고 더불어 '어떻게 먹어야 할것인가'도 진지하게 여물어갑니다. 또한,  '제맛은 바로 제 영양'이라는 사실, '맛있다'는 말은 오로제 '제맛'이 담겨진 식재료만이 받아야할 찬사라는 사실도. 그래서 '맛(제맛)이 있는 것이 가장 영양이 많고 건강하다'는 진리도 깨닫게 됩니다. 


2016년 여름나기를 하는 그 모든이들이 여름대표식재료들로 그간 못느꼈던 '천지차이'의 맛을 구별해낼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이것이 '조선오이'입니다.  손바닥안에 쏘옥 들어옵니다. 오동통하게 생겼습니다. 길이는 정말 12-13센치정도 될듯합니다. 

정말 작지요? 맛이요? 기가막힙니다. 썰면 단단함이 칼로 전해져옵니다. 아삭시원함이 최고!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고있는 '백다다기'품종은 정말 무늬만 오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몇해 동안은  그차이를 금새 알아채지는 못했습니다. 올해 들어 유난히 그 식감, 맛이 유별나게 큰 차이로 다가옵니다. 결국은 채워지는 시간이 그맛을 배우게 하는 핵심인가봅니다. 판매하는 분들이 매번 뜨겁게, 강하게 '맛있다'는 것을 강조해왔는지 이제는 말안해도 전해집니다. 


판매하는 곳이 직접 농사지은분들이 대부분인지라 많은양을 판매안합니다. 또 '조선오이'라고 해도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그건 그 오랜세월 씨를 거두고 뿌리고 키워내면서 생긴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어쨌든, 판매하는 곳을 둘러보면서 (조선오이 판매하는 곳에서는 또 다른 토종식재료들이 많거든요. 요모조모 구석구석 살펴 눈여겨 봅니다.) 두곳에서 2000원어치씩 사옵니다. 이것만 담아도 무거워지기 시작하지만, 이건 여름장보기 시작이기에, 아무렇지않게 아니, 너무 신나하면서 장보기를 합니다. 



이것도 '조선오이'입니다. 이건 얇상하고 여리게 생겼고, 길이도 15센치보다는 길고 17센치 안팍, 한뼘정도 길이입니다. 

보통은 이정도 크기만하고 가끔 이보다 긴 것도 낑겨있을때가 있기는 합니다만, 보통은 작으마합니다.

짙은 녹색끝부분과 전체적으로 녹색을 흩뿌려진듯한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맛이요? 아오 정말 끝내줍니다. 단맛, 시원한맛, 짠맛 그리고 아삭아삭 단단합니다. 오이가 왜 이렇게 달아? 

(이렇게 오이맛을 배워버리면, 맛없는 오이 정말 짜증납니다.)


갯수는 5개에서 7-8개 에 2000원합니다. 백다다기에 비하면 크기나 양 면에서 압도적으로 작습니다. 

하지만 맛 하나는 '오이의 제맛'을 완전하게 갖추었습니다. 


사진의 두가지를 비교하자면, 맨 처음 사진의 조선오이가 단단함이 더 우월합니다. 그래서 식감적으로도 아삭시원함이 돋보입니다. 어쨌든 둘다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습니다. 속까지 시원함이 한가득 채워집니다.  엄지 척!입니다. 


소위 '오이의 효능'으로 떠들고 있는 내용들은 죄다 '조선오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름나기 잘하고 싶다면, 꼭! 챙겨먹어야 할 1순위 식재료입니다. 

여름의 맛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꼭 챙겨먹어야할 1순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맛을 배우면서 알게된 사실 하나, 토종식재료가 얼마나 소중한가였습니다. 

그가치가 '돈'중심때문에 무너졌다는 사실이 어찌나 분통스러운지 모릅니다. 


제철의 소중한 맛을 하나하나 채우는 시간은 벅찬마음을 한가득 안겨주기도 했지만,  그 벅찬 마음의 크기만큼 오늘날 우리들식재료의 현실, 아픔을 하나씩 칼날처럼 아로새기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칼날에 여러번 쓰러졌습니다. 답이 없어 보이기도했고, 앞날이 깜깜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견디고 있는건 제철식재료를 찾고자하고 배우고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고 그리 키우는 분들도 여전히 존재하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걸음들이 하나씩 하나씩 뭉치다보면 산수식 덧셈의 힘이 아니라 산수로 계산할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이 되리라 믿기때문입니다. 


'제철식재료가 보약이다'며 떠드는 것보다 '제철식재료를 기다려줄줄알고' , '제철 그 계절에만 맘껏, 풍성하게 즐길줄 아는' 우리가 필요합니다. 제철식재료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닫는일이 지금은 더 절박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올여름, 그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요? 


'오이'가 한없이 귀하고 소중해서 열렬히 맹렬히 사랑하게 됩니다. 그 사랑이 올 여름밥상에서 시작되길 바래봅니다. 

그 사랑이 시작되면 '조선오이'를 파는 곳이 얼마나 귀한 곳인지를 알게되고, 또 땀범벅이 되는 여름장터도 마냥 행복해집니다.  그 사랑이 꼬물꼬물, 뭉게뭉게, 무럭무럭 피어나랏!




최근에, 한여름식재료 정리했습니다.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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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철찾아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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