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밥상의 꽃! 대보름밥상1번째, 9가지 묵나물입니다.
음력대보름은 1년중 처음맞는 보름이라 달의 움직임으로 계절의 온도를 읽고 생활해온 우리민족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날이였습니다.
그래서 음력설에서부터 대보름까지 한해인사와 덕담도 두루두루 하고 한해 시작을 힘차게 열어내는 기간이기도 했던듯 싶어요.
그래서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날에 한해복과 풍년을 기원하는 그 마음이 담겨진 날입니다.
지금처럼 계절이 변주되고 또 계절과 아무상관없이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낯설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삶으로 살아내었던 그들은 계절의 우여곡절도 오롯이 삶으로 잘 가꾸어낸듯합니다.
고유명절 그 음식들을 보면 단순히 지혜롭다라는 말로만 표현할수없는 멋스러움이 한가득입니다.
그래서 음식을 들여다보면 시대가 보이고 삶이보이는 건 이때문인가봅니다.
'빠름'의 속도로 모든것을 결정하고 미친듯이 달려가느라 계절의 감각 자체를 잃어버린 우리네 지금세상에서, 우리는 어떤의미로 이날을 맞고 보내야 하는걸까.
사실, 저는 제철찾기여정에 나서면서 '계절의 감각'을 하나씩 익혀왔는지도 모릅니다. 계절의 감각을 잃지않고 산다는 것이 제철찾기의 중요한 것임을 배운거라 할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철식재료는 계절의 흐름대로 성장하고 만들어지기때문일 것입니다.
그 감각대로 만들며 채워낸 고유음식들을 마주할때면 계절을 거스르지않고 철을 뛰어넘지않고 그 계절을 살아내기위해 지혜를 짜내야했던 그들의 애틋한 삶의 여정을 생각하게 됩니다.
기나긴 겨울을 버티기위해 마련한 묵나물(말린나물)의 가치는 수많은 계절을 맞고 보내며 쌓아내고 만들어낸 삶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가 그런 가치를 우리들음식에 조금만 채워낼수 있다면 요란한 '건강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오는 음식이 아니라 삶의 한 여정이 담긴 음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낼수 있지않을까.
묵나물은 겨울음식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 계절을 지나오면서 마련한 제철식재료들을 갈무리해서 식재료가 부실한 겨울철 챙겨먹는 것이라 더할나위없이 좋은 계절음식입니다.
대보름이여서 챙겨먹는 관성도 나쁘지는않습니다. 여기에, 제철음식으로 굳건히 자리잡히기까지 한다면 단순히 무늬만 고유명절이 아니라 삶의 한 여정으로 만들어낼수 있으니 이보다 의미있는 건 없으리라.
겨울이 시작되면 그간 말려왔던 나물들을 하나씩 꺼내 맛을 봅니다. 올겨울은 시작부터 너무 따뜻했던터라 느즈막히 묵나물을 꺼내 맛보느라 소개를 못하고 대보름이 와버렸습니다.
한계절을 보내고 맞으며 그 계절을 갈무리할때마다 겨울에 먹을 묵나물을 마련합니다. 제철찾기를 하면서 묵나물을 마련하는 건 '제철식재료'에 대한 욕심에서 시작했었습니다. 그리고 몇해를 보내면서 '묵나물'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졌습니다.
그 한계절을 사랑하게 되고, 그리워하게되는 마음과 애틋한 기다림을 알아갑니다. 그러면서 '묵나물'이 얼마나 소중한 식재료인지 배웁니다. 묵은음식 옛음식이 아니라, 제철을 찾기위한 소중한 음식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마냥 좋아했던 음식으로가 아니라 삶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가길 소망합니다.
이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가장 멋스럽고 자랑스런 음식문화이며 21세기에도 앞으로 그어떤 시대에도 그 값어치는 더 부각될 음식이라 자부합니다. 이런 요란한 의미를 붙치지않아도 오로지 나의 문화 우리의 문화가되길, 내 삶 우리들 삶의 동반자가 되어주길 대보름날을 맞으며 다짐 또 다짐해봅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9가지나물을 준비해봤습니다. 사실 가짓수는 그다지 중요치않습니다. 대략 작년 한해를 살면서 요것 죠것 말려두다보니 10가지는 훌쩍 넘었습니다. 자기집 사정따라 계절의 변주에 따라 사정은 달라집니다. 그에 맞게 준비하고 마련해서 먹으면 됩니다. 제일 중요한건 묵나물을 마련하는 과정이고 겨울부터 초봄까지 먹을만큼의 양을 조정해내는 것입니다.
윗줄부터 '지장나물', '눈개승마', '참취나물' 가운데줄 '고사리' ,'조선호박 고지', ' 다래순' 마지막줄 '죽순나물' ,'시래기' ,' 섬쑥부쟁이나물' 입니다. 여기에, 박나물, 곤드레, 가지나물, 무말랭이 도 있습니다. 늦봄에 봄을 보내며 말리고, 늦여름에 여름을 보내며 말리고 늦가을에 가을을 보내며 말려온 것들입니다. 겨울에 어떤맛을 줄꼬하며 기다리며 말리고 그 계절이 가는 아쉬움을 담아 말려내기도 했습니다. '향'이 유난히 좋은 나물들도 꼬박 챙기고, 식감이 좋은 나물들도 챙겼습니다.
사실 대보름에 먹으려고 말린것들이 아니라 겨울내내 그리고 초봄까지 먹으려고 말린것들이고 대보름을 맞으며 다 꺼내놓고 만들어보았습니다. 나물 하나하나마다 사랑스럽습니다.
▲이번 사진에 보이는 첫줄은 '참취나물'과 '눈개승마'와 '지장나물'입니다.
초여름에 사다 말린 봄나물 산나물입니다. 참취나물은 어찌나 향이 좋은지 모릅니다. 묵나물이 되어도 그 짙은향이 사라지지않습니다. 향으로 금새 알아챕니다. '눈개승마'는 고기만큼 맛있는 식감입니다. 고사리보다 식감이 월등히 좋습니다.
'지장나물'은 딱히 향은 없지만 처음 먹어보고 말려둔 나물인데 독특한 특색은 없지만 부드럽습니다.
▲이 사진 첫줄 ' 죽순나물' '시래기' ' 섬쑥부쟁이' 입니다.
죽순나물은 식감이 아주 끝내줍니다. 그 식감때문에 매년 준비합니다. 시래기는 가을내내 짬짬이 말려둔것인데 부들부들하게 잘 삶아져서 너무 맛있습니다. 섬쑥부쟁이는 향이 좋은 들나물입니다. 말려두면 그 향기에 반하게됩니다.
▲이 사진은 첫줄 '섬쑥부쟁이', ' 다래순', '참취나물'이네요.
'다래순나물'은 달콤한 다래향이 나는 멋진 나물입니다. 이번줄은 다 향이 너무 좋은 나물들이네요.
향으로 봄을 그리워하며 먹는 나물들입니다.
가운데 '호박나물'과 사진에는 안보이는 '고사리'가 있어요.
호박나물은 '조선호박'으로 만들었는데, 으찌나 오돌오돌 맛있는지 말릴때 날이 흐리고 비가많이와서 고생했는데(양이 적음) 이렇게 맛있는 식감으로 선사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고사리'는 강원도산인데 아주 여린것들이라 부드럽습니다. 식감도 좋구요.
이미 육개장과 당면볶음으로 한판씩 해먹었지요.
이 한접시에 봄, 여름, 가을을 담았습니다. 다가올 봄, 여름, 가을도 소중하게 만나길 바래봅니다.
그래서 다시 찾아올 겨울에 오롯이 담아내길 소망해봅니다.
이렇게 준비한 묵나물, 어떻게 손질할까요?
묵나물은 편의상(제가 임으로 정한것임) 잎나물을 말린것, 줄기나물을 말린것, 과육을 말린것으로 나눕니다.
그것에 따라 각각 손질법이 따로 있습니다. 그에 맞게 손질하면 더 특색있게 맛있게 즐길수 있습니다.
말리는 방법도 각각 다릅니다. 말리는 방법은 푸른나물은 소금물에 데쳐 서늘한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 말리고 그외는 볕에 바싹 말리면 됩니다.
조리법은 밑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들기름'과 '국(조선)간장'으로 해준후 육수나 물을 적당량 붓고 팬에 살짝 삶듯이 볶아내면 됩니다. 가을에 수확한 들깨로 짠 들기름을 준비하면 그 고소한 맛이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국간장'으로 간해야 나물이 가진 특성을 빛나게 해줍니다.
우선, 잎나물은 주로 들나물 산나물이 속합니다. 여기에 나무순나물도 있습니다. 말그대로 잎을 주로 먹는 나물입니다. 대부분이 여린순을 먹습니다. 그래서 손질이 쉽습니다. 팔팔 끓는 물에 말린것을 그대로 넣고 5분에서 10분내외로 삶아주다가 그대로 뚜껑덮어 식혀줍니다.(잎나물의 굵기나 두께에 따라 삶는 시간은 다릅니다.) 다 식으면 헹구거나 물기를 짜서 밑간(들기름과 국간장)한후 간단한 육수를 약간 1/4컵에서 1컵 사이로 조정해서 넣고 삶듯이 볶아내주면 됩니다. 기본 팔팔 끓는물에 잘 삶아내면 육수없이 볶아내기만해도 부들부들합니다.
줄기나물은 말그대로 줄기를 먹는 나물입니다. 토란대,시래기, 고구마순, 고사리, 죽순,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줄기를 주로 먹는 나물이라 충분히 불려주고 충분히 삶아주어야 합니다. 토란대와 시래기 같은 경우는 충분히 불려줍니다. 하룻밤 정도면 좋습니다. 그리고 쌀뜬물에 푹 삶습니다. 토란대는 떫은맛을 제거하기위함이고, 시래기는 특유의 무냄새를 제거하기위함입니다. 부들부들해질때까지 삶아준후 뚜껑덮고 그대로 식혀두었다가 헹궈주고 물기짜서 밑간한후 육수넣고 살짝 볶아내면 됩니다.
고사리와 죽순같은 경우는 잎나물처럼 손질합니다. 뜨거운물에 바로 삶아줍니다. 고사리는 대략 10분정도 삶아주면 되구요. 죽순은 20분정도 푹 삶아줍니다. 그리고 똑갈이 뚜껑덮은채로 식혔다가 밑간해 육수넣고 살짝 볶아내면 됩니다.
과육나물은 과일을 말린것이 아니라 열매, 뿌리를 말린것인데요.(편의상 이리 불러줍니다.) 주로 호박, 가지, 무, 박 등이 속합니다. 잎이나 줄기와는 다르게 물에 충분히 불려주고 밑간해서 볶거나 그대로 양념해서 먹으면 됩니다.
여기서, 특색있는 나물 몇가지의 주의사항을 담자면.
향이 있는 나물입니다. 향으로 먹는 나물은 한김 식으면 제대로 불려졌는가만 확인하고 헹구지않고 바로 물기짜 둡니다.
여러번 헹구거나 오래 담가두면 향이 사라지기때문입니다.
작년 봄, 여름, 가을 말린 나물들입니다.
나름 특색있게 한줄씩 묶었습니다.
섬쑥부쟁이, 다래순, 참취나물은 향이 진해 그 맛에 홀딱 빠져는 나물입니다.
섬쑥부쟁이는 들나물이고 '일명 울릉도취'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판매되곤 합니다. 늦봄에 구입해 말리면 됩니다.
다래순은 다래나무의 순입니다. 다래의 달콤한 향이 매혹적입니다. 늦봄에 구입해 말립니다.
참취는 초여름에 구입하면 아주 향이 더짙습니다. 그때 사다 말립니다.
죽순나물, 호박고지, 눈개승마는 식감이 끝내주는 나물입니다.
죽순은 한창 무르익은 봄부터 초여름까지 나옵니다. '분죽'으로 사다가 말립니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너무 좋습니다.
호박고지는 초가을에 조선호박으로 말린것인데 도톰하게 말렸더기 오독거리는 식감이 끝내줍니다.
눈개승마는 초여름에 나오는 산나물인데, 고기와 같은 식감이라 눈감고 먹으면 구분이 힘들정도로 식감이 좋습니다.
고사리, 시래기, 지장나물은 부들부들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사리도 식감이 좋은 나물중 하나입니다. 시래기는 부드럽게 감기는 맛을 살렸고 지장나물은 처음만난 나물인데 향이나 식감이 튀지않고 부드러운 맛으로 먹었습니다.
만드는밥법은 이미 앞서 구두로 설명한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또 구체적인 사진은 나물별로 그간 꾸준히 소개했던터라 이번에는 생략합니다.
다음주에, 눈개승마, 섬쑥부쟁이, 지장나물을 순서대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즐기는 나물들이라 소개는 다음주에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기본은 앞에서 설명한대로 '묵나물 특성'대로 삶고 불리고 밑간하고 조리듯볶아내면 됩니다. 당연히 필수양념은 '들기름'과 '국(조선)간장'만 준비하면 됩니다. 향이 진한 나물은 마늘을 줄이거나 약간만 넣으면 되구요. 부드럽게 먹고픈 나물들은 충분히 삶고 밑간후에 충분히 볶아내면 됩니다.
중요한건, 봄 여름 가을을 살아내면서 소중한 제철식재료들을 말려내고 보관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입니다.
대보름날을 맞아 그런 소중함을 배우고, 다짐한다면 더할나위없이 복스런날이 아닐까싶습니다.
9가지 한번에 다 마련하려면 힘이 조금듭니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꾸준히 먹는 음식들이니 자기집에 맞게 하나씩 하나씩 소중하게 맛보며 즐기시길 바래봅니다.
이제, 저희집의 작년 봄, 여름, 가을이 보이십니까?
어느 가정집에도 작년한해의 계절이 오롯이 담기고 그맛을 겨울내내 초봄까지 즐기면서 애타게 봄을 기다려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다짐이 오고간다면야 더할나위없이 기쁠듯합니다.
올해 새로 맞이할 봄, 여름, 가을을 이 대보름날 애타게 불러봅니다.
지구온난화로 또 어떤 계절의 변주를 보여줄지도 한참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잘 살아내기위해 작년한해 마련한 묵나물음식을 소중히 꺼내 먹습니다. 묵나물 잘 챙겨먹고 올 한해도 우리모두 잘 살아내봅시다!
대보름밥상2는 오곡찰밥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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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찾아삼만리는
제철식재료의 귀중함을 하나 하나 배워가며 채워내는 공간입니다.
제철식재료에 대한 사랑은 잃어버린 식재료의 제맛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하고
식재료를 자연의 힘으로 건강하게 키워내는 농수축산분들의 노고를 소중히 아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어떻게 먹을것인가'의 진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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