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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로> 찾기/오늘을 노래하다

<와일드> 사람을 잃은 상처, 삶을 사랑하는 것에서 치유된다.


<와일드>는 엄마를 잃은 딸(셰릴)이 자기생을 마구잡이로 살다가 그 어느날 엄마가 원하는 딸로 다시 돌아가고자 가장 험하다는 트레킹(PCT)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 길에서 힘겨울때마다 엄마에 대한 못다한 그리움을 담아내고, 인생을 포기하며 산 지난날들을 반성하고, 자신의 삶을 귀중하게 다시 가꾸는걸 결심하는 내용의 영화이다. 


이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고, 이미 책<와일드>가  발간된 뒤에 제작한 영화이기도 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 가슴팍에 잔잔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물론, 개인적으로 실화를 바탕으로하는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마주하는 '죽음', 그것이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의 무게 만큼 슬픔의 무게도 동시에 저울질된다.그래서 그 슬픔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삶에 대한 의지보다는 모든 것(삶)을 포기하는 쪽으로도 기울기도 한다.

왜냐면, 삶이 덧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사람 모두가 존경하고 아끼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자신에게 가장 귀했던 그 누군가를 잃는다는건 세상전부를 잃는것이고, 세상전부가 없는 그 곳에 존재할 이유,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는다는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주인공 셰릴 ,그녀에게는 엄마라는 존재는 한없이 나약하고 낭만만 간직한 사람처럼보였지만, 그녀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였기에 갑작스런 암으로 사망하게 되자, 그녀는 모든것을 내려놓는다. 자신의 몸마저 마구잡이로 내려놓는다. 마약도하고, 아무하고나 자고..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버렸다. 삶을 버렸다. 그런 그녀는 결혼도 이미 한상태였지만, 그녀는 내려놓은 삶을 다시 채울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그래서 떠난다. 이혼도 하고.. 무언가를 찾기위해 떠난다. 그리고 소중한 건, 자신의 삶이 라는 걸 깨닫는다. 


영화는 시작 장면부터가 짜릿하다. 긴 트레킹 그과정에서 피멍이 들다못해..빠져버릴랑 말랑하는 엄지발톱을 뽑는장면이다.이 악물고..덜렁거리는 발톱을 뽑는 심정이란..그 고통이란.. 상상 그이상이리라..그리고 그 과정에서 벗어놓은 신발도 벼랑아래로 떨어진다. 비명을 지른다. 아파서도 지르고..갈길이 안보여서도 지르고.. 하나 남은 신발마저 던지며 소리친다. 그 비명이..그 절규가..어찌보면 삶에 대한 절박한 아니, 삶에 대한 처절한 자기고백같았다. 


우리도 그러지않는가? 아픈발톱을 그대로 두고 걷지못해 언젠가는 아플걸 알지만 뽑는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때 뽑아내듯이..그리고 그 아픔에..유난히 큰소리로 소리치며 살아가고 있지않는가... 

셰릴이 지르는 비명처럼...아무도 듣지못하는 곳에서 나는 매일..그렇게..나의고통에 몸서리치게 울고있다고 말이다.


또, 영화는 트레킹을 기본으로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들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담기고, 그 그리움에 자신의 삶을 망가뜨렸던 날들도 담기고..그리고 오늘 머나멀고 험한 트레킹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이 귀중하다는 걸..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다잡아간다. 


PCT(Percific Crest trail)는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을 잇는 4,285km의 도보여행 코스이다. 

거친 등산로와 눈 덮인 고산 지대, 아홉개의 산맥과 사막, 광활한 평원과 화산지대까지 인간이 만날 수 있는 모든 자연 환경을 거치고서야 완주할 수 있는 PCT는 평균 152일이 걸리는 극한의 도보여행 코스로 ‘악마의 코스’라 불리기도 한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도 쉽지 않은 코스일 뿐만 아니라 폭설이나 화재와 같이 뜻하지 않은 재해로 수 개월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기에 연간 약 125명이 겨우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극한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PCT는 절대 고독의 공간으로, 도보 여행자들은 육체적인 피로는 물론 수시로 찾아 오는 외로움과도 맞서 싸워야만 한다. 

*Daum 영화 홍보자료에서-







정말 어마 어마한 트레킹이다. 감히 엄두도 내기 어려운 여정이다. 객기로 도전할수있는 그런 여정은 아닌듯싶다.

눈으로 바로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것을 한발한발 내딛어 걸어간다고 했을때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거기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는 방법은 쉽지않다고 하니.. 대단한 각오가 있어야만 완주할수있다.


어찌보면, 그녀는 이미 트레킹에 나서기전에.. 자신의삶을 다잡았는지 모르겠다. 그러지않고서야 그길을 갈수는 없었을테니깐..그리고 남은 그리움, 자신의삶을 포기했던 지난날들을 그 힘겨운 걸음 걸음에..다 놓아두려고 했던 듯싶다. 


이길을 나서기위해서는 필수적으로 3개월이상 걸리는 길이니..3개월간..요긴하게 쓸수있는 장비들을 갖추어야 한다.

그 짐이 자신의 키만하고 무게도 자신의 몸무게 그 이상인듯싶다. 그짐을 지고 험란한 길을 걸어간다. 맨몸으로도 가기 힘든길이거늘..자신만한 짐을 등짝에 메고..힘겨운 한걸음 한걸음을.. 사막같은 곳도 지나고, 눈이 무릅까지 찬 길도 걷고..차디찬 밤에 홀로..무서움과 외로움과 싸우며 걸어간다. 


우리인생길이 이것과 무엇이 다를까?

우린, 얼마만큼의 짐을 어깨에 매고..가고있는걸까? 분명 일생을 걸어가는 길에..가져가야할 짐이지만, 때론 버겁고, 힘겨워 얼마나 많이 내려놓고자 하는가? 그 짐만 벗으면 날아갈것 같은데..말이다. 

그 짐도, 그 걸음도..그누도 대신해줄수없다. 마치 우리인생살이 처럼 말이다. 트레킹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만나 반갑다 인사를 건넬수는 있어도, 그 짐을, 그 걸음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자신이 오롯이 지고가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어깨의 짐은..얼마나 타당한 짐들이 얹어져 있을까?..그런생각이 들었다. 

이 긴 트레킹에는 쉼터들이..코스 중간중간에 있다. 첫번째 쉼터에 들렀을때, 쉼터주인장이..셔릴의 짐이 많다며 줄이라고 한다. 그때 하나씩 꺼내 이건 필요하냐?며 묻고..셔릴은 아니다..라며 하나씩 짐에서 뺀다. 

처음 여행할때는 이것저것 필요하다며 다 챙겨넣었는데..정작 여행을 떠나 걸어보니..쓰잘데기없던것이 였다.

책도..읽고 찢어 태우라고 하더군.. 그래..불필요한 짐은 가는길에..정말 쓸데없이 무게만 더하는 '짐'이다.

나도..쓸데없이 내 어깨에 드리운, 올려놓은, 내가 만든 불필요한 짐들을..하나씩 꺼내, 필요없다며..맘편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풍경으로만 바라보면 PCT 풍경은  정말 매력적이고 환상적이다.

하지만, 내가 걸어갈길이라 여기면 절대로 아름답지않다. 가는길 하나 하나, 한걸음 한걸음이 고통이다. 

어깨에 짊어진 짐은..어깨, 허리를 다 피멍들게 하고 물집이 잔뜩들었고, 발바닥은 말할 필요도 없을만큼 망가졌다. 

그녀의 몸은..상처투성이다. 그래도 그길을 끝까지 완주한다. 

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기때문이다. 

엄마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딸로 다시 살고 싶었기때문이다. 그 열정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이야기이다. 


사람에게서 사람을 잃는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죽음'을 마주하는 건, 우리에겐 일상이나 다름없다. 다만, 나와 인연이 있거나 아니거나에 따라 그 죽음이,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가슴팍으로 다가오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할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단순하지가 않다. 그로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그 사랑의 깊이만큼 깊고 무겁고..그리고 그 무거움에..자신의 삶을  내려놓게도 한다. 하지만, 극복하는 사람은 '죽음'을 마주하면 '삶'으로 답한다. 

자신의 삶을 값지게, 아름답게 가꾸기를 희망하게 된다. 


물론, 이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다. 셔릴처럼...PCT를 걷겠다는 만큼의 각오,결심,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만큼..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동반된다. 세상에 전부(모든것)같은 사람을 잃었는데.. 전부(모든것)를 잃은사람이..다시 삶의 의지를 세우는건 그만큼 자신을 깨부숴야만 가능한 일이다.

셰릴은 이미. 그 각오에 차있었는지 모른다. 완주의 의미보다 그녀가 시작한 그 다짐에,  삶에대한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



누구에게나 닥칠수있는 '아픔'이지만, 그것을 '삶'의 가치로 만들어 내는 일은 누구나 할수있는 일이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인생길에 수많이 부딪힌 좌절과 절망, 모든것을 잃었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있었다면 떠올려보기를..

어떻게 나를 이기고, 어떻게 삶에 더 충실하기를 다져왔는가를..그리고, 삶에 대한 가치, 소중함을 배웠는지, 그안에서 '사람'이라는 존재 또한 얼마나 값어치있는 존재라는 걸 배웠는지를.. 잠시 돌아봤으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길을 잃고, 누구나 한번쯤 길을 만든다고 ..한다. 

이미 한번쯤 길을 잃은 그대에게, 이젠, 그 남은 한번쯤에 용감하게 뛰어들기를 바란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문득 문득..

다시 걷는..세월호유가족들을 생각했다.

그 사건이 나고 그들은 자신의 몸을 추스릴 틈도 없이..시멘트바닥을 걸었고.. 싸웠고.. 그리고..올해 다시 그들은 길을 나섰다.그들에게 너무나 소중했던 이들을..단순히 잊지못해서가 아니다. 소중한 사람이였던 만큼 자신의 삶도 가꾸어내기 위해서라고 ..

전부였던 가족 중 한명을 잃었지만, 그들이..삶을 포기하지않고 뜨겁게..살아가고 있는건.. PCT보다 몇만겁 길고 험한 ..그리고 가혹한 길이지만..그래도 그들이 다시 걸어가는건... 그들은 정말 사람을 사랑하고,  '산다는 것이 그 얼마나 소중하다'는걸 온몸으로 채득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뜨겁게 보여주고 있는건 아닐까?

다시 걷는 그대들이 있기에, 감히 절망이라는 말을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장담하지 않는 희망이라는 말을 감히 꺼내본다.


문득, 자신이 삶에 버거워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영화를 권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이 사랑스러워지고, 삶을 가꾸어가는 일이..비록 힘겨워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걸..새삼스럽게 배우게 되리라. 


덧, 사진은 Daum 영화 소개에서 가져옴, 

      청소년 관람불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