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1. 05:01





<침묵의 시선> 이영화는 여짓껏 보아온 영화중의 최고라고 말하고 싶을만큼 여운이 상당히 길고 앞으로도 가슴깊이 남을듯하다.

그만큼 이 영화가 주는 이야기는 상당히 무겁다. 1965년 인도네시아 100만명 대학살을 다루었기때문이다. 보통은 학살을 다루는미디어들은 그 학살의 잔인함을 생생하게 전하는 것을 사진이나 재연배우가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영화는 직접 학살을 한 가해자가 아무거리낌없이 그것도 신나하면서 자랑하듯이 학살상황을 재연해보인다. 그것을 지켜보는 학살당한 형(람리)의 동생(아디). 그 눈빛으로 보는 영화이다. 


이영화를 제작한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2003년 인도네시아에서 그때당시 학살자들을 만나며 기이한 현상을 목도하게된다. 하나같이 그들은 분명 백만명 가까이의 사람을 죽였지만, 그들은 살해행위에 대한 죄의식도 없으며 살해된 자들에게 대한 그 어떤 최소한의 연민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하고 떳떳하게 '학살'행위를 미화했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보게된다.

이것이 단순한 몇몇 가해자들의 개인적 행동이 아니라 사회적현상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영화제작'에 결심을 했다고 한다. 



하나는 <액트오브킬링> 학살자들의 학살재연영화를 만드는 과정,하나는 피해자(학살당한 가족)이 만나는 학살자들을 담았다. 이것이 <침묵의시선>이다. 두 영화는 거의 동시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서로 보완적으로 채워지면서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실제로 두영화는 학살자와 피해자 각각이 마주하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두시선이 50여년간 회피해온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하나의 영화만 봐도 많은 것을 전해주지만, 두 영화를 다 보는것이 인도네시아 대학살의 진상을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듯하다. 그리고 그 긴 50여년간의 침묵그리고 거짓말에 균열을 거침없이 깨주는 이 두영화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도, 이 영화를 보는 세계인들에게도 묵직함을 남겨줄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1965년 인도네시아에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다. 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사람을 공산당이라 매도하며 100만명에 이르는 사람을 학살했다. 학살에 앞장세운 자들은 조직폭력배들이였고, 그들은 초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무고한 사람들을 공산당으로 몰아 살인을 감행했다. 이 학살자들은 영웅으로 치하받으며 부와 권력을 누리며 현재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재연한 살해과정, 학살과정은 그야말로 '자랑거리'이다. 자부심이, 흥겨움이 온몸에 살아숨쉬며 그들은 재연한다. 

마치 영화장면을 찍는듯이.사람죽이는걸 아무거리낌없이 이야기한다. 그런 그들을 마주하는건 정말 소름이 끼칠뿐이다. 

형의 학살자들을 만나 형 학살의 생생한 증언, 재연을 보는 동생은 어떠했으랴! 그 눈빛을 따라 <침묵의 시선>은 묵묵히 따라간다. 


철저하게 관찰자 입장에서 영화는 제작했기때문에, 이 영화는 '진실'이 전해주는 무게감이 강렬하다. 

그 무게에는 수많은 고민거리들이 담겨있다. 물론, 그건 영화를 보는 이들의 몫이다. 아마, 그 무게감을 감독도 감당하기 어려웠을듯하다.그래서, 그 감당하기 어려운 그 고민은 고스란히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전해진다. 


무엇이 100만명을 죽이게 했으며, 무엇이 100만명을 죽이고도 죄책감하나 없게 했는지,왜 학살자들은 그렇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지, 왜 무고한 100만명 죽음을 알고도 이 사회는 조용한 것인지를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내내 무겁게 짓누른다. 

학살자들의 천연덕스럽기까지 한 학살재연과 장난기어린 '자랑거리'로 이야기하는 학살행위는 도대체 어떻게 납득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거기다가, 학살당한 형의 죽음을 묻는 동생에게도 그 죽이는 행위 전반을 아무런 죄의식없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그들을 긴 침묵으로 만나는 동생을 보면서 그 동생의 눈빛에 어느새 내 자신도 하나가 되어 그 상황을  보기 시작했다. 


* 피해가족이 학살자들의 학살재연영상을 보고있는 장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가 정말 어렵다. 소감을 쓰는 이순간도 절대로 이해할수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오래도록 기억할것이다. 진실앞에 침묵한 결과가 그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울수 있는지를..


이영화를 본사람은 대부분은 '충격'을 이야기한다. 당연하다. 학살자가 이리 뻔뻔하면서 자랑스러워하는걸 마주한다는 건 너무 잔인하기때문이다.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정도는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학살자들이 고위직에 호화스런 생활를 누리며 당당하게 살인행위를 떠벌릴수 있는 사회적 배경은 도대체 무엇이 였을까?

100만명을 학살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인들이 느낀 공포의 무게는 얼마였을까? 그 무게가 도대체 얼마였길래 모두다 쉬쉬하며 침묵을 이리도 길게 지켰던걸까?


학살할 100만명을 선별하는 건 또 어떠했을까? 살인현장은 그 피비린내를 어찌 감당했을까?

스네이크강에서 사람 목을 치는 것을 재연하는 학살자들. 그들이 말하길 목을 자르고 몸뚱이는 강으로 밀어넣고 머리는 발로 찼다고 한다. 웃으며 장난치듯 그들은 그 살해행위를 재연한다. 

실제, 살인자들은(학살자들) 미친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미치지않기위해 자신이 학살한 사람의 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것도 그 피를 두컵을 마셨기에 자기는 미치지않았다면서 그 피맛까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이영화는 피해자 (학살당한 형의 동생)의 집에서 부터 출발해서 안경사를 직업을 매개로 자신의 형을 학살한 당사자들을 한사람씩 만난다. 피해자 가족인 어머니조차도 이제와서 시끄럽게 문제만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학살자들도 이제와서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동생은 이것은 시끄럽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사과라도 받고 싶고 사과를 받는다면 용서를 할수있겠다는 마음으로 한사람씩 만나간다. 


 * 희생자 형의 동생과 그 어머니 : 형을 학살한 자들을 만난 이야기를 어머니가 듣고 있는 장면.


* 수만명이 학살되어 머리와 몸이 분리된채 이강에 버려졌다고 한다. 스네이크강 


물론, 아디가 만난 형 학살자들은 사과하지않았다. 어떻게 죽였는지를 상세하게 이야기해주었고, 하나같이 당연한 학살이였고, 그나마 마음이 움직인 자들은 어쩔수 없는 일이였다고 과거일이니 이제와서 들쑤실일이 아니라고 한다. 피해가족인 어머니조차도 동생아디마저 잃을까 걱정되 둘쑤시지 말자라는 당부만 계속한다. 하지만, 아디가 멈추지않고 만난 학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을때마다 형 학살자들의 거짓말에 분노한다.  



그나마 다행일까? 형 학살자중 가족이 처음에는 학살한 아버지를 대단히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그 학살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듣다가 학살당한 당사자가 자기형이라고 이야기하자 어찌할바를 모르면서 대신해서 사과한다고 하자 아디는 촉촉해진 눈으로 부둥껴안는다


무엇이 이토록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게 했을까? 공포였을까?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그 자체를 잊기위해 그들은 애써 더 과장되게 자신들의 학살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했던걸까? 


학살자들은 학살행위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 깊은 곳에서는 누군가를 죽였다는 괴로움에 살기는 했나보다. 제정신으로 학살하기는 힘들었다며 미치지않기위해 그 피를 마셨다고 하는걸보면.

형의 죽음에 대해 조금더 깊숙이 물어보기 시작하면, 뻔뻔하고 자랑에 가득한 얼굴이 변하면서 과거일일 뿐이라고 굳어진 표정을 짓는걸 보면. 

정부가 내세워 학살을 시작했지만, 그들은 자발적이였다. 아니 앞장서서 학살을 감행했다. 학살당한 그 수많은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학살을 했다. 제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 미친정신으로 오늘날까지 사회에서 대접받으며 떵떵거리며 부와 권력을 쥔 학살집행자들. 

그리고 숨죽이며 공포에 떨면서 피해가족들은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평생을 찢겨진 가슴을 안고 숨죽여 살아가고 있었던 거다.


학살이후 50여년의 인도네시아 사회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들은 정말 안녕한건지.

그리고, 영화를 보는 순간 순간. 한국사회 현대역사 그 어딘가를 빼어닮은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마지막으로 길게 깊숙이 묻는다. 진실을 덮은 거짓말.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얼마나 더 무서운가를...


진실이 거젓말로 포장되고 미화된 세상을 그대로 두고 침묵하며 사는 일은 살아있어도 죽은자와 다를바 없다는 걸 이영화는 말하려던 건 아닐까? 

그래서, 영화를 보는내내, 보고나서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우리사회에 대한 우리들의 침묵엔 그 무엇이 기다릴까? 





Posted by 제철찾아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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