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네번째 김치, 조선배추 통김치입니다.
작년까지는 '조선배추'를 사실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건지 몰라 난감했었는데 올해는 여러가지로 많은 시도를 해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알고 있는 통배추는 일제시기 대중적으로 재배되기시작한 중국배추입니다. 그것이 오늘날에 와서 김치재료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고 우리배추인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먹고 즐겨오던 토종배추는 '조선배추'입니다.
오늘날의 우리들식재료들을 종종 역사적인 확인을 하다보면 근현대시기에와서 대충 낑겨서 한자리 차지하는 식재료들이 꽤나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것인줄 알고 있지만 아닌것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렇게 된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하나는 식민지시절이라는 비통한 세월이 있었던 것이고, 또 하나는 전쟁을 겪고 식량난에 허덕이게 되면서 대중적규모, 양적크기만 크게 생산하면 된다는 대량생산풍토가 자리잡으면서 그간 소중하게 키워졌던 토종식재료들을 버리고 개량식재료, 외래식재료들을 대거 양적승부만 보는방식으로 키워냈던 겁니다. 그러다보니 식재료가 외형적으로 커지고 많이 생산되기는 하지만, 맛과 영양적 측면은 도외시 한것이 태반입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아프고 시린 역사였듯이 먹는 식재료 생산과 먹거리 문화도 그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나라사람들이 즐겨먹는다고 해서 온전한 우리음식이다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우여곡절의 역사가 우리근현대음식문화에는 스며 들었기때문입니다. 우리가 옳게 이해하고 근현대음식문화를 바라본다면 지금처럼 너무 막연하게 '우리음식이 좋다' 라든가, 혹은 '과거음식이 무조건 좋다' 혹은 나쁘다 라는 단순평을 떠나 근현대의 아픈역사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맛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맛이 귀한것이라면, 이제라도 소중히 여기며 다시 찾아가길 바랄뿐입니다.
'조선배추'는 (제게는) 배추맛을 배우는 한 과정이라 여기고 있고, 제철찾기과정에서 소중하게 배우고 있는 맛 중에 하나입니다.
워낙 통배추에 길들여져서 어떻게 입맛을 배워갈지 걱정이였는데,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는듯해서 마음 한켠이 흐뭇해져갑니다.
토종식재료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사라진 오늘날이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그 안타까움을 넘어, 우리나라자연과 농부의 손에서 가장 좋은 것만을 남겨 내려 전해오는 것이 '토종'식재료입니다. 이것만큼 귀한 유산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팽개친 연유가 무엇인지를 우리가 그것만이라도 배운다면 지금처럼 무분별한 식탐에도, 대량생산에만 눈이 멀어 식재료의 온전한 영양과 맛을 잃어버린 생산풍토까지 조금이라도 바꿀수 있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이야기는 항상 거창하지만, 제마음은 하나입니다. '토종식재료를 낯설어 하지않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낯설어하지 않는 연습을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객관적으로 어떤것이 더 좋은 재료인지를 판별해 낼수있는 눈도 생기리라 판단합니다. 그 과정이라 여기며 기쁘게 보아주길..바랄뿐입니다.
조선배추 '통김치'입니다. 통김치라는 이름이 없는데..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우선 사용합니다. 작년부터 익숙해지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이번처럼 통으로 담가보기는 처음입니다. 워낙 조선배추가 길쭉하고 호리호리하다보니 썰어서 주로 김치를 담갔는데, 이번에는 통으로 절여서 통으로 양념해서 담가봤습니다. 어때요? 모양새가 너무 낯설지는 않지요?
일반통배추보다는 너무 작고 아담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만만한 양이라고 보시면 안될듯해요. 왜냐면 통배추보다 길어요.(부피는 작지만요.) 식감은 통배추보다 거친식감이구요. 좋게 이야기하면 씹는맛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푸른잎은 '갓'맛이 납니다. 톡쏘는 맛이 제법 매력적입니다. '갓'처럼 톡쏘는 맛이 진하지는 않지만 익으면 익을수록 톡쏘는맛이 독특한 풍미를 내줍니다.
평상시 하던 김치양념으로 만든것이라 '조선배추'에 어울리는 김치양념을 아직 찾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건 점차 찾아내리라 믿어보면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통으로 담그는 것부터 했습니다.
요즘 한창 먹고 있는데, 독특하게 맛있습니다. 부재료를 딱히 더 넣은것도 아닌데, 시원하고 살짝 톡쏘는 맛까지 있어서 은근히 입맛 확 잡아줍니다. 밥상에서 낯설어할까봐 걱정걱정했는데, 의외로 손이 자주가게 하는 매력때문에 맛있게 챙겨먹고있습니다.
희한하게 익으면 익을수록 참으로 맛있어집니다. ㅎ
보기에는 너무 심심해보이죠? ㅎ 제가 찹쌀풀은 안넣어서 양념이 찰싹 안달라붙었나봐요. 담에는 찹쌀풀도 넣고 무채로 살짝 더 곁들여 넣어보고 그리하면서 더 풍성한 맛으로 채우면 될듯해요.
앗! 조선배추를 지집앞 도깨비시장에서 구입했다는 사실이여요. 놀랍죠? 정말 작디작은 시장인데 '배추와 무' 만큼은 토종식재료를 만다는 것이 어렵지않게 되었어요. 한 채소가게가 가까운곳에 농장을 두고 심어서 내다팔기때문에 가을,겨울에 '조선배추와 조선무'를 만날수 있게 된겁니다. 제가 깜짝 놀라기도 했고 파시는분도 엄청 자랑스러워하시면서 파시고 계셔요.
첫번째는 직접키웠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토종식재료이기때문에 '말'에도, '얼굴'에도 자부심 한가득입니다.
그래서 가을에는 종종 들러 가을무와 배추가 나왔는가..하고 들러보는데, 마침 조선배추가 가판대에 큰자리 차지하고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원래는 토종무' 반청무'로 깍두기나 담글까..하고 갔었다가.. '조선배추'의 자태에 홀려? 그만 한뭉터기를 사오고 말았습니다.
요거이 '조선배추'입니다. 크기는 바닥에 깔리 신문지 보이죠? 신문지를 쫘악 펼쳤을때 길이가 꽉찹니다. 얼마나 긴지 아시겄쥬?
정말 호리호리하게 길쭉하게도 생겼지요? 줄기는 단단하고 아삭아삭합니다. 잎은 줄기에 비해 상당히 넓직합니다.
만나면 알아보시겠지요?
요거이 한포기 꺼내서 썰어낸것입니다. 정말 아담하지요?ㅎ
매번, 퉁퉁 썰어서 담그다가 통으로 담가 먹으니 정말 맛이 다르게 느껴지네요.
파시는 분이 통으로 담그라고 신신당부하신 것도 있었고.. 저도 한번은 도전해봐야겠다는 맘이 생겨서 담갔습니다만, 익혀서 먹는건 역시 통으로 담가 먹는것이 훨씬 좋네요. 퉁퉁썰은것은 겉절이가 훨씬 맛있구요.
이번 김치맛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길게두고 먹는 김치로는 '조선배추'가 압승했을거 같기도해요. 식감이 워낙 단단하기때문에 오래두고 먹어도 그 식감이 변하지않을것 같아요.
조선배추는 가을이 제철인 식재료입니다. 이제 한창 수확해서 장터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는 '조선배추' 꼭 맛보시길 권합니다. 익숙해지면 조선배추만큼 맛있는 것이 없다고들 어르신들은 이야기합니다. 일제시절 통배추(중국배추)로 일색화되어 재배를 종용했지만, 맛과 식감때문에 '조선배추'를 포기하지않고 심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래서 오늘날까지 (양은 많지않지만) 여전히 장터에서도 길러 판매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 포기하지않았던 '그맛'을 꼭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날 익숙해져서 우리밥상에 가장 귀하게 올라가는 음식으로 자리잡기를 ..바래봅니다.
톡쏘는 맛과 아삭한 맛이 일품이네요~
조선배추 통배추
재료: 조선배추20개, 쪽파1/2단
절이기: 물3리터, 소금1컵, 웃소금1/2컵
양념: 양파1개, 배1/4개, 고춧가루3/4컵, 멸치액젓1/4컵, 새우젓1/4컵, 머루포도청1/2컵, 다진마늘3큰술, 다진생강1큰술
조선배추 통김치는요,
통배추와 달리 '조선배추'는 포기자체가 헐렁하고 길쭉해서 어떻게 절일까..도 고민이 많았습니다만, 큰김치대야만 잘 준비하시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보기에는 얇상하고 길쭉해서 금새 절여질것같지만, 그렇지않습니다. 워낙 줄기가 도톰하기때문에 절이는건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맘껏(부드럽게) 휘어질때까지 절이면 됩니다.
기본은 소금물에 담가 절였구요. 사이사이 웃소금도 넉넉하게 뿌려주었습니다.
다 절여지면, 물기를 빼주고, 김치양념을 속까지 잘 발라주고 줄기가 길다보니 둘둘 말아서 한포기씩 보관통에 차곡차곡 담아내면 됩니다.
이번에는 찹쌀풀사용을 안하고 담갔는데요, 찹쌀풀을 넣으면 더 맛있게 되었을듯합니다.
무채를 넣어도 좋을듯합니다. 이번에는 단순한 양념에 담갔습니다. 하나씩 다양하게 늘려가면서 담가내면 될듯합니다.
익히지 않고 먹는것도 맛있었지만, 조금 폭 익혀서 먹는것이 훨씬 맛이 좋습니다. 나날이 맛있어진다고 할까요?ㅎ
조선배추 생김새는 앞에서 확인했으니 바로 손질들어갑니다.
딱히..할것이 없어요. 끝부분만 퉁 하고 썰어내면 됩니다. 포기째로 담을 꺼니깐 줄기끝이 서로 붙어있게끔 잘라주시면 됩니다.
절이기입니다. 물3리터에 굵은소금1컵을 넣습니다. 잘 녹여줍니다.
지집 김치대야중에 젤로 큰녀석을 꺼냈습니다. 그런데도..길이가 워낙 길어서 안들어가요.
줄기부분부터 소금물에 담갔다가 그위에 웃소금 뿌려줍니다. 그리고 속에도 뿌려줍니다.
잎부분도 소금물에 적셔주고 웃소금을 뿌려줍니다.
길이가 워낙 길어서 생각날때마다 잘 뒤적거려줍니다.
충분히 절여주었습니다. 부드럽게 잘 휘어질때까지요.
제가 다른일볼것이 많았던 날이라서.. 찹쌀풀도 안하고..절이는것도 길게 가졌습니다.
절이기시간을 줄일려면 위에 무거운거 올려두시면 됩니다. (다른김치대야에 물 가득받아 올려놓으면 됩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부드럽게 휘어집니다. 그럼, 손질한 쪽파를 한쪽에 넣고 살짝 절여줍니다.
따로 절이지 마시고, 배추가 절여지는 속도를 봐가면서 다 절여졌다 싶을때 넣어서 살짝 숨이 죽게만 해주면 됩니다.
양념은 간단히 배와 양파를 준비했습니다.
멸치액젓1/4컵과 새우젓1/4컵도 넣고 휘리릭 갈아줍니다.
고춧가루3/4컵, 다진마늘3큰술, 다진생강 1큰술을 넣고 섞어줍니다.
머루포도청1/2컵을 넣고 섞었습니다.
작년에 만든 딸기청을 이제 다 먹었습니다. 하여, 산머루청을 꺼내려했는디.. 그 어딘가에서 나타난..몇년전 '머루포도청'을 발견하여..사용했습니데이~ , 색깔 곱쥬? 풍미도 엄청 좋아요.
다 절여졌으면, 물기를 쪼옥 빼줍니다.
채반에 올려놨는디..너무 우람해서..ㅎ
물기가 다 빠지면, 대야에 담고 준비한 양념을 잘 발라주고(포기 안까지) 휙휙~ 둘둘 말아줍니다.
정말 길쭉하니 말아지기는 엄청 잘 말아지네요.
보관통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양이 한통에는 넘치고 두통에 담기에는 조금 헐렁하고..그렇습니다.
그래도 두통에 담았습니다. 통이 5리터짜리니깐.. 10리터는 많이 안되고. 5리터는 넘고..그렇습니다.ㅎ
실온에 하루 놔둡니다. 그리고 새코롬한 익은내가 올라오면 김치냉장고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3일정도 냉장숙성시켰습니다.
자~
접시에 담습니다. 두근 두근..심장소리가 쿵쾅 쿵쾅..떨려옵니다.
그렇게 꺼내어 접시에 담았습니다. 어떤심정인지..아실랑가요?
맛있게 익었을까? 어떤 맛일까? 밥상에서 어떤 점수를 받을까?.. 쿵쾅 쿵쾅 두근두근...ㅎ
정말 아담한듯 우람한 포기김치..ㅎ 맛있게 익은냄새가 한가득 올라옵니다.
포기째 꺼내 도마에 올려 먹기좋게 썰었습니다.
겉절이와는 다르게 조금은 낯설은 김치인데, (제가 밥상에서는 재료에 대한 설명을 잘 안하는 편인지라..) 묻지않으면 굳이 알려주지않습니다. 선입견보다는 '맛'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깐요.
손이 자꾸 갑니다.ㅎ 성공!이죠. 푸른잎은 갓김치맛이 나고요. 줄기부분은 일반배추김치보다 단단함이 돋보입니다. 아삭아삭합니다. 시원한맛이 아주 좋습니다. 톡쏘는 맛이 갓보다는 약한데 고점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꺼내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습니다.
아마..익으면 더 맛있어 지나봅니다. 애껴서..어떤맛까지 남기고 떠나나..확인할낍니다..ㅎ
양이 적어서 금새 바닥날 것입니다. 찹쌀풀은 안넣은 것이 자꾸 생각나서요. 담에는 찹쌀풀까지 꼭 챙겨서 차이점도 확인하고 통배추김치처럼 무채랑 요것저것 양념도 듬뿍 넣어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욕심도 났습니다.
생각해보니, 간만에 김치관련 글을 올리네요. 걱정마세요! 연달아 김치종류만 두개 더 나갑니데이~ 글이 밀린거지..김치담그는 걸 게으르게 하지않습니다^^,
가을은 사실, 김치의 계절이라고 할만큼 김치재료가 맛있어지는 계절입니다. 김치 하나만으로도 열가지 찬이 부럽지않은 계절입니다. 맛있게 담가, 가을밥상을 더 풍성하게 만드시길 바랍니다.
'조선배추'도 가을이 제철입니다.( 물론 봄에도 만날수 있습니다.)
'조선배추' 낯설어하지 마시고 친숙해지는 가을날이 되시길.. 간절하게 바래봅니다.
<더보기1>
<더보기2>가을식재료를 정리했어요. 참조하세요!
제철찾아삼만리는
제철식재료의 귀중함을 하나 하나 배워가며 채워내는 공간입니다.
제철식재료에 대한 사랑은 잃어버린 식재료의 제맛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하고
식재료를 자연의 힘으로 건강하게 키워내는 농수축산분들의 노고를 소중히 아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어떻게 먹을것인가'의 진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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