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을 말리며 맛보는 특별한 별미, 반건조호박 두부조림과 볶음밥입니다.
늦여름부터 한창 여름채소말리기에 돌입했습니다. 보통은 초가을에 여름채소갈무리겸 해놓는데, 몇해 가을마다 비가 오는날이 많아 '말리기'하는데 애를 꽤나 먹었습니다. 하여, 올여름은 무진장 더웠지만 또 가물어 비가 없다고 하여 짬짬이 작은창에 기대여 '말리기'를 해냈습니다.
그러던차에, 말리는 중간에 비가와서 꾸덕꾸덕 말려진 호박들로 맛깔난 찬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전같은면(잔꽤가 없던때) 어떻게든 말려내고자 비를 피해 안쪽에 들여두고선 볕든날 다시 말리기를 해보려고 했을터이나, 이젠 안그럽니다. 습기가 있다싶으면, 말리기를 중단하고 그상태 그대로 냉동실에 넣거나 바로 요리해버리기로 했습니다. 그간 해보니, 말리다 중간에 습기가 차면 어떻게 용을 써도 수습이 잘 안되더군요. 그래서 그럽니다.
혹여, 말리기를 한창 하려고 하다 '비'를 만나거나 습기가 차게되어 '말리기'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요리해서 '반건조상태'의 식재료로 맛깔난 찬과 요리를 하면 더 맛있는 요리가 많이 탄생하지않을까싶습니다.
'말리기'가 잘 완성되면 좋겠지만, 현재의 날씨변주들은 우리의지와 상관없이 변덕?스럽기때문에 아마 '말리기실패'는 필연인지도 모릅니다. 말리기가 잘 되지않으면 어떻습니까! 그런대로 우린 맛과 멋을 찾으면 되는걸!!!
그리고 궁금치않습니까? 호박을 반건조하면 무슨맛과 식감을 내어줄지. 그 궁금증에 얼렁 만들어삤습니다.
요즘 한창 말리기를 하면서 '호박'에 대해 더 친근해지고, 더많이 사랑하게 된듯싶습니다. 호박이 정말 멋진식재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호박이 덩굴째들어온다'라며 '복덩어리'임을 강조했는지 새삼 '말리기'를 하면서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여름내내 기특한 식재료인데다가 그 극심한 무더위에도 무럭무럭 씩씩하게 자라 여름밥상을 든든히 채워줌은 물론이요, 말려두기를 해두면 그 또한 멋진식재료로 탄생해 가을부터 내년 봄까지 두둑한 식재료로 있으니 '용'하고 기특함이 한가득인 식재료입니다. 거기다가 여릴때는 여린맛으로 내내 즐기게 해주고, 잘 여물면( 잘 익어서는) 겨울내내 특별양식으로 달콤함까지 얹어주니 그야말로 '복덩어리'입니다.
얼나마 멋집니까! 호박이 태어나 잘 익어 땅에서 마무리하는 동안까지 제모든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니말입니까!
아마, 이런식재료는 호박을 따라갈 것이 없을듯 합니다. 아마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말썽을 부려도 호박만큼은 우리곁에 든든히 지켜줄거라는 믿음이 생겨났습니다. 정말 소중하게 아끼며 듬뿍 사랑해주면서 1년밥상을 잘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듭니다. 아마, 호박말리기는 이런 마음이 무럭무럭 용솟음치게 했던 듯싶습니다.
그런탓에, 호박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말려내기를 하고 있었고 당연히 그런탓에 '실패?'도 여러종류가 걸려들었습니다.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집가까운 식당에서 키워 내다파는 '호박'이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하나씩 사다 말리기를 하고 있는데요. 길쭉한 조선호박과 잘 익은 늙은호박을 주로 말려내고 있었습니다. 길쭉한 조선호박은 상당히 큼지막하지만 퉁퉁퉁 도톰하게 썰어 말리면 너무 좋더라구요. 늙은호박은 길쭉한 조선호박이 잘 익은 것으로 사다가 어여쁘게 이쁜 밝은노랑색에 자꾸 더 눈길이 가게 만들어 신나하면서 말렸습니다.
잘 말려진 것도 많습니다만, 꾸덕꾸덕 말리다 '비'때문에 중단하게된 길쭉한 조선호박고지와 늙은호박고지로 맛깔난 볶음밥과 두부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어찌나 맛있는지요. 색감도 너무 어어쁘지않나요? 이런 이쁜 노란색을 내어주다니요?
거기다가 쫀득하면서 달코롬한 맛은 반건조 늙은호박고지가 내어주고, 씹는맛이 단단한듯 부드러운식감은 반건조 조선호박고지가 내어주니 엄청 맛나더라구요. 말리지않은것으로는 절대 내어줄수 없는 독특하고 특별한 식감과 맛이였습니다.
사실, 볶음밥으로는 반건조 호박고지가 정말 잘어울립니다. 수분을 어느정도 잡아주어서 볶기에도 수월하고 식감도 너무 좋기때문입니다. 달큰한 호박내가 한가득 넘쳐나는 어여쁜 볶음밥입니다.
아시잖아요? 볶음밥,비빔밥에 밥은 항상 고명처럼 들어간다는거? 당연히 볶음밥에는 밥보다 부재료가 두세배는 많아야 맛있더라구요. 제입맛에는요. 쬐금 넣고선 이름만 요란한거. 그짓말쟁이같아서 싫거든요.
쫄깃쫄깃 아작아작 쫀득쫀득 그러면서 환하게 노란빛깔속에 달큰한 호박내가 한가득 머물다가는 맛이였습니다.
한여름내내 조선호박생두부조림을 정말 많이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기때문에 그러했는데요. 반건조호박도 그럴까?하고 해본겁니다. 역시, 됩니다. 쫄깃쫄깃 착착 감기는 맛이 있어 이것도 별미입니다. 말리다 중단했다면, 두부넣고 간단양념장에 쓰윽 조려내면 됩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사실, 여름식재료들을 말리기를 하면서 말린것들로 초가을식단을 어떻게 짤꼬 하는 '신나는'고민에 빠져있었는데, 하나 해결될듯해서 무척이나 뿌듯합니다. 뭐, 거기서 거기인 조리법들이지만 그래도 뿌듯해요. 여기에, 또 어떤요리가 덧붙여져서 맛있는 초가을밥상이 차려질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1. 반건조 호박고지 볶음밥
재료: 반건조 호박고지 넉넉히. 밥 적당량, 달걀1개
양념: 소금약간, 양조간장약간, 통깨약간
반건조 호박고지 볶음밥은요,
반건조호박고지를 넉넉히 준비해 잘게 다져준후 소금과 양조간장약간으로 간해 볶아준후 밥과 함께 섞어볶아내면 됩니다.
반건조호박고지는 수분기가 적고 식감이 좋기때문에 볶음요리에 응용하면 아주 좋을듯 싶습니다.
'말리기' 초가을에 부지런히 욕심내어 반건조 호박고지도 많?이 챙겨 맛깔난 찬과 음식으로 내놓으시길.
이번에 사용된 호박고지들은 길쭉한 조선호박 여린것과 늙은것으로 하게 되었네요.
장터에 가보면 이렇게 우람한듯 길쭉한 호박들이 있어요. 꼭! 챙기세요! 말리기에 너무 좋고, 또 말려두고 먹어보면 식감이 너무 좋아요! 꼭! 놓치지말고 구입하세요! (참고로 무겁긴 합니다. 어깨 화이팅!) 말려서 초가을에 잘 챙겨먹어도 너무 좋고 보관해서 내년봄까지 다양하게 챙겨 요리하면 엄청 좋습니다. (정말 두둑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썰때, 두께는 5미리7미리정도로 도톰하게 썰어냅니다. 빠싹 마르면 얇아지니깐요. 걱정 붙들어매고 도톰하게 썰어내세요. 식감이 무척 좋아져요. 늙은호박은 손질하기 편리하겠다싶어 길쭉한것으로 가져왔어요. 껍질벗겨내고 속씨빼내고, 퉁퉁 도톰하게 썰어 가지런히(나란히) 줄맞춰서 말려줍니다.
중간쯤 말렸을까?.. 그놈의 비가 예고없이 오는바람에 길쭉한 호학고지는 말리기를 중단하고 (양이 꽤 되어서) 어쩔까나 고민하다가 뭉쳐서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버렸어요.
늙은호박고지는 거의 다 말랐는데, 도톰해서 그런건지 약간 부드러운면이 있을때였는데 그때 비가 와가지고.. 전부는 아니고 몇개들이 색감이 이상해져서 빼내어 불려주었습니다. (나머지는 잘 말려져서 보관중입니다.)
반건조된 호박고지는 특별한 손질이 없습니다. 냉동실에서 꺼내 잠시 나두면 됩니다. 쫑쫑쫑 다져놓습니다.
늙은호박은 거의 말린것이라서 충분히 불려서 잘게 다져주었습니다.
호박만 넣기에는 다소 부족하지않을까..그런생각에 '달걀1개'도 색감을 나누어 볶아주었습니다.
다음은, 엄청 쉽습니다. 달궈진팬에 기름 넉넉히 두르고 소금약간씩 넣고 볶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혹여 맛이 밋밋할까 싶어 양조간장 1/2큰술도 넣어줍니다.
밥은 따뜻하게 준비해야 볶는시간도 줄고 재료들과 어울어짐이 좋아집니다.
동부콩, 풋콩, 햇기장, 우리밀이 수굴수굴 들어간 밥입니다.
호박들이 잘 볶아졌으면 따뜻한 밥넣고 잘 섞어준후 달걀볶아 덜어둔것 넣고 휘리릭 해준후 통깨뿌려 마무리~~~
2. 반건조 호박고지 생두부조림
재료: 반건조박고지 한웅큼, 국산콩두부 반모, 양파반개
두부랑 호박고지 밑간: 소금약간씩
양념: 고춧가루2큰술, 양조간장 3큰술, 비정제설탕1큰술, 다진마늘1/2큰술, 현미유3큰술, 다시마우린물 1/2컵
반건조 호박고지 생두부조림은요,
이미 소개한 '애호박생두부조림'에 반건조호박고지만 넣고 조려낸 것입니다.
두부랑 반건조호박고지에 살짝 소금으로 밑간해주고, 양파채깔고 두부와 호박고지 번갈아 깔면서 간단한 양념장 쓰윽 끼얹어준후 물약간 넣고 뚜껑덮어 조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여린 애호박이든, 반건조 호박고지든 생두부와 함께 조려낸건 무척 맛있습니다. 초가을까지 여린호박들은 나오니 알뜰하게 잘 챙겨드셔보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반건조호박고지가 생겼다면 얼마든지!!!)
신경쓸것은 두부와 호박의 밑간을 살짝 해주는것, 그리고 양념할때 '기름'을 넉넉히 넣어주는것만 신경쓰면 됩니다.
더불어, '냄비 가운데를 비워두기'로 재료를 쌓아 조리면, 국물 끼얹기가 쉬워져서 더 맛있는 조림이 됩니다.
냉동실에서 꺼냈습니다. 잠시 놔두면 됩니다. 두부가 반모밖에 없어서 작고아담하고 도톰하게 썰었습니다.
양파가 있으면 더 맛있어서 꼭! 곁들여줍니다. 적당하게 굵직하게 채썰어줍니다.
사진에는 빠졌지만, 두부와 호박고지에는 소금약간씩 뿌려 잠시 밑간해 둡니다.
호박이 워낙 큰 녀석이랑 반절로 퉁하고 썰었습니다.
양념장은 고춧가루2큰술, 양조간장 3큰술, 비정제설탕1큰술, 다진마늘1/2큰술, 다시마우린물 1/4컵을 넣고 섞어줍니다. (육수남은 1/4컵은 냄비에서 부어줍니다.)
냄비에 차곡차곡 담아내면서 양념장을 끼얹어줍니다. 가운데를 비워두고 빙 둘러가며 쌓아줍니다.
남은 육수1/4컵을 부어줍니다. 현미유 3큰술도 넣어줍니다. 그리고 뚜껑을 덮고 중간불에서 익혀줍니다.
조리는 시간이 오래걸리지않기때문에 중간중간 뚜껑열어 가운데 모인 국물들을 전체적으로 골고루 끼얹어주기를 신경써서 해줍니다. 두부에 양념이 쏘옥 배여들었다 싶으면, 대파약간, 통깨뿌려 마무리~
(중간중간 끼얹을때 간을 보고 모자라면 양조간장과 설탕으로 맛을 조정해냅니다.)
자~
그릇에 담습니다.
제가 지금껏 호박으로 볶음밥을 여러번 해봤지만, 이번건 정말 독특합니다. 식감이 남다른데다가 들큰하고 달큰한 호박내가 입안가득 머물다가 혹? 호박엿을 넣었나 하는 생각이 잠깐씩 들기도했었습니다. 호박엿 식감 아시죠? 쫀득하면서 달큰한 그맛. 그것이 가끔씩 느껴져요. 아마도 늙은호박때문인듯 해요.
뭐, 워낙 볶음밥과 비빔밥, 주먹밥 등등에 밥보다 부재료가 한가득 넘쳐서리 그 부재료의 향이 안난다문 그건 그짓말이겄죠? 그때문인지 들큰한 호박내가 진동했었죠. 사실, 저는 이번 호박말리기를 하면서 '호박사랑'에 흠뻑 빠졌어요.
진짜 사랑한데이~~ 이런말이 불쑥 불쑥 튀여나와요. 이런 멋진식재료를 이제서야 알아본듯해서 미안하기도하고 지금이라도 깨우쳤으니 기특하기도 합니다.
'반건조 호박고지 볶음밥' 아마 '말리기'하는동안 우여곡절이 있을터라 매해 종종 해먹지않을까싶습니다.
반건조 호박두부조림은 이미 '애호박생두부조림'으로 소개했던터라 맛보장입니다.
거기에, 쫀득한 식감이 생겼다고 여기면 상상이 되시리라! 부드러운두부와 쫀득한 호박이 만나 입안을 호강시켜줍니다.
밥한그릇 뚝딱! 해치우게 해줍니다. 밥위에 척 얹어 쓰윽 비벼먹기도 하고 한입에 앙하고 넣고 맛있는 식감에 즐거워하며 먹습니다.
늦여름부터 지금까지 한창 말리기를 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배운것이 참 많습니다.
작은창이라 볕이 오래 머물지않기때문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오늘은 볕이 들겠는지, 바람은 부는지. 하늘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주로 장날에 사오니깐 장날다음날이 날이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날도 많거든요. (또, 괜찮다 싶었는데 급작 비도 오고.)
언제 우리가 이렇게 자주 하늘을 쳐다볼까 싶어 '말리기'는 볕과 바람소리를 귀기울이는 시간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초가을내내 말려가면서 '볕과 바람'이 주는 고운소리에 마음쓰면서 그 소중함을 음식과 삶에 담아내는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 잘 말려졌는지. 꾸덕해졌는지. 하나씩 뒤집어주면서 말려져가는 순간들을 하나씩 손으로 느껴갑니다.
그 전해오는 촉감에 따라 부지런한 몸가짐을 하게됩니다. 비록 식재료를 제손으로 농사지어 키워내보지 못했지만, 그 식재료가 음식이 되기까지 만들어내는 여정은 또다른 농사의 맛같은 것이였습니다.
요즘시대에 걸맞지않고 또 요즘시대에 이렇게 할 여유도 없는 데, 그럼에도 이렇게 만들어먹자고 이웃님들에게 졸라 보렵니다. 돈주고 후다닥 사와서 후다닥 만들어지는 음식과는 비교할수없는 귀한 배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조금 적은양이면 어떻습니까! 또 잘 말려지지않으면 어떻습니까! 그저, 그 작은 일들이 하늘과 볕과, 바람이 주는 소박한 힘이 어데로부터 오는가만 우리가 들을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망가진 '지구온난화' 를 내삶으로 끌어안게 되지않을까요?
초가을 여름식재료 말리기! 거창하지않아도 됩니다. 자기에 생활리듬에 맞게, 소박하게 하나씩 해봤으면 합니다.
하늘의 생김새. 작은움직임을 눈치채보는 겁니다. 볕과 바람소리를 들어보는 겁니다. 그럼,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에 도움을 받으며 살아내고 있는지 손끝에서, 눈끝에서 코끝에서 전해옵니다. 그런 배움이 있다면, 이번 초가을은 그 어느해보다 뿌듯하고 알찬 시기가 되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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