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먹어도 너무 좋은, 팥죽입니다.
한여름에 팥죽이라니 하는 생각이 퍼뜩 들죠? 저도 사실 여름철 팥죽은 잘 먹어오진않았는데, 이제 여름철에 잘 챙겨먹어볼 요량입니다. 매년 늦가을에 토종팥을 사서 밥에도 넣어먹고, 죽도 끓여먹었는데 그러면서 겨울제철음식으로 팥죽을 동짓날을 전후로해서 겸사겸사 잘 챙겨먹으면 되겠다 그리여겼는데, 여차저차해서 그리먹고도 여짓껏 남은 것들이 있어서 우찌할꼬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오래전부터 한여름에도 복달임음식으로 팥죽을 잘 챙겨먹었다고 하니, 한여름에 팥죽으로 갈무리를 하면 되겠다싶어 집에 있는 토종팥 몽땅 꺼내 팥죽을 만들었습니다. 양이 한번에 먹기에는 많아 얼마는 삶아 걸러서 냉동실에 보관도 했습니다. 얼마 안남은 무더운여름 그 어느 날 꺼내 후다닥 챙겨먹으면 될듯합니다.
미리(팥을 구입한 가을에) 팥을 어떻게 먹을꼬하는 고민이 정돈되었다면, 한여름에 푹푹 삶는일은 안하고 겨울에 미리해놓고 한여름에는 그것을 꺼내 죽을 쑤었으면 훨씬 더 수월하지않았을까하는 생각이 샘솟습니다. 뭐, 올겨울은 그리하면 되니깐요. 혹여, 팥떡과 팥밥을 할까하고 고민만하다 영영 까먹고 이 무더운 여름날까지 오게되었습니다.
그래도 팥 수확철(가을) 전에 맛나게 챙겨먹을수 있게되어 기쁘기만 합니다.
더군다나 여름음식으로도 괜찮다고 하니 팥정리차원에서 챙겨먹으면 아주 좋을듯 합니다.
집에 여적 모셔?둔 팥이 있다면 한여름에 소비하는건 어떤지요? 복달임음식으로도 좋다고 하니 겸사겸사 만들면 될듯합니다.
앗! 너무 번거롭고 덥다구요? 그건, 어떤 음식을 해도 여름철음식마련은 힘겹습니다. 그런마음으로 우직하게 미련하게 꾹참고 해버렸습니다. 제마음은 토종팥을 가을전에 다 소비하고 맞이한다는 것이 너무 기뻐서요.
올 가을에는 1년소비량을 잘 조절해서 사면 되지않을까하는 작은소망도 담아봤습니다.
이미, 여러번 소개했지만 언제나 토종식재료는 가장 멋진 식재료이니 눈으로라도 자꾸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눈익힘이 장보기를 하가 발견?하는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토종식재료인지 아닌지 몰라서 못구입하는 것이 더 많아요. 물론 만나기가 여간 어려운것도 재배농가가 많지않기때문이지만. 그간, 5일장터를 그리 발품들여 꾸준히 갔지만 숨은 곳곳에서 토종식재료가 많았건만 제눈이 안트여서 몰라본것이 더 많았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눈익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이 됩니다. 그런차원에서, 낯설어 하지말고 꾸준히 친숙해지길 바랍니다.
이팥과 개골팥입니다.
이팥은 일반 팥보다 알갱이가 세로로 절반을 가른듯한 크기입니다. 길쭉홀쭉하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알갱이가 아주 작습니다. 약팥으로 유명하기는 한데, 그간 5일장터에서 매해 팔았다는데 제가 알아본건 작년이였습니다. 너무 반가워 사다놓고 불려서 밥에 넣어 겨울내내 맛있게 잘 챙겨먹었습니다. 2컵가량이 남았습니다.
개골팥은 개구리처럼 얼룩덜룩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참 이름이 어여쁘지요? 토종콩종류들은 어여쁜우리말로 된 이름이 참 많아요. 콩대국에서 자란 '우리콩'이다 라고 자랑스럽게 알려주는듯해요. 그죠?
이팥은 약팥임을 강조하고, 개골팥은 단맛이 강한편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파셨습니다.
저는 약이 되었는지, 단맛이 강한지 아직 잘 파악하질 못했습니다. 몇해 더 먹어보고 저도 힘껏! 자랑을 해보겠습니다.
겨울에도 맛나게 챙겨먹었던 스치는 기억이 스몰스몰 올라오지만, 잘 기억나질않아요.
어쨌든, 한여름에 먹는 팥죽이 더 맛난건 뭘까요?
지난 겨울에는 팥을 껍질째 곱게 갈았고 그안에 쌀알을 넣지않고 팥만으로만 만들어 먹었는데, 이번에는 현미찹쌀을 불려서 팔삶아 거른 윗물로 끓여준후 걸러낸 앙금을 넣고 끓였어요.
입안에서 뭔가가 씹히는 맛이 있어서인겐지. 현미찹쌀이 잘 퍼져서인지. 아님, 껍질을 걸러서인지.
우야튼, 한여름 팥죽이 압승입니다요.
제가 또,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을 별로 안좋아해서. 봄철까지 볶아서 잘 챙겨먹었던 현미찹쌀이 남은 것도 있고해서 불려서 죽쑤다가 팥앙금만 넣고 걸쭉한 농도가 맞을때까지 끓여주었는데, 아오~~ 넘 맛있습니다.
살살 녹는맛에 현미찹쌀이 착착 안겨오는데 끝내줍니다.
거기다가 고명으로 올릴것도 없구해서 냉동실을 뒤지니, 토종호두알갱이가 있지 뭡니까! 톡톡 잘라 투박하게 얹었는데. 글쎄 요거이 또 맛이 기가막히는 구만요. 잣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
한그릇 쏴악 깨끗이 비우고 나면 또 생각나고, 자고나도 또 생각납니다. 자꾸 자꾸 먹고파집니다. 이런!
뜨끈하게 먹어도 좋지만, 차게 식혔다 먹어도 좋더군요. 으아~~ 너무 맛있습니다.
(제머리속은 온통 올 늦가을에 토종팥 잘 사다놔야겠다. 겨울에도 현미찹쌀에 끓여 토종호두올려 먹어야쥐! 이 생각만 한가득입니다.)
집에 팥이 있다면 욕심내어 만들어 보시구요. 없다면 우리, 가을에 수확한 팥 한아름 사다 다가오는 겨울, 그다음해 여름에 맛나게 챙겨먹자구요. 그럼 되요. 음식이란게, 하나씩 자기삶이 되는 것이 중요한 거니깐요.
그런차원에서 토종팥에 대한 관심만이라도 커지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팥죽
재료: 불리지않은 토종팥 이팥 2컵, 개골팥2컵, 현미찹쌀1컵
팥죽은요,
우선, 팥껍질이 터지도록 잘 삶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곤, 껍질을 체에밭쳐 걸러내고 앙금윗물에 불린쌀을 넣고 죽을 쑤다가 가라앉은 앙금을 넣고 걸쭉해질때까지 끓여주면 됩니다.
팥의 삶는시간을 줄이려고 팥을 먼저 반나절 정도 불렸습니다. 잘 불려지면 손톱으로도 팥알이 잘라집니다.
삶는시간이 훨씬 줄어듭니다. 또 붉은팥일 경우는 사포닌이 많아 불리지않았을 경우는 처음 삶은물은 버려야 하는데요. 불려주면 불려진 물을 쪼로록 따라내고 새물로 갈아준후 푹 끓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편할대로 맞추면 됩니다.)
불렸으면 팥알이 터지도록 삶아줍니다. 물량을 두세배정도 넉넉하게 넣고 삶아줍니다. 센불에서 푹 삶아주다가 팔팔 끓기시작하면 중간불에서 삶아줍니다. 중요한건 '팥알상태'. 팥껍질이 터질정도로 삶아내면 다음작업이 수월합니다.
잘 삶아졌으면, 고운체에 으깨가며 걸러줍니다. 이때! 힘이 다소 들어가니, 삶은팥을 솥째 한김 식혔다가 비닐장갑끼고 팥을 마구 으깨주거나 으깨는 도구로 먼저 팥을 으깨준후 거르면 훨씬 수월합니다.
팥앙금이 잘 내려가게 물도 적당량씩 부어가며 거르면 됩니다.
앙금은 가라앉고 웃물은 떠서 불려둔 찹쌀넣고 푹 끓여 죽을 쑵니다. 그러다가 쌀알이 잘 퍼졌으면 가라앉은 앙금을 넣고 걸쭉한 농도만 맞으면 다 된것입니다.
앗! 새알심을 넣겠다 하문, 찹쌀가루를 뜨거운물에 익반죽해서 새알심을 빚어준후 팥앙금넣을때 같이 넣어주고 새알심이 동동 떠오르면 다 익은 것. 그에 맞추어 불을 끄면 됩니다. 새알심이 축축 늘어지는 것이 싫은 사람은 따로 새알심을 익혀준후 익은 새알심을 팥죽 마지막 단계에 살짝 올려 주어도 됩니다. 취향껏!
이팥은 불리면, 길쭉하면서 약간 휘었어요. 아주아주 작은 비엔나소세지같다고나 할까.
잘 불려졌으면 불린 물은 따라내고 냄비에 담고 새물을 받아 넉넉하게 담고 푹 삶아줍니다.
개골팥은 회색빛을 많이 냅니다. 마찬가지로 불려지면 불린물은 버리고 새물을 담아 푹 삶아줍니다.
팥알이 터질정도로 삶아진 것이 확인되면, 불을 끄고 한김 식혔다가 비닐장갑끼고 마구잡이로 으깨주었습니다.
이렇게 먼저 으깨준후 체에 거르니 훨씬 수월하게 앙금이 내려가더라구요. 참조~
일일이 체에 밭쳐 내리려니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요.
둘다 합쳐서 삶아도 되지만 불려진 속도가 달라 따로 삶았어요. 개골팥이 잘 안불려진것이 많더라구요.
각각 삶아지는 속도에 따라 체에 걸러주고 웃물은 따로 떠서 담아두고 앙금만 모았습니다. 그리고 모아진 앙금은 합치했습니다. 이대로 먹어도 아주 맛있습니다. 부드러움때문인지 혀에 감기는 맛이 너무 좋습니다.
현미찹쌀1컵을 준비해 충분히 불려주었습니다. 당연히 빨리 퍼지라고 팥 불릴때 같이 불렸습니다.
잘 불려진 현미찹쌀을 넣고 앙금 윗물을 떠서 넉넉하게 부어줍니다.
찹쌀이 다 익었으면 앙금넣고 푹 끓여줍니다. 현미찹쌀이라 죽쑤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는데요.
잘 퍼질때까지 농도가 짙어질때까지 푹 끓여주면 됩니다.
죽에 사용치않은 남은 앙금은 지퍼백에 담아 냉동시켰습니다. 한번에 다먹기에는 많은양이여서요.
다음번에는 현미찹쌀로 죽을 쑤다가 다 퍼질때쯤 앙금넣고 농도조절만해서 간단하게 챙겨먹으면 될듯합니다.
이걸, 지난겨울에 해놨으면 얼마나 수월하게 한여름에 먹었을까나. 그런생각이 드니 약간 어울하기도 합니다.
올겨울에 한여름용으로 잘 챙겨두면 되지 하고 위로하며 그 수많이 흘린 땀을 닦으며 견디며 만들었다지요.
자~
그릇에 담았습니다.
아오~~ 생김새와는 다르게 정말 끝내주게 맛있습니다.
사실, 개골팥과 이팥을 합친것이라 색감에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않았는데, 색감도 나쁘지않아 너무 좋았고, 소금약간만 넣고 먹었는데 으찌나 달콤하고 맛있는지. 자꾸 생각나요.
호두를 곁들인건 정말 너무 잘한거 같아요. 마침 잣이 떨어진데다가 새알심을 넣지않으니 고명이랄께 없는데, 느즈막히 작년 토종호두를 깨뜨려 알맹이를 빼 담아놓은 것이 있었는데 보이길래 넣어준것 뿐인데, 팥이랑 호두랑 엄청 잘 어울립니다. 뭐, 이미 호두과자에 팥과 호두가 만나면 어떤맛인지 알터이니. 상상이 되시리라. 죽에도 끝내준다는 거.
현미찹쌀도 너무 잘 퍼져서 부드럽게 톡톡 씹히는 맛에 입안가득 부드럽게 감미롭게 안겨주는 팥맛이 정말 끝내줍니다.
아~~사랑스러워라! 한여름에도 이 맛에 먹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에 팥빙수보다 백만?배쯤 더 나은듯합니다. (만들기가 좀 고생스럽기는 하지만요. 근데 사다먹질 않는다면 어차피 팥빙수도 팥삶아야 하잖아요? 거기서 거기인 셈이여요, 또 그리여기면 맘도 편해요.ㅎ)
어쨌든, 팥을 처리할 목적으로 시작했다가 얼떨결에 복달임음식으로 변했지만, 덕분에 한여름 팥죽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한해 팥을 어떻게 잘 챙겨먹을까도 정돈되었고, 햇팥이 나오는 가을날도 새삼 한껏 기다려봅니다.
날이 조금 선선할때 챙겨먹어도 무방합니다. 햇팥나오기 전에 집에 있는 팥! 팥죽으로 맛나게 처리?하면서 햇팥이 나오는 가을을 또 애타게 기다려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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