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락 껴안고 싶은 것들/나에게 말걸기
<반인반수> 박노해
제철찾아삼만리
2015. 11. 26. 04:24
반인반수 -박노해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일을 해도
나는 반 토막
임금도 반 토막
권리도 반 토막
인격도 반 토막
반 토막 난 내삶은
짐승이 되어간다
나는 반인반수의 비정규직
언제든 잘려나가고 언제든 정리당하고
문자메세지 한줄로 다시 쫒겨나는 나라
정의도 민주주의도 한법도 인권도
내 앞에서는 멈춰서는 나라
내 나라는 반인반수의 나라
이땅에서 내 인간은 반 토막이다
정당한 제 밥그릇을 반토막 당한 자가
어디에서 무엇으로 온전한 생이겠는가?
나는 반인반수의 비정규직
내몸의 반쪽은 인간으로 일하고 인간으로 살지만
자본과 국가의 이빨에 물어뜯겨 인간이 죽은 나는
내몸의 반쪽인 야수처럼 야수의 세계를 찢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