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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로 읽는 세상/어떻게 먹을 것인가?

묵나물을 사랑하는 까닭

묵나물을 이 혹한겨울에 꺼내며 애틋한 마음을 담아 묵나물사랑을 담아봅니다.


제철찾기를 시작하면서 묵나물은 제철이 나는 나물들을 다른계절에도 맘껏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하기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겨울제철음식으로 묵나물을 자리잡게 해야한다는 것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민족은 그리해왔건만 그것이 온전하게 내것이 되기까지는 몇해가 묵어야 가능했습니다. 의례 정월대보름에만 먹는나물로 기억되었었는데, 제철찾기를 하면서 그것보다 더 깊고 섬세한 마음과 노력이 담겨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이 배움이 더 묵나물을 사랑하게 만든 이유일겁니다. 


제철식재료를 하나씩 하나씩 배우며 계절식재료를 정돈하다보니 겨울에는 다른계절에 비해 식재료가 풍성치 못합니다. 물론, 요즘처럼 철없이 마구잡이로 키워지고 하우스재배가 일상적으로 된터라 모자라다라고 느끼는건 '제철찾기'여정에서만 배울수 있는 것이였습니다. 다른계절도 철잃은 식재료가 넘치지만 겨울은 유난히 더 많습니다. 그래서 더많은 에너지낭비가 있고 또 겨울에는 땅도 쉬게 해주는것이 땅에게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도 묵나물은 겨울에 마땅히 사랑을 듬뿍 받아야 합니다. 


조금더 깊이 들어가면, 계절마다 풍성하게 나오는 나물들을 하나씩 하나씩 갈무리하는 방법으로 말려두는일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처음에는 그계절이 끝날쯤 너무 그 나물들이 생각날듯해서 욕심껏 말리기도 했었고 욕심껏 장아찌도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그 계절을 보내지않고 그 어덴가에 폭 담아내는(말려두는) 무언가라고 묵나물을 생각했던. 마치, 만능의 보관법이라며 극찬하면서.

오래도록 내려와 우리에게까지 이 보관법이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웠고 멋진 그 어느 한계절을 집안 어딘가에 숨켜두었다가 그 계절이 떠오르는 그 어느날 맘껏 꺼내 먹어보는 맛이라며 그리도 좋아했었습니다. 



그렇게 한해 두해 몇해를 지나고 보니, 음식은 기다림을 배우는 일이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또, 애틋한 그리움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기다림을 배울수 없는 음식은 음식의 소중함을 배울수 없고 그 소중함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 음식이 몸에 이로울수 없다는 사실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귀한 깨우침이기도 했습니다. 요즘처럼 빠르게만 살려고 하는 세상에, 기다림을 만들고 애틋함을 음식에 담는다는건 어쩌보면 거꾸로 세상을 사는 바보같은 일인지도 모르지만, 제겐 '삶이란 무엇인가'를 조용히 묻는 그런 시간이되기도 했습니다. 


또, 제철찾기는 단순히 건강한 밥상을 차리기위함이 아니라 '계절'을 사랑해야 한다는, '자연'의 존재를 고스란히 느끼지않고서는 차릴수 없는 밥상이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중 묵나물은 계절을 사랑하는 또다른 방식임을 몸소 배우게 해주었던 고마운 식재료입니다. 묵나물을 준비하는 일, 묵나물을 먹는일은 이렇게 '사람의 조건'(삶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채워가는일이였는지도 모릅니다. 


묵나물은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제철나물과 채소를 말려두었다가 겨울부터 봄까지 먹습니다. 

말리면서 겨울을 준비하고, 겨울을 기다리고, 겨울에 묵나물을 꺼내면서 애타게 봄을 기다리며 먹습니다. 

기다림이 아니고서는 준비될수도 만들수도 없는 일같습니다. 그 기다림을 저는 애틋함이라 부릅니다. 

하나의 계절을 보내은 아쉬움을 담아 겨울을 기다리고, 겨울에는 애타는 마음으로 봄을 기다리는. 

그래서 묵나물은 사람냄새, 계절내음를 맡을수 없는 현대인들에게 더 각별할 듯합니다. 

삭막한 우리들 마음을 노곤하게 풀어내는 마술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그 마술은 바로 애틋한 기다림. 기다림으로 빚어내는 일이라 그러하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너무 거창하게 이야기했나요? 제겐 묵나물은 이런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계절별로 어떻게 준비하는지 대략 정리해봅니다. 


그전에 잠깐! 묵나물은 많은양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합니다. 겨울에 자기집이 소화할만큼 만들어내는 것으로 하면 좋겠습니다. 또, 말리는 방법은 자연 즉 볕에, 바람에 말리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요즘 날이 뒤죽박죽이라 말리는 것이 좀처럼 쉽지는 않아서 '건조기'가 어떴냐는 질문이 들어와요. 근데, 그건 바람직하지않아요. 볕과 바람만으로 말리는것이 훨씬 좋아요. 그만큼 날씨와도 친해지고 바람이 어떤가. 볕은 어떤가 하고 들여다보는일도 정서적으로 대단히 좋아요. 그러면서 바람소리에 볕의 농도에 친해져보는 거죠. 어찌보면 묵나물 말리기는 그런 여정을 배우는일인거 같아요.)


편의상 봄,여름, 가을로 나누었지만, 아주 섬세하게 나누면 늦봄, 늦여름, 늦가을이 딱! 맞습니다. 계절별식재료가 가장 무르익는 시간이 그계절 끄트머리이거든요. 이것도 제철찾기를 하다보니 배운거여요. 그러니, 말릴때는 늦봄, 늦여름, 늦가을즈음로 잡으면 됩니다. 


봄 

들나물, 산나물이 많은 계절입니다. 들나물과 산나물을 말리면 됩니다. 

취향껏 선별해도 되구요. 한번씩 돌아가면서 준비해서 먹어보고 자기집에 맞는 것으로 안착시키면 되요. 

저는 작년에 들나물로 섬쑥부쟁이, 산나물로는 참취,곤드레,고사리, 다래순,눈개승마 그리고 죽순 이렇게 말렸습니다. 

몇해 먹다보니 이렇게 정리가 되었는데요.(해마다 나물들이 살짝 달라져요.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구요.)

아무튼, 요렇게만 준비해도 꽤나 시간이 걸려요. 많이 하기보다는 아름아름 장에 갈때마다 조금씩 사다 생나물로 바로 데쳐서 먹고요. 얼만큼은 남겨서 아름아름 말려요. 주로 봄나물은 잎나물들이라서 소금물에 데쳐서 서늘한 바람이 잘통하는 곳에 널어두고 말리면 되요. 중요한건, 어떤나물을 선택할 것인가와 자기집에 맞는 것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봄에 꼭 놓치지 말아야 하는건 '죽순'인데요. 죽순은 아주 짧은기간에만 나오는데, 그때 사다가 요맛죠맛 보고 얼만큼은 남겨서 꼭! 말려두세요. 말려서 먹는맛이 남다릅니다. 한번 맛보면 아마 반하실껩니다. 


이렇게 나물을 말리려면 봄에 상당히 부지런해야 합니다. 데치고 널고 말리고 날은 어떤가하고 하늘도 자꾸 쳐다봐야하구요. 

잘 말랐는지도 신경써야하구요. 적은양으로 해도 이것저것 신경쓸일은 많습니다. 이름표 부착하는 것도 빼놓지말구요. 

다른계절의 묵나물은 이름표를 붙이지 않아도 구분이 쉽지만, 봄나물 특히 산나물은 구분해내기가 여간 어렵습니다. 꼭! 이름표부착!


이 번거로운일을 어찌하냐구요? 묵나물 맛을 기억하며 해냅니다. 말려놓으면 맛이 사뭇 달라지는데, 봄나물은 특히 '향'이 좋아서 말려서 먹으면 끝내주는 나물들이 많습니다. 말려서 안겨주는 '향'과 식감을 떠올리며 겨울에 얼마나 기특한 맛으로 올꼬 하며 말립니다. 


여름

호박, 가지, 박, 고구마순, 토란대, 고춧잎, 붉은고추   

여름식재료로 말리면 됩니다. 말릴수 있는거만 다 되요.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말리면 됩니다. 

다만, '비'를 잘 피해서 말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날이 짱짱한 날을 잘 고려해서 말려주어야 합니다. 작년에는 여름에 가뭄이였고 가을내내 비가 많이 자주 와서 여름식재료를 가을에 말리는데 조금 어려웠어요. 그래서 별로 말린것이 없기도해요. 

좋아하는 재료로 선택해서 볕과 바람이 넉넉한날에 짬짬히 널어 말리면 됩니다. 

여름 식재료는 데치거나 할필요없이 먹기좋게 썰어서 말려두면 됩니다. 고춧잎같은 경우는 봄나물처럼 말리면 되구요. 


앗! 비록 묵나물은 아니지만, 고추와 깻잎은 장아찌로 꼭 만들어 두세요. 겨울부터 봄까지 정말 요긴한 밑반찬이 되어요. 소금에 삭혔다가 꺼내 간장양념에 재워두면되거든요.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맛도 아주 좋아요. 특히나 깻잎같은경우는 제철깻잎이라 향과 식감이 최고여요. 


고추는 붉은 청양고추로 짬짬이 말려주면 1년내내 맛깔난 매운맛을 내주어 기특한 역할을 합니다. 


가을

시래기, 무

가을에는 시래기와 무말랭이를 꼭! 챙겨야 합니다. 늦가을쯤 되면 무가 맛있어지는데 이때는 무청까지 달린무로 사다가 무청은 말려 시래기만들고 무는 무말랭이를 만드는 겁니다. 시래기는 무청말고도 열무, 총각무 등으로도 만들수 있습니다. 비슷한 과니깐 괜찮습니다. 무청보다 여린줄기라서 부드럽게 먹을수 있습니다. 저는 가을김치 담글때마다 말려두기도 하구요. 겨울김치를 담그면서 말려두기도 해요. 시래기는 그늘에서 말리고, 무말랭이는 볕에 말리는 것이라 바람고 볕을 잘 귀기울여 날을 골라야했어요.

작년 늦가을엔 비가 하도 와서요. 대략 2-3일은 짱짱하다는 날에 말려두는것이 좋아요. 



이렇게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짬짬이 그 계절식재료들을 말리며 겨울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추위가 한껏 무르익는 그날부터 꺼내 맛보며 봄을 애타게 기다립니다. 


묵나물 손질법이 또 중요합니다. 묵나물마다 특색이 있어서 그에 맞게 손질해야 합니다. 

봄에 말린 잎나물들은 끓는물에 바로 넣고 삶아줍니다. 대략 10분정도 삶아주면 됩니다. 센불에서.

그리고 불끄고 뚜껑덮고 그대로 식혀두었다가 깨끗하게 헹궈 밑간하고 팬에 살짝 볶아내면 됩니다. 


여름나물은 물에 충분히 불려서 밑간해서 팬에 볶아내면 됩니다. 


이중 독특한 것은 '죽순'과 '시래기'입니다. '죽순'은 끓는물에 넣고 대략 15분에서 20분정도로 센불에서 푹 삶습니다. 그래야 식감이 쫄깃하면서 부드러운것이 아주 끝내줍니다. 삶는시간만 늘려주면 되는 거구요 나머지는 잎나물방법과 똑같습니다. 

'시래기'는 줄기나물이라서 섬유질이 억셉니다. 여기에는 토란대도 들어갑니다. 물에 하룻밤 충분히 불려준후 쌀뜬물에 푹 삶아내야 합니다.  


이렇게 각각 계절별로 준비한 묵나물들은 자기 특색에 맞게 손질해서 추운 겨울날부터 하나씩 꺼내 번갈아 찬으로 내옵니다.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특히나 봄나물인 산나물은 '향'때문에 감탄하며 봄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다음주부터 하나씩 소개합니다. 이많은 이야기를 요리글에 올리자면 읽기도 버거울듯하여, 미리 한판 몰아서 썼습니다. 


겨울엔 묵나물 덕에, 지나간봄을, 여름을, 가을을 애타게 만져봅니다. 그 나물의 계절을 떠올리기 하고 다시올 계절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새로시작하는 봄부터 열심히 말려야겠고나 하고 다짐도 합니다. 이 애틋함을 한가득 품고 묵나물을 손질합니다.

겨울은 이런 계절이구나 하면서 다른계절을 그리워하고 기다려내는 그런 시간말이죠. 


철을 잃어버려, 어느계절에 살고 있는지도 까맣게 잃어버린 밥상. 

그 철없는 밥상에, 묵나물은 계절의 소중함을 알려줍니다. 요즘처럼 날이 오락가락하는 시간이 많았던 봄과 여름엔 가뭄, 가을엔 너무 많은 비, 초겨울에는 봄날처럼따뜻함. 그리고 한겨울은 더추움. 이렇게 이상해진 계절이 자꾸 묻습니다. 

'자연의 소중함' '계절의 소중함'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지를.  


제철에 나물말리기, 묵나물을 먹어보는일은 '계절'이없다면 불가능 할듯해요. 지구온난화 그것을 막아내는일이 얼마나 우리일상에서 절박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것같아요. 우리밥상을 건강하게 지켜내는 일이니깐요. 


너무나 따뜻했던 초겨울, 그리고 너무나 혹독한 추위롤 몰고오는 한겨울. 

'지구온난화' 그 무서운 얼굴을 우리는 만났어요. 

조금만 더 늦출수 있게, 조금만 더 멈출수있게 하는일을 일상에서부터 사회전반이 하나씩 해냐야 한다고 꾸짖는건 아닌지.  

우리 더 늦기전에 할수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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