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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로 읽는 세상/시작과 돌아보기

<제철찾아삼만리 돌아보기4> 그래도 가야할까?






돌아보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듯한데..벌써 2014년 1달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 3년여간을 돌아보는것, 그것이 그래도 그냥 세월죽이기만 한것은 아닌듯해서..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배움의 기쁨도, 씁쓸함도 다 소중하게 기억해야할 듯하다. 

이제, 마무리를 해본다. 


처음 길을 나설때는 식재료의 제맛이 너무 궁금해서 그 제맛이 제철로부터 오는 것이라 여기며 제철의 맛, 그 맛을 찾으면 그 답을 찾을거라 여기며 달려왔다. 몰랐던 제철에 대해 하나씩 채워가기 시작하니, 그 다음은 어떻게 키워졌는가를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고,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단순히 맛만 알면 되는, 혹은 제철만 알게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과정을 통해 소중하게 배운듯하다. 

어떻게 키워졌는가는 결국은 사회적 조건, 여건도 돌아보게 했고, 키우는 사람, 먹는사람이 어떠한 태도로 키워내고 어떠한 태도로 먹느냐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어떻게 키워졌는가' 그것을 제대로 알고 먹는 문제는 먹거리에 대한 기본태도를 바꿔줄수있는 중요한 질문이며, 궁금증이다. 

'어떻게 먹을것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이 되었고 답을 주는 것이 되었다. 


먹는문제가 단순히 '내입이 얼마나 즐거운가'가 기준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적 조건아래 키워지고 만들어지는가가 더 중차대한 문제이고 그것을 볼줄 알아야 먹는것이 '나의 취향'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와 우리의 책임'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소중하게 배우게 되는 듯하다. 


어떻게 키워졌는가와 어떻게 먹을것인가는 '제철찾아삼만리'3년여 여정의 기나긴 질문이 였으며, 그 질문앞에서 '나의 즐거운 먹거리'가 아니라 우리들의 먹거리, 우리들의 식문화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전히, 이 질문은 유효하며, 그 질문에 끓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제철찾아삼만리 여정이였다고 말하고 싶다. 


먹거리에 대한 단순한 맛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제철의 맛이 라고 하는 맛의 정수도 확인했고, 어떻게 키워지는가에 따라 맛이 존재할수도 있고 사라질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고, 다양한 품종으로부터 나오는 맛도 어떤 것인가를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아니라, 사회적여건과 먹거리정책과 노선이  우리밥상, 우리먹거리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고 지대하는 것도 알게되었다. 


막연한 호기심이 먹거리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으로 발전하게 된것이다. 

이 과정이 참 많이 아프기도 했고,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눈 딱감고 먹으면 될것을..참 복잡하고 어렵게 고민하면서 먹는구나..라는 생각도 스쳤다. 중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하랴? 이 모든것이 현실이고 부정할수 없는 사실인것을... 우리가 애써 모른척하고 알려고 하지않아서이지, 사실은 우리먹거리는 이미 우리들이 알고있는 단계를 지나치고 우리들이 우려하는 수준을 뛰어넘었고, 그 심각성, 위태로움은 하늘을 찌를듯하다. 그것이 현실이다. 이를 외면하고 제철을 노래하고 즐기자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고, 또 현실과 맞지않기때문에 그것은 제철과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된다는 것을...말이다. 


먹는것이야말로 지금의 지옥같은 현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해주는 유일한 무기인데..

그것 마저 우리를 쓰라리게하고,아프게 한다는 것..그 사실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잔인하고 고통스럽다. 

그러하지만, 이러한 우리먹거리의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지않고서는 '이쁘게 포장된 독스러운 먹거리'를 그냥 맛있다며 먹는 수밖에 없으며, 어떻게 먹을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길도 없게 된다.


결국은 우리먹거리 현실을 똑바로 보고 그 현실에 기초해서 우리먹거리를 어떻게 다듬고, 어떻게 키워가고, 어떻게 먹을것인가를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조리법만으로, 식재료의 단순한 영양만을 따져서는 절대로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혹은, 건강하게 먹었다고 말할수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난 3년간 절박하게 또, 가슴을 치며 배운 것이다. 


너무나 소소한 나의 엉뚱한 호기심이.. 여기까지 오게된 것은, 그만큼 먹거리의 고민은  여기(사회적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결국, 먹거리는 '우리'가 책임지는 것이지, '내'가 책임지는 것으로 나두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비참하리만큼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문제점을 같이 알아가고 그 문제를 풀수있는 열쇠를 찾아가는 우리가 되야 한다. 그렇지않고서는 우리들의 먹거리는 여전히 독스러운 존재로 우리들 삶과 생활에 알지도 못하는 사이 스며들어 결국에는 우리들삶의 가장 큰걸림돌이 되고 말것이다. 뿐만아니라, 미래가 없는 먹거리로 남겨두어, 미래세대들은 더 암담하고 잔인한 먹거리로 생활하고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나만 먹고 땡!'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 우리가 키워가고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먹거리가 존재하길 바란다. 

이것이 '제철찾아삼만리'가  그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절절하게 담아내는 이야기이다. 



제철찾아삼만리 3년여간의 여정은 단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힘들었기에..

단락도 나누고, 식재료별로도 돌아보았다. 배운만큼 다 담지도 못하였고, 또 배워야할 것들도 여전히 너무 많다. 

그만큼 많은 식재료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에 비해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배우기에는 자료도 턱없이 부족하고 배울방법도 딱히 없었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어디부터 손을 대어 알아봐야하는지도..난감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책과는 담을 쌓은 내게.. 책을 보지않고서는 안되는 지경이 되어.. 정말 많은 책들을 보게 했다. 

아마. 지난 3여년간, 그 궁금증을 채우기 위해 읽은책들은 200여권? 가까이 될까?...권수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주에 한번꼴도 서점에 가서 수많은 책들을 다시보고 또보기를 하기도 하고, 책을 사오기도 하고.. 가끔은(아니 종종) 서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면서까지 읽기도 하면서.. 목말라하는 식재료에 대한 자료를 찾기위해 정말 노력많이했다. 

물론, 다 내것이 되지는 못했다. 다 소화하지 못해 아직도 되새김질하고 있는 것들도 있구..한눈으로 들어왔다 다른 눈으로 쏘옥 빠져간 정보와 자료도 엄청 많다. 많이 읽었다고 해서..다 내것이 되는 것은 아니니깐..

이 과정에서 엉뚱하고 정확하지않는 책도 보았고, 색다르게 근본문제까지 제기하는 책도 만났다. 그러면서 부족하지만 조금씩 나의머리를 채워 나가게 된듯하다. 

공부를 하게끔 만들었다는 것.. 그건 대단히 중요하다. 나에게는.. 나이가 들면, 뭔가를 배우려고 하지않기때문이다. 누구나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배우려는 절박함이 존재하지않기 때문이다. 그런 자극을 준것만으로도 사실은 삶에서 큰 기쁨인지도 모른다. 


물론, 제철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하기위한 자료는 그 어데를 찾아도 없다는 것이...아직도 나를 가장 깝깝하게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찾기위해 어마한 분량의 책들을 소화하면서, 겉핥기라도 하면서 나는, 채우고 싶어했다. 


한번도, 내손으로 내 노동으로 나의 먹거리를 생산해보지 않은 내가, 왈가왈부하며 먹거리를 평가하고 논한다는 것이..어찌보면 오만일수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키워보지 않은자가 먹으면서 감사만 해도 사실 다가 아닌가? 그러함에도, 나는 키워보지는 않았지만, 키워보는 입장에도 서보고 하면서 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관점과 입장을 세우려고 노력했다. 

물론, 여기에는 자만은 금물이고, 내가 틀릴수있다는 여지를 언제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가진 부족함이고, 채워지지않는 부실함이기에..더더욱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이부분을 놓치지않고 먹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기를..오만이 나에게 자리잡지않기 위해..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뭔가 조금 알았다고 '먹거리'에 대한 건방지고 오만해지는 나의 판단을 보게된다. 그럴때일수록.. 그 판단에 감정적이기보다는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이기를..바랄뿐이다. 



제철찾아삼만리 힘겨운 여정속에서 나를 버티게 해준것은 뭘까..라는 생각을 하면, 그건 아마도. 

그중 하나가, 아마 '제철식재료들간의 어울림'을 찾거나, 만들어낸 것이다.  사실, 이건 처음에는 잘 안되는 일이였다. 부재료까지 제철에 맞추려니..모르는 것 투성이인데다가.. 딱히 어떻게 어울림을 만들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갸우뚱했던 것이 많았다. 

시간이 조금더 흐르니, 제철식재료들간의 어울림 고민도 많이 하게되고, 그 어울림에 맞는 요리도 생각하게되고, 그러다 보니 재밌었다. 그 재미가 없었다면, 버텼을까? 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참으로 재미나게 요리했던 시간이였다. 물론 요리는 여전히 어렵고 힘겹지만, 제철식재료를 배우고 그맛을 즐기위한 나의 부단한 노력, 그 창의력만큼은... 정말 높이사고싶다. 


나는, 이길(제철을 찾는일)이 힘들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힘들것이라 장담한다. 

2015년 1월1일부터 시작되는 쌀개방, 수많은 자유무역협정발효, 그 속에서 우리들의 밥상은 정말 괜찮을까?

우리들의 먹거리를 정말 자유롭게 선택해서 우리들 밥상에 건강하게 채워낼수있을까?

어쩔수없는?(정부가 벌인) 토대(수입농축산물)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그속에서 우리들밥상은 과연 지켜낼수있을까?

그리고, 우린 그 쓰나미로 밀려들어오는 수입물량에..어쩔수없다며..밥상을 차리게 될까?

집밥은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식당은..버텨낼까? 

우린.. 매끼니 무엇을 먹으며, 행복해하며 살며, 사랑하며 살아가게 될까?...

지금도 엉망진창인 우리들 밥상이..이젠, 전멸이다. 헛웃음도 안나온다. 

과연 농축산`해산물을 키울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살아남기는 할까?

설령 살아남는다고 해도..그들은 자신들이 키운것으로 먹고 살기는 할까? 

무섭다. 밥상이 굉음을 내며 요동치고 있다. 

우리는, 이소리를 듣고 있는걸까?  이 소리를 멈추게 할..우리는..어떻게 먹어야 할까?


나는 이 길을..계속 걸어가게 될까?...

그리고 이 길을 더 걷다보면, 어떻게 먹을것인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 상상하기를, 아마도..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미치거나.. 아님..눈딱감고..돌아서는 것..아닐까..싶다. 

요즘도. 방송보면서 흥분하는 꼴이나, 시장가서 열 뻗어서..주체못하는 걸 보면..안봐도 비디오다..ㅠㅠ

그래도 가야한다면, 가고싶어한다면, 결론이 어찌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 길을 가고자 했던 '나'를 지켰으면 좋겠다. 


지난 3년동안 나는 참 많이도 변했다. 

조용하고 욕심없던 내가..궁금증에 미쳐서.. 맛도 배우고, 식재료의 제맛도 아름아름 배웠다.

그리고 사회적 문제까지 더 큰 영역에서 먹거리를 보고 느끼고 깨닫게 되었다. 

그속에서 생활의 변화도 무시할 수없을 만큼 많이 달라졌다. 

가공식품없이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것이다. 제철식재료만을 즐기기도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더라는것..

편리함을 버리니, 불편함이 넘쳤지만, 그만큼 식재료에 대한 구체적인 손질법부터 조리법까지 다양한 상상력을 내오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식재료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이젠, 1년먹거리의 구체적인 안착화만 남았다. 

장보기, 손질하기, 조리하기, 보관하기, 1년동안 어떻게 할지를 대략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다. 

이것이 안착화되면, 조금은 수월하게 즐기면서 제철찾기가 되지않을까...싶기도 하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내가 지치지않으면 말이다. 

모든것이 귀찮아지면..끝이다. 왜냐면, 번거로움이 덕지덕지 깔렸으니깐...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았던 제철찾아삼만리, 너무 뿌옇다 못해 앞길이 하나도 보이지않았던 길,

그래서 무섭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던길, 

너무나 용감하게 여기까지 온것 만으로도..사실, 나는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아직도 여전히 손에 구체적으로 잡히는 것 하나 없지만, 그리고 오히려 갈길이 복잡하고 더 어려워졌다는 것만 더 또렷하게 확인된 3년여간의 여정이였다. 


이젠, 갈길이 너무 무섭다. 그 무서움에 용기도 나지않는다. 한걸음 떼어놓기가..어렵게 느껴진다. 

처음 시작할때처럼 용맹함?이 없다. 아니, 생기지가 않는다. 그만큼 현실을 알게된 것이리라..

아마도, 가게된다면 그 주저함이, 그 망설임이. 가득한 길이 되지않을까?...

그래도 가야할까? 나는 이질문을 안고 2014년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보통은 돌아보면, 갈길에 대해 희망도 생기고, 꿈도 가지건만..

나는 돌아보니...갈길이 소름 끼치도록 무섭다. 

지금 나에게 절박하게 필요한건 용기! 그건,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앞으로의 갈길에서 제자리 맴맴도는 한이 있어도, 나는 가야할까? 

이젠 길이 안보이 는것이 아니라, 내 발걸음이..안보인다. 

어디까지 나는 걸어갈수있을까?  


이 무거운 질문이. 제철 찾아삼만리 3 여년 간의 결론이다. 


나의 발걸음은 이 무서운 길에서 도망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