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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요리/한여름

여름만을 기다렸다2. 조선호박~

여름만을 기다린, 조선호박입니다. 

조선호박은 토종호박으로 제철꼬박지킴이입니다. 6월초중순경이면 여리디 여린 호박으로 만납니다. 

초가을까지 여린호박을 내어줍니다. 그리곤 늙혀서 늙은호박으로 먹습니다. 호박잎부터 씨앗까지 제한몸 다 내어주는 기특한 식재료입니다. 


조선호박을 만나기전까지는(사랑하기전까지는) 사실 1년연중 아무때고 살수있는 애호박을 먹어왔습니다. 딱히 계절이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본적도 없고 된장찌개에 넣고먹기에 무난하니 겨울철에도 비싸다면서 꼭 사다놓아야 안심이 되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애호박의 제철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여름철이 제철임을 알고서는 여름철에 챙겨먹는것을 버릇들였습니다. 가격도 싸고 양도 많으니 더할나위없구나 하는 생각에서부터 도대체 겨울에는 어떻게 키워내는걸까 하는 궁금증까지. 따뜻한 계절에 생산되어야 하는데 그 따뜻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할까.

이런저런 고민이 들자, 겨울철식재료에서 빼는것부터 신경썼습니다. 된장찌개에 꼭 애호박을 넣어야 한다는 고집도 버렸습니다. 


그렇게 한해 두해 채워가던차에, 조선호박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간 보아왔던 애호박과는 생김새도 다르고 공처럼 생겨가지고 저걸 어찌 요리해야하나 싶기도 했었습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토종식재료를 파시는 분들은 '맛있다'는 걸 강조하십니다. 그 강조하는 말한마디에 담긴 자부심과 긍지. 그것을 느낄때마다 무슨차이일꼬. 정말 궁금했습니다. 


조선호박은 맛의 차이를 온전하게 느끼기까지 꼬박 몇해가 흘렀던듯 싶습니다. 

처음은 생김새의 차이정도가 아닐까싶었는데, 몇해 다양하게 여름철 즐겨먹어보니 달큰한맛이 한수 위입니다. 또, 식감도 훨씬 좋습니다. 볶아도 조려도 국물요리에 끓여내도 '조선호박'이 주는 맛이 훨씬 더 좋습니다. 그 온전한 차이를 배우기까지 몇해가 흘렀지만, 그 차이를 몸으로 체득한 것이 기특하기만 합니다. 



여기에, 더 사랑하게된 이유가 또 생겼습니다. 조선호박을 말려두었다가 겨울부터 봄까지. 즉 조선호박이 다시 나오기 전까지 챙겨먹으면 끝내준다는 걸 배우게 되면서입니다. 아니사랑할수 없는. 정말 사랑스러운 식재료입니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든든한 밥상을 채워주는데다가, 말려두기만 하면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두둑하게 밥상을 채워줍니다. 말려먹으면 그 식감은 조선호박이 압승입니다. 겨울에 나물로 먹고서는 완전 반했습니다. 도톰하게 말렸는데 맛도 맛이지만 오돌오독씹는맛까지 주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덕에 작년겨울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게 먹은터라 적게 말린것이 너무 아쉽고 하여, 또 겨울에만 먹으려고만 준비했고 그해 가을 비가 어지간히 종종 와서 잘 말리지 못한 탓도 있고해서 봄철까지 못먹는다고 여겼다가 장터에서 봄철내내 말린조선호박을 팔아서 그 덕에 봄철에는 맛나게 챙겨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다짐을 했지요. 날씨를 잘 살펴서 '조선호박' 내년봄철까지 두둑하게 먹을수 있게 챙겨야겠구나 하고요. 

당연히 초가을까지 잘 챙겨먹는 것은 기본입니다. 늦여름 초가을로 진입하면 조선호박도 가격이 더 싸지고 갯수도 넉넉하게 줍니다. 그때 사다가 하나는 맛나게 챙겨먹고 하나는 말려두기를 시작합니다. 그냥 내년봄까지 맛있을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그런 재미를 알게해준 '조선호박'.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조선호박.


애기공만한것에서부터 초등학생이 가지고 놀만한 공크기까지 여름철내내 만날수 있습니다. 작은건 1개의 1000원. 때에 따라 두개도 줍니다. 큼지막한건 2000원이구요. 밥상에서 쓰임새를 생각하면 착하디 착한 가격입니다. 

조선호박도 종류가 여러개인데, 그중 으뜸이 위사진의 조선호박입니다. 동그랗게 생겼고, 별모양의 꼭지가 달렸습니다. 

참 이쁘게 생겼죠? 왜? 호박이 못생김의 대표이름이 되었는지 도통 이해가 안가지만. 제겐 조선호박은 너무나 어여쁘고 기특한 이름이고 사랑스런 식재료입니다. '조선호박만 같아라!' 이런말은 최상의 칭찬입니다. 


당연히, 1년연중 다양하게 맛있게 먹게해주니 이보다 멋진 식재료가 어디있단 말입니까!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맛나게 생물로 먹고, 겨울은 늙은호박으로 봄철까지 먹을수 있게 해주고, 말려서는 내년 초여름까지 든든하게 채우니 너무 멋지죠. 

그냥 '매력덩어리'입니다. '복덩이'이구요. 


수많은 토종식재료가 자취를 감추거나 거의 만나기 어렵다면, 조선호박은 그나마 흔하게 만날수 있는 토종식재료중 하나입니다. 개량종이 넘치고 수입종자가 넘치게 흘러들어와도 '조선호박'이 내어주는 멋과 맛을 따라갈수가 없기때문입니다. 

당연히, 고집스럽게 그 맛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았기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대량재배가 되고있느냐 그건 아닙니다. 토종식재료는 씨를 받아 심고 거두기를 반복하는 관계로 요즘처럼 종자회사에서 사다 심고 키우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많아 아름아름 키우기를 많이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장터나 시장에서 여름철에는 만나기 어렵지않습니다. 얼마나 다행인가싶고 얼마나 행운인가싶고.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더많이 사랑해주어 보다많은사람들이 '조선호박'사랑에 흠뻑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토종식재료가 왜 제철지킴이이고 제맛지킴이인지를 배우고, 제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제맛을 지키는 힘임을 깨닫게된다면 더할나위없을듯 합니다. 그누구에게도 여름은 조선호박이 주는 복을 밥상에 듬뿍담는 계절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조선호박이 말려서, 또는 늙어서 주는 복도 다른계절에 흠뻑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 다양한 조선호박들입니다. 당연히 여린호박 애호박입니다. 

친근한 호박도 많죠? 재래시장에서도 여름철에 자주 만날수 있는 조선호박들입니다. 물론, 아래하단 왼쪽에 있는 공모양의 호박은 5일장터나 직거래장터에서나 볼수 있습니다. 근데, 고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초가을까지 한껏! '조선호박' 잘 챙겨 여름밥상을 든든히 채워냈으면 하고요. 또, 늦여름 초가을 식재료를 정리하면서도 이야기하겠지만, 늦여름초가을은 여름식재료를 잘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이 초가을까지 즐길수 있기때문이고 또 하나는 가을식재료는 가을중턱쯤이나 늦가을즈음이 되야 맛이 들기때문에 그러합니다. 

그러니, 조선호박은 여름철에도 든든하지만, 초가을과 가을중턱까지 든든한 식재료입니다. 

여름철 날씨가 워낙 덥고 또 장마, 태풍, 가뭄 등등 요란한 날씨덕에 채소가 넉넉치 못할때가 많은데 무난하게 걱정없이 항상 우리곁에 잘 있어준 것이 '조선호박'이기도 합니다. 


여름갈무리를 하면서 말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하겠지만, '조선호박'은 꼭! 챙겨서 잘 말려 내년봄까지 알뜰하게 귀하게 맛있게 채워봅시다. 정말 끝내주거든요. 나물용으로 뿐만아니라 찌개거리로도 훌륭하니깐요. 겨울-봄에 에너지 팡팡 쓰며 허약하게 큰 '애호박'에대한 집착을 버리고 '조선호박'말린 것으로 한껏 즐겨보세요! 겨울과 봄이 든든해집니다. 


여전히 저는 아직도 '조선호박'의 매력을 다 맛보질 못했다고 여깁니다. 올여름도, 가을도, 그리고 겨울과 봄도 '조선호박'이 주는 복을 하나씩 채우는 일. 제철찾기 여정의 소중한 걸음이 되리라 여깁니다. 


이웃님들도 이 무더운 여름부터 '조선호박'사랑을 하나씩 채워나가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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