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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요리/늦겨울

구수한 짙은 향에 반해요! 말린 곤드레나물 밥~

구수한 향이 짙은, 말린 곤드레밥입니다.

곤드레의 정식이름은 '고려엉겅퀴'입니다. 낯설지요? 낯설다고 익숙한것으로만 부르기에는 나물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할수가 있습니다. 고려엉겅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꼭 술에 취한 모습같아 곤드레라는 이름을 별명처럼 불러주던것이 유명해지면서 그 이름으로 자기이름을 가지게 되버렸습니다. 뭐, 친근한 이름이니 그대로 불려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엉겅퀴라는 사실을 잊지말자는 겁니다. 엉겅퀴는 이름만 들어도 대충 아시겄죠? 잔가시가 참 많은 식물이죠.

고려엉겅퀴(일명' 곤드레')는 구수한 향까지 있어서 나물로도 좋아 많이 먹게된듯합니다. 


이런이야기로 시작하는건, 유명해지면서 재배농가가 많아져서 철도 없어지고, 그러면서 '산나물'이 가진 특성도 다 잃은것이 안타까워그러합니다. 물론, 산나물은 많이 재배되어 보다 많은사람들이 즐긴다는 측면에서는 좋다고 할수있지만, 조금만더 들여다보면 '산나물'특성까지 잃으면서 많이 키워내는 것이 정말 좋은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산나물답게 키워내야 정말 좋은일이 아닐까. 당연히 그건 제철을 지키는 산나물이죠. 산나물은 산에서 자라는 특성때문에 그가치가 있고 그 영양이 있고 맛과 향이 있는 것입니다. 산나물 그 가치를 잃은 '철없는 밭나물' 이 되어버린 것을 만날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상시에 만나는 산나물이 이름만 산나물이요. 무늬만 산나물이라는 걸 제철찾기를 하면서 배우게 되면서 우리가 정말 '맛'도 잃고 '향'도 잃으면서 '이름'만 요란하게 먹고있구나 그런생각을 했습니다. 


산나물은 초여름이 되어야 제맛이 듭니다. 산의 특성상 산아래가 따뜻했을때쯤이 가장 성장하기가 좋기때문에 그러합니다.

그래서, 산나물은 초여름부터 여름내내 즐겨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겨울에도 마트에서 만나고, 초봄에도 만납니다. 

어떻게 키운걸까요? 당연히 하우스재배입니다. 이러다보니 산나물은 거칠게 크는 특성인데, 얌전히 고운환경에서 자라려니 연약하고 잘 크지않으니 농약과 비료를 떡칠하게 됩니다. 이거 '산나물'맞습니까? 


유명한 제철해산물은 수입산으로 갈아타고, 유명한 산나물은 겨울하우스나물로 아예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대표적인 나물이 곤드레, 취나물, 두릅이 그러합니다.  이런나물은 초봄이 되기전부터 판매됩니다. 초여름에 만나는 제철산나물과 맛과 향이 완전 다릅니다. 

그 차이를 배우게 된다면, 얼마나 제철식재료가 중요한지를 뼈져리게 느낄수 있습니다. 


철없이 재배하는 풍토나, 철없이 먹고자하는 우리나 모두 제철식재료를 망가뜨리는데 앞장서 온것입니다. 

누굴 탓하자가 아니라, 어떻게 먹을것인가를 더 깊숙하게 물어보고 그 안에서 우리들이 할수있는일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얼마전, 어느 농민신문에 대문작만하게 사진이 하나 실렸는데 봄을 부르는 산두릅이라며 환하게 찍은 사진이였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국산 두릅나무줄기'를 대거 사다가 하우스재배한 것이더군요. 씁쓸해서. 말이 더 길어졌습니다. 

조만간 여기저기 미디어에서 '봄나물'이니 '산나물'이니 하면서 봄맛이라고 떠들터인데. 그 나물들이 정말 봄과 산의 맛을 담았는지가 저는 정말 답답할 지경입니다. 석유먹고 큰 철잃은 채소와 과일. 비싼값(석유값)만 치를뿐 그 어데 영양과 가치가 있는건지. 


늦겨울과 초봄은 천천히 봄을 마중하는 시기입니다. 이시기는 묵나물과 겨울채소로 밥상을 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제철찾기 여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것이 있다면, 아마 그건 '기다림'일 것입니다. 제철을 기다려주는 겁니다. 

그리워하며 애타게 기다려주는 일. 그것이 제철식재료를 즐기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봄식재료 조금만 더 느긋하게 기다려봅시다. 봄이 무르익어야 봄식재료는 성장합니다. 그 키워지는 시기를 애타게 간절하게 기다려주는일을 해보는거 그것이 제철식재료를 먹는 기쁨이라는.  



작년, 초여름에 산에서 재배한 '곤드레'를 직거래장터에서 사다가 너무 향이 짙어서 어떻게 보관할꼬 고민했습니다. 

(제가 철모르고 먹었을때는 초봄에 나오는 곤드레나물을 반갑다며 덥썩 사온일이 있었는데, 아무 향도 없고 우람하기만 하더라구요. 그래서 곤드레는 그런나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산에서 키운 초여름 '곤드레'를 사다 먹어보곤 짙은 향과 그 거친식감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간 잘못 먹었구나 ' 그렇게 깨달은 이후 산나물을, 제철식재료를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향이 짙고 예뻐서 그대로 담아 숨켜두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생곤드레를 초여름부터해서 여름까지 챙겨먹었습니다. 어찌나 맛있던지요. 그리고 곤드레가 끝나갈무렵. 말려두기도 해야겠다싶어 작은양으로 말렸습니다. 

말린나물보다 생곤드레를 얼렸다 해동해서 먹는것이 너무 맛있었기때문에 사실 말릴욕심이 그다지 나지않았어요.

그러면서 올겨울에 어떤맛을 줄꼬하면서 기대했죠. 드뎌, 맛봤습니다.  


아오~~ 짙은 곤드레향이 말린나물에서도 진하게 납니다. 밥을하면서 그향기에 초여름 그 어느날을 떠올렸고 그리워했습니다.

보드랍게 잘 삶아진 곤드레가 코로, 입으로 마구 달려듭니다. 아~맛있다! 



밥물은 '말린곤드레삶은물'로 잡았더니 더 짙어진것 같기도 하구요. 구수함이 밥자체에서 느껴지지요?

거기다가, 겨울밥은 잡곡밥이잖아요? 쌀 사이사이 차조가 듬뿍, 찰수수, 잡곡'피'도 들었죠. 차진밥에 나물도 듬뿍넣었죠.

으찌나 맛있던지 행복한미소가 끊이지않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비빔장을 막장으로 끓여 만든다고 하던데, 다음에는 그리 준비해서 된장비빔장을 만들어 먹는것도 괜찮을거 같아요. 


요즘 한창 그간 계절별로 준비해왔던 나물들 꺼내 맛보며,  그 말렸던 계절들을 하나씩 그리워해보기도 합니다. 

산나물은 초여름 대략 6월초순경인데요. 그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아...봄볕 옴팡지게 팍팍 받고 잘 커다오. 그런 간절한 마음도 생깁니다. 올 초여름에 만날땐 더 든든하게 챙겨두어야쥐. 이런 맘도 한가득 됩니다. 


세상이 하도 '빨리빨리'만을 외쳐대니 '기다림', '그리움' 이런것이 음식에도 없습니다. 묵나물은 '기다림'과 '그리움'을 한가득 안겨줍니다. 초봄까지 묵나물을 챙겨먹으면 '계절의 기다림과 그리움'을 담아낸다면 더 맛있는 밥상이 되지않을까요?







말린 곤드레나물밥 


재료: 삶아 불린 곤드레나물 크게 두줌반, 맵쌀1과1/2컵+잡곡1컵

밥물: 곤드레삶은물 (쌀과 동량)

곁들임장: 양조간장3-4큰술, 참기름1큰술, 고춧가루약간, 당근약간, 움파약간, 통깨약간  



말린 곤드레나물밥은요,

말린 곤드레나물을 손질하는 것과 냄비밥을 잘 할줄알면 됩니다. 

(냄비밥 할줄알면 맛난 나물밥상 차리기 어렵지않습니다~~~)


여기에, 구수한맛을 더 살리고 싶다면, 들기름에 먼저 불린쌀을 볶은후에 손질한나물도 같이 볶아주면 더 구수해집니다. 

말린나물밥은 생나물밥과는 다르게 '압력밭솥'에 해도 상관없습니다. 생나물은 마지막에 넣어야 색감과 향을 살려주어서 냄비밥이 좋구요.


말린곤드레 손질법은 일반 잎묵나물과 같습니다. 물론 산에서 거칠게 큰 초여름 곤드레일 경우는 줄기도 만만치않기때문에 조금 삶는시간을 더 줍니다. 대략 잎나물은 5분에서 8분정도 삶습니다. 10분내외로 나물이 잘 풀어질때까지 삶아주면됩니다. 

그리고 그대로 냄비째 식혀두었다가 삶은물은 밥물로 조금 남겨줍니다. 나물은 들기름과 국간장으로 밑간해줍니다. 

준비한 불린 쌀과 함께 들기름에 살짝 볶다가 밥을 하면 됩니다. 



1. 말린 곤드레나물 손질법과 말린 곤드레나물


곤드레 말린 것입니다. 말렸어도 우람하지요? 거기다가 시커멓습니다. 

곤드레는 푸른잎이지만 데쳐서 잠시 놔두면 거뭇해지다가 말리면 시커멓게 변합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랬는데, 이제는 그래야 곤드레나물이쥐. 이런생각을 합니다. 생나물을 데칠때보다 묵나물을 데칠때 검은물이 더 많이 진하게 나옵니다. 그것도 놀라지 마시랏!



묵나물중 잎나물은 끓는물에 바로 삶습니다. 향이 짙은 나물은 많이 헹구지않습니다. 

삶는시간은 나물이 잘 풀어질때까지입니다. 대략 5-8분정도면 됩니다만 양에 따라 나물말린상태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니 나물상태를 보아가며 시간을 잡으면 됩니다. 



다 삶아졌으면, 뚜껑덮고 그대로 식혀줍니다.  잘 불려졌지요?

푸른색이 보이는건.. 흠.. 참취나물은 살짝 끼여들어가지공..그렇다능. 


삶은 물은 밥물로 챙겨둡니다. 

이때! 직접 말린것은 상관이 없지만, 사다 말린 것일경우는 흙이 많을수가 있습니다.  

그때는 윗물만 뜨거나 사용치않는 것이 더 낫습니다. 



물기짜서 준비한 삶아 불린 곤드레에, 국간장과 들기름을 적당량씩 넣고 조물조물 무쳐둡니다. 

다진마늘도 약간 넣습니다. 향이짙은 나물에는 '마늘'을 살짝만 넣거나 않넣는 것이 좋습니다. 

들기름 살짝 두르고 밑간한 곤드레를 넣고 볶아줍니다. 




다시마우려끓인물 1/2컵정도 부어 살짝 조리듯이 볶아냅니다. 



촉촉하게 잘 볶아졌으면, 대파채 넣고 들깨가루 1-2큰술 넣고 뒤섞어 주다고 통깨뿌려 마무리~

모자란 간은 국간장으로 추가하면 됩니다. 



제가 말린 곤드레로 나물을 해먹기는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오호..생각보다 곤드레향이 진해서 정말 맛있는 나물이네요. 

나물밥과 함께 먹었습니다~




2. 말린 곤드레나물밥 


나물밥에서 젤로 중요한건 '나물'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밥'입니다. 

잡곡밥으로 겨울,초봄 나물밥을 즐겨 먹으면 좋아요. 

찰진 잡곡을 넣어서 찰싹찰싹 안기는 맛이 기가막히거든요. 그맛이 익숙해지길 바래요. 



피, 흑보리, 찰수수, 노란차조, 약차조 이렇게 들어갔어요? 어떤건지 찾으셨나요?

찰수수 위에 있는 것이 '피'여요.  당연히 맵쌀반, 잡곡반이죠.  

깨끗하게 씻어서 불려놨습니다. 대략 20여분정도면 됩니다. 

잡곡이 들어갔으니깐 30분정도 넉넉하게 불리세요. 



삶아서 불린 곤드레를 먹기좋게 쫑쫑 썰어냅니다. 그대로 넣어도 무방한데요. 

조금 잘게 썰어서 넣는것이 먹기에는 더 좋아요. 



말린나물밥의 핵심이여요. 말린나물 밑간입니다. 

'국간장'과 '들기름'1큰술씩 넣고 조물조물 무쳐놓습니다. 



구수함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방법인데요. 

들기름1큰술을 냄비에 붓고 먼저 불린쌀을 살짝 볶아줍니다. 

살짝 겉이 투명할때까지 볶아주면 됩니다. 



그러다가 밑간한 나물넣고 또 살살 볶아줍니다. 



길게 볶지않습니다. 쌀이랑 나물이랑 잘 섞어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밥물은 곤드레삶은물로 합니다. 그러면 두배는 더 짙은 향이 납니다. 

쌀양과 동량의 물을 붓습니다. 

이때! 묵나물이 잘 삶아지지않았다면 물을 더 먹게되니 나물손질상태에 따라 밥물을 잘 잡아주어야 합니다. 



밥을 하는동안, 비빔장을 만듭니다. 

만만한 움파(집에서 길러먹는 대파)를 준비합니다. 

고춧가루, 대파약간, 다진마늘약간, 통깨, 참기름넣고 당근다진것도 쫌 넣고 양조간장 3-4큰술 부어 섞어줍니다. 

(고춧가루는 빼도됩니다. 취향껏! )



밥하는 동안 내내 짙은 곤드레향이 납니다. 아 구수하다 구수해

말린나물밥은 처음부터 넣고 밥을 하는지라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뜸을 들여주면 됩니다. 

대략 10분정도면 됩니다. 정확한 시간은 밥상태를 보고 확인하면 됩니다. 



자~~완성입니다. 잡곡밥이 찰져가지공 어찌나 찰싹찰싹 차진지. 



자~ 

차려봅니다. 


아오~~ 맛있다는 함성 쏟아집니다. 향기에 이미 군침이 줄줄 흘렀거든요.

구수한 곤드레향이 어쩜 이리 맛난겐지. 양념장 쓰윽 올려 비벼내고 거기에, 곁들인 찬들과 함께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리 맛있어도 되는겁니까? ㅎㅎㅎㅎ

코끝으로 달려오는 짙은 곤드레향, 혀끝에서 입안으로 밀려들어오는 향과 부드러운 식감에 찰싹찰싹 찰기있게 달라붙는 요맛! 

신기한 나물밥입니다. 초여름에 준비한 보람이 한껏 느껴지게 하는 맛입니다. 



한해를 갈무리하면서 마련한 말린나물들로 겨울밥상을 채우는일이 더 흔해지고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소박한듯 특별한 상차림입니다. 계절과 계절을 정직하게 넘나드는 맛이기도 하구요. 


묵나물이 맛있는 계절, 늦겨울과 초봄에 맘껏 잘 챙겨먹고 봄마중 잘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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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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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식재료가 중요한 까닭


제철찾아삼만리는 

제철식재료의 귀중함을 하나 하나 배워가며 채워내는 공간입니다. 

제철식재료에 대한 사랑은 잃어버린 식재료의 제맛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하고 

식재료를 자연의 힘으로 건강하게 키워내는 농수축산분들의 노고를 소중히 아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어떻게 먹을것인가'의 진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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