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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로> 찾기/책,삶이되어라~

<비슷한말 꾸러미사전>우린, 생각하는 기쁨을 누려본적 있을까?




책, 삶이되길 간절해진 마음으로 하나씩 하나씩 더디지만 꾸준히 읽고있다. 그러던차 만나게된 '최종규'글쓴이의 책이 또다른 만남을 부추길듯하다. 나는 우리말을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누리며'살고 있는건 아니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말을 맘껏! 한껏! 사용치못하는 것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 부끄러움을 알기에 어찌보면 이책을 만나는건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은 독특한 사전이라고만 생각했고, 비슷한말들이 어떤것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만난 책인데, 책을 훑어보다 머리글과 맺음말을 읽으며, 그만 반해버렸다. 


나는 가끔 아니, 종종 책 전반의 내용보다 글쓴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머리글과 맺음글을 읽다가 반해 그것만으로도 한권의 책을 읽은듯이 기뻐하곤 한다. <비슷한말 꾸러미사전>은 그런 책중의 하나다. 글쓴이 최종규가 무엇때문에 이책을 썼는지를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기에 더더욱 기뻤다. 




『말은 말답도록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생각을 가다듬도록 돕는 길동무로 '읽는책(읽는사전, 읽는 한국말사전)'을 엮고 싶었기때문입니다. … 말은 생각을 지어서 마음을 담는 씨앗과 같지싶어요. 

…비슷한말은 비슷하게 쓰이는말입니다. 같거나 똑같이 쓰는말이 아닙니다. 조금씩 다르게 쓰는 맛이랑 멋이 있기에 비슷한말을 지어요. 때와 곳과 히름을 살펴서 새롭게 쓰려는 마음으로 비슷한말을 빚어요. '』

-머리말 가운데-



『'생각하는 기쁨'을 살리는말 

…'읽는사전'은 '말지식'을 늘리려고 내놓은 사전이 아닙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말은 언제나 우리 스스로 찾고 생각하고 살찌고 느끼고 가다듬고 갈고 닦아서 쓴다고 하는 대목을 이야기하는 사전입니다. 

…우리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까닭은 …

생각을 밝히고 가꾸고 키우고 사랑하고 나누고 복돋우고 살찌우려고 말을하거나 글을 씁니다. 다시말해서 '생각하는 기쁨을 스스로 복돋우면서 이웃하고 나누려는 마음으로 말을 하거나 글을 씁니다. 


더많은말을 머릿속에 담아서 '글자랑 ·말자랑'을 하는 삶이 아니라 '글꽃·말꿈'을 키우는 사람과 살림이 될수있기를 바라요 』

-맺음말 가운데 -


머리말과 맺음말을 읽고 때아닌 '사색'을 했다. '생각하는 기쁨' 그것이 무엇일까하고. 

오늘날 우리에게 없는 가장 간절한 그것 아닐까.


빨리빨리에 목숨줄이 달려있고 내삶이 그렇게 흐르는데, '생각'이라, 그것도 '생각하는 기쁨'이라 글쎄, 보통은 생각하는 것 그 자체를 고통스러워하거나, 그 통증자체가 싫어 비꺼가기 일쑤다. 우리에게 생각하기는 고통 그 자체로 여기지 '기쁨'따위가 있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한다. 그래서, 글쓴이가 '생각하는 기쁨을 살리는 말'이라 했을때 나또한 멈췄다. 


생각하며 사는 것이 기쁨이 되지 못한 까닭에, 생각하는 기쁨을 살리는 말 따위가 있으리라 여기지 못했기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기쁨'을 살리는 말>을 담은 이책을 흐뭇하게 편하게 '생각하며' 읽었다. 


보통 '사전'하면 단어, 말을 찾아보기위해 사용하는데, 이책은 특별한 아니 독특한 사전이다. 비슷한 말들을 묶어 그말들의 다른 쓰임새 즉, 멋과 맛을 담았다. 필요에의해 찾다가 읽는 사전이 아니라, 비슷한말묶음을 읽으며 이 하나 하나의 말들이 이런 맛이 있구나, 또는 그래 이말은 이렇게 사용해야 맛이 살지 하면서 이책에 박자를 맞추게 된다. 

자주쓰는 말인데, 어떤때 이말을 쓰고 있었는지를 곰곰이 들여다보게했다. 

또, 자주 안쓰는말인데 이렇게 써야하는구나 하고. 또 아주 낯설은 우리말도 만나게 되어 이런 이쁜 우리말도 있었군 하는 생각에, 글쓴이의 이야기처럼 '말은 생각을 담는 씨앗'이구나 나의 생각이 이처럼 빈약하고 모자란건 우리말을 생각하며 사용하지않았던 탓이라고 깨우치게 된다. 


'사전'을 이토록 편하게 흐뭇하게 읽기는 또 처음이다. 동시에, '생각하는 기쁨'을 살리는 말이 얼마나 간절하게 필요했던가를 새삼 알게된 책이다. 그 어느 책장 구석에 먼지가 쌓이도록 놔두는 사전이 아니라 후루룩 '읽게 만드는 사전'이다. 

쉽게 읽게하지만 생각하는 기쁨도 살려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편하게 읽을수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늘상 사용하는 말을 돌아보게 하고, 내가 사용하는 말과 글이 바로 내 생각의 크기와 깊이였다는 사실을 알게해준다. 



또래, 동무, 벗, 너나들이, 친구 →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같은말은 아니다.


또래: 나이나 생각이나 마음이 서로 비슷한 사람들

동무: 늘 가까이 어울리는 사람, 어떤일을 함께하는 사람

벗: 나이가 비슷하면서 서로 가까이 어울리는 사람

너나들이: 서로 너니나니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네는 사이

친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어쨌든, 나에게는 '최종규' 글쓴이의 모든 책들을 만나고 싶어진 시간이였고, 그가 살리고자 했던,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말을 나도 하나씩 그를 따라 담아보고파졌다. 이 마음만으로도 이 책한권은 내삶에 비집고 들어와버렸다. 그것만으로도 기쁨이다. 


그러면서, 글쓴이의 다른책 <뿌리깊은 글쓰기>를 같이 읽었다. 




<뿌리깊은 글쓰기>는 '우리말로 끌어안는 영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워낙 영어가 일상언어로 되어있고, 그뜻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데고 끼여들기를 하면서 우리삶 한가운데 놔두어 버린듯하다. 가끔 우리말로 뭐지를 곰곰이 고민하기도 했는데, 글쓴이는 어떤식으로 들여다보고 있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글쓴이는 머리말에 우리말을 잘 쓰지 못하는 이유는 '생각'이 모자라고 '사랑'이 모자라고 '뿌리'가 깊지않기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격렬하게 공감한다. '생각', '사랑' '뿌리'가 없는 말을 사용하는 우리들 삶은 얼마나 고약하고 슬픈가를 들여다보게 했다. 


이책을 읽기전에, 일러두기가 있는데, 그것을 읽다가도 곰곰이 생각했다. 


일러두기

1) 한국사람이 영어를 어떻게 즐겨쓰는가를 살핍니다.…

3) 이런저런 영어까지 굳이 쓰는 마음이란 얼마나 가난하거나 슬픈가 하는 소리…

6) 내삶을 일구면서 내사랑을 살찌우고 내말글을 보듬는 길동무책으로 삼아준다면…

7) 사람들이 놓치는 '아름아이 사랑할 우리말'이야기에 눈길을 둡니다. 



우리들이 즐겨사용하는 영어는 오히려 '빈약한 생각'을 만들고, 허술한 삶을 만드는 건 아닌지를 돌아보게 했다. 

<'이런저런 영어까지 굳이 쓰는마음' 얼마나 가난하고 슬픈가> 이 물음앞에, 멈춰섰다. 

글쓴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무렇지않게(이상하게) 사용하는 영어를 우리말로 살찌우지 못하는 우리들의 빈약함을, 깊지않은 우리들 말씀씀이 글 씀씀이 뿌리를 송두리째 묻는다. 


108가지의 영어를 소개했다. 나는 오히려 덕분에 영어공부를 잘했다. 영어 본뜻과 다르게 사용하는 것도 많고, 외국어가 우리말과 섞이고 또 하나로 엮일때는 어떤표현을 써야하는지도 생각하게 했다. 동시에 이런 영어를 우리말로 옮기고 담아낼 것이 없다는. 아니 그런 생각하는 품, 노고조차 하려하지않는 우리들 삶이 서글퍼졌다. 


그러면서, 우리들이 쓰는말과 글이 '우리말'도 아니요, 그렇다고 '영어'도 아니니. 참 이상하게 말하고 글쓰면서도 그 이상함에 낯설어하지도 문제의식도 없었다는 것이 희한하다. 결국 얕은 뿌리였음을 낱낱이 알려준다. 그러고 얕은 생각이 나은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 


글과 말은 우리들 삶이다.  자기 말과 글 씀씀이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하는 까닭이다. 


늘상 말하고 쓰는 우리들, 얼만큼 우리말로 유창하게 '맛과 멋'을 살린 우리말을 즐기며 누릴까? 

참으로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이 나를 움직이고 그 부끄러움에 내삶을 다듬었으면 좋겠다. 


내생각을 한껏! 우리말과 글로 펼칠수 없고, 우리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서 우리말로 한껏 즐길수 없다는건, 우리들삶이 일그러져도 너무 일그러졌다고 보여주는 것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삶을 가꾸어야 하듯이, 생각도 가꾸어야 하고, 말과 글도 가꾸어야 한다는 사실. 

거꾸로, 말과글을 가꾸는 일은 삶을 가꾸는 기초의 기초일테다. 


내글과 말도 너무 부끄러운탓에, 그 누굴 탓하고 그 누굴 나무랄 수없다. 내생각의 깊이, 내삶의 깊이이니, 그것을 허심하게 인정하고 허약하고 부실한 내 생각에, 내 삶에 하나씩 하나씩 채우고 가꾸는 수밖에 없다. 


가끔 대화하다가 글을 쓰다가 우리말보다 영어가 번뜩 먼저 생각나거나 튀여나올때가 있다. 깜짝 놀라기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말로 바꾸면 뭐라 써야하지를 곰곰이 생각하다 마땅한 글과 말이 생각이 안나 튀여나온 영어를 그대로 쓰곤했다. 

아마, 글쓴이는 이런과정을 '생각의 깊이'를 물었던 듯싶다. 그 누구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말과 글에서 조차 '생각하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 삶도 멈추게 하고 사랑도 멈추게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더 말이 필요없을듯 하다. 부끄러운 이맘이 오래가길. 그리고 그 부끄러움에 나를 계속 끌어당겨주길 바랄뿐이다. 

그러면서 글쓴이의 책을 하나씩 하나씩 읽어가며 내생각, 내말과 글을 더 들여다보면서 가꿀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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