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시즌이라 매일저녁이면 어김없이 여러방송사에서 야구를 생중계한다.
스포츠를 보는것을 즐기는 편이 아닌지라, 열광하며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옆지기가 워낙 좋아하는지라 방송을 틀어놓으면 궁금한것도 물어물어가며 보아왔다. 몇 해를 그렇게 봤더니 용어에서부터 선수이름까지 많이는 아니지만 다양하게 알게되었다.
그렇다고 열성적인 팀이 있다거나..하지는 않았고 옆지기가 볼때 맞장구 정도는 쳐줄만큼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보는 스포츠는 내겐 흥미거리가 되지 못한다. 나는 내가 직접 하는 스포츠가 너무 좋다. 그래서 아마 등산을 그리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예술도 그러하다. 내가 직접 할수있는 예술이 나는 좋다. 예술과 체육, 나는 많은사람들 자신의 것이 되야한다고 주장하고 많은사람들이 보는것이 아닌 즐기는 것으로 되야 진정한 예술, 체육이라 여기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찌되었든, 그런 내겐 그리 특별하지않았던 '야구'였었는데 <그라운드의 이방인> 다큐영화는 '특별함'을 선사해주었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한국야구의 시작에 빼놓을 수없는 '이방인'들을 소개하는 다큐이다.
비록 그들은 '이방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지만, 그들이 한국야구역사에서 절대로 빼먹거나 잊어서는 안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바로 재일동포들이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될수없는 '이방인' 그들이 우리 한국야구의 초석을 다져주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들이 기꺼이 한국땅에 와서 야구경기를 같이 치뤄주면서 한국야구는 새로운 단계로 올라설수있게 되었다. 그들이 한국땅에 오기까지는 커다란 결심이 필요했다.
일본땅에서 '조선사람'임을 숨기며, 아니 굳이 알리며 살아야할 이유가 없었던 그들인데, 한국땅을 밟고 경기를 뛰면 금새 '조선사람'임을 일본내에서 들통나게 된다. 워낙, 일본땅에서는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때당시도 그들에 대한 처우는 차별이 상당히 심했었다. 그러함에도 그들은 기꺼이 한국에 와서 기쁘게 야구경기를 뛰어주었고, 그뿐만아니라 자신들이 가져온 야구장비까지 다 내어주었다. 오히려 고국땅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뻐서 그 마음 하나로 달려왔다.
하지만,우리가 그들에게 준것은 수많은 상처뿐이였다. 우리들은 이들의 이런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않았고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는 모습만 보며 '한국말도 못하는 쪽빠리'라고 놀려댔으며, 이방인보다 더한 취급을 했다. 경기를 뛰고 돌아가는 그들의 가슴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었을까?
다큐는 1982년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참석했던 재일동포 선수단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그들을 다시 한국땅으로 초청한다. 흩어져 살고 있는 그들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그들을 수소문하면서 그들에게서 '1982년의 시간'을 듣고 볼수있게 되었다.
1982년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재일동포팀은 결승에 나가게 된다. 교가를 제창하는데..교가가 없었던 재일동포는 '나의살던고향' 노래가 연주되어 나온다. 이장면에서 나도 눈물이 나왔다. 그들의 마음이 내가슴에 닿아서일까?
매년 치러지는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초청되어 재일동포야구선수단은 기꺼이 경기를 치뤄주었고, 그를 통해 한국프로야구도 성장하게되었다고 한다. 1956년부터 1997년도까지 초청되어 경기를 치루었다고 한다. 장작 40여년동안 650여명의 재일동포는 기꺼이 고국땅에 와서 아낌없이 경기를 뛰어주었고 자신들의 야구장비를 비롯한 노하우까지 다 내어주었다고 한다.
오늘날 유명한 야신' 김성근'감독도 재일동포초청야구팀 출신이다. 그외에도 배수찬 선수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역사적인 몇가지 사건도 소개한다. 그중 유망했던 배수찬 선수가 어느날 대공분실에 끌려가 조사를 긴시간 받게되고 그후로 이국땅으로 떠나고 일본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 가족들을 만나면서 어찌된일가를 알아보는데... 그 과정도 대단히 아픈 우리현대사중 하나이다.
재일동포는 일본땅에서도 일본인들의 '차별'로 인해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땅에 온다고 그런 차별이 없는 건 아니였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차별'이라는 표현과는 감히 다다를수없는 반공이데올리기로 접근하는 그 무시무시한 것들이 또하나있다. 단순히 이방인으로 대하는 것뿐만아니라 '간첩'이라는 누명을 꼭 들쒸어 그들에게 잔인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재일동포출신 야구선수들은..아마 이 고통에서 아니 이 누명에서 벗어날수없었으리라...
야구선수뿐이랴.. 근 몇해전에 정대세 축구선수도..이과정?을 겪지않았던가!
아주 간략하게 훑었지만, 현대사의 씁쓸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재일동포의 국적문제를 한일협정에서 다루면서 재일동포는 일본에서 둘로 쪼개지게 되었다는 것도.. 보게된다.
얼마전 보았던 재일동포관련 영화가 생각이 났다.
<60만번의 트라이>다큐는 럭비를 하는 재일동포청년들의 이야기였다. 그 안에서 일본인들의 차별에 맞서 당당히 싸우는 멋진 이야기가 담겼었다. 더불어 재일동포가 남도 북도, 그리고 일본인도 아닌 그들이 오히려, 객관적으로 남과 북을 바라보면서 통일을 앞당기는데 더 큰역할을 할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넌즈시 던졌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그리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라운드의 이방인>을 보면서 더 확신하게 되었다.
남과 북을 가장 객관적이고 분단의 이데올로기 그 장벽을 뛰어넘어 볼수있는 그들이 어찌보면 우리에겐 요원해보이는 '통일' 그 화두와 정책을 더 지혜롭게 짜낼수 있지않을까?
우린,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너무 감정적이다. 그리고 이기적이다. 사회역사적으로 오랜시간 꽉만힌 사고방식(분단이데올로기)으로 통일에 대한 상상, 그나래를 자유롭게 펼칠수가 없다. 그 세상을 꿈꾸는 것조차 기형적이다. 오히려 분단된 이상태로 사는것이 더 낫다는 생각까지 이르렀으니.. 우리에겐..말그대로 38선보다 더 굵고 모진 장벽이 이미 머리속에 가득차있다.
여기에, 남과 북에 대한 편견, 선입견을 다 떼어내고 남북의 공동의 이익에 맞춘 통일을 기획하고 꿈꾼다는 건..불가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일동포는 다를듯하다.
북과 남을 그 어떤 경계없이 보는듯하다. 그들이 보는 눈으로, 그들이 편견없이 보는 눈으로 우리가 다가갈수있었음 좋겠다.
물론, 이것도 이기적인 생각이다. 필요할때만 그들을 끌어당기고, 그들을 괴롭힐땐 이방인이라며 '간첩'으로 보니깐..말이다.
재일동포, 그들이 스스로를 '이방인'이라 부르지않기를..바랄뿐이다.
분명, 분단된 고국땅을 위해 할일이 있다. 이미 야구만 보더라도 이름없이 그들은 채워주었다. 그들은 그런존재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하고 잊지말아야한다. 당연히, 현재 우리가 재일동포를 대하는 태도 또한 바뀌어야하며, 그들이 그들만이 할수있는일을 우리는 기꺼이 주어야하고 그것을 그들이 자랑스러워할수있게 제도적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한국야구에 없어서는 안되었던 재일동포야구팀, 그들을 만났다.
그리고 한국야구가 어떻게 도약하게 되었는지를 보았다.
그안에서 재일동포야구팀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그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했고
우리현대사에 씁쓸하고 아픈 그 한켠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보게해주었다.
한창, 한국프로야구가 개막해서 많은 이들이 즐겁게 관람하고 뜨겁게 자기팀을 응원하고 있다.
열렬히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꼭 봤으면 한다.
'야구'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역사를 모르고서는 진정 사랑한다고 말할수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숨겨진 아니, 애써 그들을 추켜세우고 싶지않았던 한국야구의 초석엔 재일동포 그들이 있었다는 사실을..그것만이라도 안다면, '40년간 현해탄을 건너오며 올때와 갈때 달랐던 그 상처'를 위로해주는일 아닐까?
이 다큐를 계기로 한국야구사에 커다란 자욱을 남긴 그들을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 그들을 우리가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 도움을 받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그들 스스로가 할수는 없는일이다.
큰 도움을 받고도 우리가 그들을 역사에 남겨주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작이 되길..나는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야구를 보았던 한사람으로서' 재일동포야구단' 그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덧, 사진은 Daum 영화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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