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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요리/초가을

초가을 별미로 한번 챙겨보세요! 초가을 잡채~

초가을식재료로 만든 별미, 초가을잡채입니다. 

아시다시피, '잡채'는 여러가지 해산물, 고기, 채소들을 채썰어 각각 볶아 양념장에 버무려 내놓는 음식입니다. 다양성, 창조성이 무궁무진한 음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인식에는 '당면'이 필수요, 그외 곁들이는 채소들도 이제는 판에 틀어박힌듯 고정되어가고 있습니다. 


당면은 20세기초에 들어온 중국면을 잡채에 넣게되면서 들어간 것인데, 마치 우리음식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잡채'가 가진 무한하게 넓고 큰 범위의 다양함과 창조성 그 자체가 무너졌다는데 있습니다. 그로인해 '맛'도 당면맛으로 잡채맛을 고정시킴으로인해 더더욱  편협하고 좁은 범위의 잡채로 떨어뜨렸습니다. 


급기야는 당면이 주재료이고 곁들이는 다양한 식재료들은 오히려 고명수준으로 떨어졌으니, 면무침이라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잡채'라는 우리음식이 가진 장점이 완전하게 사라지고 중국에서 들어온 '당면'에 종속되는 초라한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식재료들로도 만들어낼수 있어서 사실 '잡채'는 그 이름답게 다양함을 자랑으로 삼을수 있는 음식입니다. 

'당면'에 집착하지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잡채'를 만들어 낼수 있고, 또 당면에 가려진 여러식재료들의 어울어진맛이 얼마나 맛있는가에 대해 한껏 느낄수 있습니다. 당장, 당면을 빼는것이 어렵다면, 부재료답게 아주 소량만 넣는것으로 해서 줄여나가면서 제철식재료들로 탄탄하게 구성을 짜서 '계절음식'으로 수만가지 수천가지 음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소개할 음식은 초가을식재료로 '잡채'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보시기에는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끝내줍니다. 

한치, 가지말랭이, 조선호박채, 달걀지단으로 만들었습니다. 호박채가 당면역할을 한다고 여기면 조금 이해가 더 빠르겠죠? 호박1개를 채썰어 넣었거든요. 호박잡채라고 할껄 그랬나요? 아님, 한치도 들어갔는데 해산물잡채라고 할껄 그랬나...흠.


이미, 애호박잡채는 소개했던듯 싶습니다. 애호박은 이제 끝물이라 속이 너무 익어버려 과육이 정말 얇아졌습니다. 특히나 애호박으로만 키우는 품종이라 늦더위에 영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애호박잡채는 초여름이나 한여름즈음해서 즐기는 것이 좋을듯 하고요. 초가을에는 조선호박으로 잡채를 해주면 좋을듯 싶습니다. 길쭉하게 썰어낼것이라 긴 조선호박으로 준비했는데요. 짤막한 채로 썰어 준비해도 무방합니다. 





한치는 초여름에 사두었던 건데, 햇오징어로 대체해도 무방합니다. 많은양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 부담없이 챙기면 되겠습니다. 지단은 노랑과 하양으로 나누어 만들면 되는데, 한치가 흰색을 대신할 것이라 달걀을 그냥 풀어서 지단을 만들어 채썰어 넣었습니다. 가지말랭이는 불려서 양념에 볶아 넣어주었습니다. 쫄깃한 식감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조선호박채는 면발처럼 길쭉하게 썰어 소금에 절였다 들기름에 볶아낸 것인데, 아삭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좋아 전체적으로 맛을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잡채맛은 간장에 참기름맛이겠지만, 원래 잡채양념은 한가지로 국한되지않고 곁들이는 식재료에 따라 '겨자장'으로도 무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이번 요리는 소금과 참기름으로만 맛을 다듬었습니다. 


깔끔하고 각각 식재료들이 자기맛과 색깔을 내고, 그러면서도 서로 하나로 어울어지는 맛도 아주 좋습니다. 

다양한 식감과 맛이 후루룩 빨려들어오면, 입안이 호강을 합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각각의 재료맛이 살아있으면서 하나로 어울어진 맛 또한 살아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잡채'가 가진 매혹적인 맛과 멋입니다. 

이런 맛이 살아있는 '잡채'가 우리들 생활속에, 우리들 음식속에 잘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당면에 종속되기에는 '잡채'라는 음식이 너무 아깝습니다. 


차근히 당면에 익숙해진 잡채를 내려놓고 우리식으로 계절을 담아 수만가지의 잡채를 만들어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어렵다면, 당면양을 현격하게 줄이는 것에서부터 하나씩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다보면 알게됩니다. 당면이 얼마나 '잡채'를 망가뜨렸는지. 당면으로 인해 가려진 맛들이 하나씩 하나씩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당면삶기 볶기보다 잡채에 들어가는 소중한 식재료들을 더 신경쓰게 됩니다. (더불어, 식재료들간의 어울어짐이 어떤 맛을 내어줄지 궁금해 하며 맛을 그리고 상상하게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잡채를 만드는 우리들의 상상력이 우주끝까지 가닿기를 한껏 소망해봅니다. 

 






초가을잡채 


재료: 길쭉한 조선호박1개, 한치1마리(작은것), 가지말랭이볶음, 달걀2개 

가지말랭이볶음: 양조간장1큰술, 조청1큰술, 들기름1큰술 

한치밑간: 마늘즙1작은술

달걀지단: 소금약간 

조선호박: 길쭉하게 채썰어 소금1작은술로 절여 물기짠후 들기름에 볶아줌. 

전체양념: 소금약간, 참기름약간, 통깨약간 



초가을 잡채는요,

초가을식재료로 준비해 각각 볶아준후 섞어낸 것입니다. 


초가을식재료는 초가을까지 나오는 늦여름식재료들이 주를 이룹니다. ( 가을식재료들은 가을중턱에 본격적으로 나오길 시작해서 늦가을즈음이 되어야 '맛'이 듭니다.) 

 

즐기고 있는 초가을식재료들을 선별해 채썰거나 곱게 준비해 각각 맛을 내주고 한데 섞은후 간단하게 양념해 버무리 섞으면 됩니다. 


늦여름에는 여름식재료 갈무리를 시작하는 시기이니 여름식재료 말랭이들을 곁들이는 것도 좋고, 그대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다양하게 응용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꾸려보시길 바랍니다.



가지말랭이는 올해 신경 집중해서 말리고 있는 여름식재료중 하나입니다. 물론, 조선호박, 박,  밀가루에 찐 고추 등등을 열심히 부지런히 짬짬이 말려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건, 초가을식단이 부실하다는 판단이 들어서이고, 가면갈수록 더 심해지리라 봅니다. (현재의 지구온난화등등을 고려해서 볼때) 그래서, 여름식재료들은 초가을 또는 가을중턱까지 수확하기때문에 갈무리겸, 초가을식단을 준비할겸해서 '말리기'를 서둘렀습니다. 그러면서, 초가을식단에 어떻게 잘 담아볼까도 한창 고민중입니다. 그러던차에, 초가을잡채에도 넣어봤습니다. 


아래글을 참조하면 그 고민을 더 잘알수 있습니다. 



가지말랭이는 길쭉하게 썰어 말렸는데요.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주었습니다. 

딱딱한 것이 없고 부드러워지면, 물기짜서 양조간장, 조청에 밑간해주고 들기름에 볶아내면 됩니다. 

(요렇게 찬으로 내놔도 아주 맛있습니다. ) 


자세한건 아래글을 참조하면 좋아요! 

늦여름에 챙기면 너무 좋은 별미찬1, 가지말랭이볶음~



한치는 냉동해둔것을 꺼내 해동해서 몸통아래쪽은 칼집을 안넣고 윗부분만 칼집을 살짝 내주었습니다. 

곱게 채썰을 것이라 칼집을 전체적으로 주면 길쭉하게 안썰어질듯해서 그리했습니다. 넓직하게 포뜨듯이 어슷썰어내어도 모양상으로는 더 나을수 있습니다. 참조. 


데쳐서 곱게 채썰어 주고, 마늘즙1작은술로 살짝 버무려놨습니다. 기본 짠맛이 해산물에는 있기때문에 딱히 간은 안했습니다. 맛보고 너무 싱겁다면 소금약간으로 잡아주면 됩니다. 



길쭉한 조선호박인데요. 동그란것보다 길쭉하게 채썰기 수월할듯해서 선택한 것입니다. 길쭉하게 채썰지않을 것이라면, 어떤 조선호박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채썰기 편리하게 하기위해서는 돌려깍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길쭉한 조선호박은 돌려깍기보다 칼을 대고 포를 뜨듯이 쭉 썰어냈습니다. 씨부분만 빼고 적정한 두께로 쓰윽 포를 떠준후 곱게 채썰었습니다. 그리고 소금1작은술을 넣고 절여줍니다. 



물기가 어느정도 나오면 너무 손에 힘을 주지말고 지긋하게 짜낸후 달궈진 팬에 담고 들기름에 볶아냅니다. 



달걀은 색감도 필요했고, 전체적인 조화를 잘 만들어줄듯해서 만들었습니다. 

흰자와 노른자를 각각 분리해 만들어내는 것이 정석이나, 흰색을 한치가 내어줄것이므로 흰자노른자를 휘릭 섞어서 지단을 만들었습니다(달걀2개분량). 소금약간 넣고 잘 섞어서 기름약간 두르고 키친타월로 쓰윽 전체적으로 닦아낸뒤 넓은팬에 큼지막하게 부쳐냅니다. 아래쪽 면이 다 익었다는 판단이 들면 저가락을 쑤욱 가운데에 집어넣고 들어올려 뒤집어 줍니다. 



다 만든 지단은 정사각형모양으로 다듬은후 길게 채썰어 줍니다. 



준비되는데로 하나씩 차곡차곡 볼에 담은후에 살살살 섞어 맛을 봅니다. 모자란 간은 소금과 참기름 약간으로 보충합니다. 각각 간이 잘 맞아 소금간은 추가하지는 않았습니다. 통깨뿌려 마무리~



자~

접시에 소복하게 담습니다. 


아오~~ 한아름 안겨져오는 맛이 너무 좋습니다. 각각의 맛과 식감이 살아있고, 어울어짐 또한 애초부터 한몸이였던 듯이 찰떡 궁합입니다. 애호박과 지단이 길쭉한 덕에, 후루룩 후루룩 먹어도 됩니다. 



한가득 꽉차게 들어오는 맛이 너무 좋습니다. 

아작아작 고소하고 달큰한 조선호박, 지단의 부드러움, 한치의 부드러운듯 쫄깃함, 가지의 쫀득하고 짭조롬 달큼한 양념이 여기저기 입안에서 팡팡팡 터집니다. 



여기에, 고기를 채썰어 볶아 넣어줘도 좋고, 아직 당면없는 잡채가 낯설다면 당면약간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또 더 넣고픈 식재료들이 있다면 더 추가해도 좋을듯 합니다. 만드는 사람 '맘'대로 할수 있습니다. 


해산물이나 고기류를 조금 풍성하게 넣었다고 하면 '겨자장'을 만들어 버무려 먹어도 근사할듯 하구요. 

뭐, 취향껏! 욕심껏! 도전해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저는 '잡채'가 '잡채'다워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속에 당면이 소박하게 곁들여지는 정도로 자리매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건 아마 이를두고 하는 말일낍니다. 


본연의 '잡채'는 자기머리를 잘 써야 만들어지는 요리라서, 어찌보면 머리가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뭐, 제생각입니다만)

그건, 잡채가 가진 다양함과 창조성인데 그것을 떠받쳐주는 건 오로지 '자기머리'로 철저하게 '생각' 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제머리를 열심히 써야 가능합니다.) 


근데, 돌이켜보니, 우리가 얼만큼 '자기머리'로 사고하고 '제머리'로 삶을 살아왔을까요? 그러려니하면서 살고, 어쩔수 없겠거니하면서 살고. 남따라 흘러가듯 살아가기도 하고..내생각이라는 걸 만들고할 여지도 없게 살아왔죠. 


'삶은 자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어떤 멋진 분은 이야기하더군요. 뭉클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그 모든것이 '나'를 만드는 일이라니. 그 누굴 따라해서 만들수도 없거니와 내자신이 오로지 꿋꿋하게 제머리로 하나씩 가꾸어 가야 합니다. 


저는 음식도 그 삶 한가운데 있는 것이라 여깁니다. 자기것이 되는 과정이라고. 자기자신을 만드는 일 중 하나라고. 그러니, '어떻게 먹을것인가'는 삶을 가꾸는일이라고.  '먹는것'(행위에서 부터 식재료까지)이 '독'이되어 우리들삶을 더이상 망가뜨리지않게 하기위해 녹슬어 버렸지만 그래도 '자기머리'를 끊임없이 써가며 머리를 좋게 만들어보자구요. 


일그러진 우리들삶을 바꾸는건 아주 단순한 것에서 시작하는 지도 모릅니다. 

'자기머리로 생각하기'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비록 버거운 삶이지만 그래도  '하루'를 살아내는데 거뜬하게 '제머리사용하기'를 멈추질 않기를, 두려워하질않기를 ,도망치지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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