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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요리/초겨울

간단하고 맛있는 초겨울찬1,토종뿔시금치 무침~


토종뿔시금치로 만든 나물입니다. 


사실, 시금치는 보편적으로 알기론 겨울이 제철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건 그간 재배풍토에 의해 철을 앞당긴 결과라고 합니다. 

원래 제철은 봄입니다. 그러니깐 겨울을 지내고난 시금치. 즉 빨라도 초봄쯤 나오는 시금치가 제철에 나오는 것인데, 따뜻한 남부지역에서 대량재배가 시작되면서 점점 계절을 앞당겨 초겨울부터 시금치를 만나게 된것입니다.


시금치는 조선시대이전부터 먹어왔을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오래도록 즐겨먹던 채소인데, 그 되물림을 한 토종씨앗은 내팽개치고 개량종으로 대거 키우고 거기다가 철까지 어기면서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사실을 막상 알게되니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토종시금치는 90여일정도 키워서 먹는다고 합니다. 지금의 개량된 시금치는 40여일정도 걸리고 추위에도 강하게 만든것이라고 합니다. 빨리생산되고 대량재배되니 누구나 할것없이 개량종으로 갈아타고 키워내었던 겁니다.

아마 우리나라 식재료의 대부분이 '빨리' 그리고 '많이' 이 두가지 목표외에 천천히 키우면서 땅의 영양을 채워내는 것, 그리고 땅을 최대한 망가뜨리지 않는 방향에서 재배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재배되는 터라 안타까움을 넘어 쓰리고 쓰라립니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겨울에 먹으면서 좋아했던 지난날들이 참으로 속상합니다.


제가 제철찾기를 하면서 장터를 꼬박 다니며 채소마다  제철을 파악하는일을 하느라 품을 많이 들였습니다. 

그런데, 시금치는 딱히 고민도 하지않았습니다. 겨울에 먹으면 되려니하고 그것도 노지재배하는것으로 챙겨먹으면 되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아름아름재배해서 판매하는 나이지긋한 할머님들이 꼭 늦가을쯤, 그리고 초봄쯤에 조금은 낯선 시금치를 판매하곤 했습니다. 생김새도 조금 다르고 철도 이상하다 싶어서 딱히 관심을 갖지않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토종시금치였습니다. 

이렇게 가까운곳에서 제철시금치를 만날수 있었던걸 그간 정말 멀리 돌아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철찾기를 하면서 그간 알고 있었던 제철이 다 뒤죽박죽되었다는 건 새삼스러운 건 아닌데, 막상 이렇게 매번 늦가을과 초봄에 만나곤했던 시금치를 못알아봤다는게.. 무척이나 부끄럽더라구요. 조그만 신경썼더라면 몇해전부터 맛보며 즐거워했을터인데..


지금이라도 그 얼마나 다행인고 하면서 늦가을장터에서 냉큼사다가 요즘 한창 맛보고 있습니다. 

가을에 심어 늦가을이나 초겨울쯤에 얼굴 보이고 겨울내내 안보이다가 초봄이 되야 얼굴 또 보여주는 시금치, 토종뿔시금치입니다. 다. 뿔시금치라는 건 씨앗때문에 붙여진 이름같아요. 씨앗에 가시처럼 뾰족한 뿔이 여러개 나있어요. 모양새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먹어오든 겨울시금치와는 생김새가 좀 달라요. 줄기가 상당히 얇고길쭉하고 (호리호리하다가 더 정확한 표현) 잎은 넓지않고 세로방향으로 길쭉한편이여요. 식감은 아삭한 맛이 있어서 깜짝 놀랬구요. 뿌리쪽부분은 달큰하니 아주 맛있습니다. 

요 시금치는 조금 줄기가 많고 도톰한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토종뿔시금치는 늦가을에 한번, 초봄에 한번 이렇게 두번 만나게됩니다. 지금 먹어본건 늦가을에 수확한 것인데요. 초겨울쯤에 맛보면 훨씬 더 맛있는듯 합니다. 그리고 아직 맛보지 못한 초봄쯤에 나오는 토종시금치도 기대만발입니다. 

내년에는 이른봄부터 냉큼 챙겨서 든든하게 봄날을 시작해봐야겠습니다. 생각만해도 엄청 흥분됩니다. 어떤맛으로 올지. 


그간 봄에먹는 나물 시금치를 한철 앞당겨서 온나라가 먹어왔구나 하면서 개량된 남쪽지방에서 올라오는 시금치를 맛보며 겨울에 이렇게 맛본다는게 참 좋다고만 생각했는데..여기에도 우리네 씁쓸한 식재료재배풍토 그 한 모습이였다고 하니 여간 맘이 편치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재배되고 있는 개량시금치를 먹지말자 아니라 시금치의 제철이 '봄'이라는 것을 아는 것과 개량시금치도 맛이 들려면 늦겨울쯤이 되야 맛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자는 겁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봄철에 나오는 토종시금치를 맛본다면 금상첨화구요. 남부지역에서 재배되는 대부분의 겨울시금치는 토종시금치가 아니라고 합니다. 장터에서 아름아름 재배해서 늦가을 초겨울에 만나는 시금치나, 초봄과 봄철에 수확해오는 시금치를 좀더 관심있게 보자는 겁니다. 그러면서 봄철에 시금치를 먹는것을 낯설어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봄철에 친숙해지다보면 초봄나물로 다시 자리잡게되지않을까요? 


이번겨울은요 저도 보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겨울채소들을 조금 늦추어서 맛보면서 즐겨볼라고 합니다. 다 철을 앞당겼다는 걸 아니깐 급하게 맛볼필요가 없을듯 해서입니다. 그러면서 늦겨울,초봄에 맛보고 즐기는것으로 저도 버릇들이고 습관이 될수있게 만들어보렵니다. 



서두이야기가 길었지만, 그만큼 고민이 많이되었기때문입니다. 가장 크게는 봄철이 제철인줄도 모르고 먹어왔다는 거죠. 그것이 가장 씁쓸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겨울찬으로 소개하는데에는 (내년 봄철에도 주구장창 소개하겠지만요.) 이제 한창 시금치를 맛봐야지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알려드리고자 초겨울찬이라는 이름을 달고 글을 썼습니다. 

혹시 놀래시지는 않았는지.. 뭐, 왠간한 식재료들은 다 철없이 뒤죽박죽이니깐요. 너무 놀래지 마시고..조금 기달렸다가 천천히 한겨울이나 늦겨울부터 맛보면 되지요. 



요거이 토종 뿔시금치입니다. 뿔시금치도 여러종자가 있는듯 싶어요. 워낙 토종종자로 키워지는 시금치가 별로 없어서 그 종류를 다 가늠하기 어렵지만 제가 그나마 장터에서 만날수있는 종류가 이 시금치입니다. 

모양은 잎은 길쭉하지요? 그리고 줄기부분은 상당히 호리호리하게 얇아요. 뿌리가 굵은것들이 훨씬 단맛이 강하고 맛있었어요.

혹여, 지금 초겨울장터에서 만날수 있다면 뿌리가 굵직한것으로 맛보시면 아주 흡족하실껩니다. 달달한 맛이 아주 좋은데다가 아삭한 식감까지 있어서 꽤나 근사한 늦가을, 초가을 찬이 나옵니다. 꼭! 만나보셨으면 좋겠네요. 장터에서 눈크게 뜨고 한번 찾아보세요!








토종 뿔시금치 나물

재료: 데친 토종뿔시금치 크게 한줌반 

양념: 국간장 1/2큰술, 참기름1큰술, 통깨약간, 다진마늘 1/2큰술, 대파약간 



토종 뿔시금치 나물은요,

시금치는 될수있으면 뿌리까지 챙겨드시면 좋아요. 시금치의 뿌리에는 구리와 망간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들은 몸의 해로운 요산을 분해하여 몸 밖으로 빼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최대한 챙겨먹는 것이 이득입니다. 

또 , 뿌리가 달큰하니 맛있으니깐요 꼭! 챙겨서 손질해주세요!

뿌리다 보니 잔칼로 쓰윽 긁어내주면 됩니다. 그러면서 두꺼운 것들은 반으로 쪼개거나 4등분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데치기입니다. 팔팔 끓는물에 소금약간 넣고 살짝 데쳐주면 됩니다. 숨이 살짝 죽을때까지만 데치시면 됩니다. 

데친후에는 바로 찬물에 헹궈 물기 꽉짜서 준비합니다. 헹굴때는 흙이 잘빠지게 헹궈주면되고요. 나물은 기본적으로 물기를 꽉짜야 간이 제대로 듭니다. 안그럼 간을 세게해도 슴슴해지니깐요. 


간은 국간장으로 해도 좋구요. 소금간으로 해도 괜찮아요. 편한것으로 하시면 됩니다. 


나물에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꼭 들어가는데요. 두가지다 번갈아서 넣어 먹어보고 입맛에 맞는걸로 하시면 됩니다. 

저는 둘다 맛있더라구요. 


저는 시금치 손질하다 보면 붉은뿌리가 참 매혹적이다라는 생각을 해요. 어데서 달콤한 맛이 깃들게 한것인지..참으로 궁금해지고요. 뿌리도 깔끔하게 손질해서 다 챙겨먹습니다. 뿌리를 손질하면서 작은것은 그대로, 조금 큰것은 반을 가르고요. 더 큰것은 4쪽정도로 갈라 놓습니다. 



팔팔 끓는물에 소금약간 넣고 데쳐줍니다. 뿌리부분부터 넣어주고 그다음 잎까지 퐁당 넣어 젓가락으로 뒤섞어주듯이 데쳐줍니다.

숨이 살짝 죽으면 젓가락으로 한두번더 뜨거운물에 담갔주었다가 건져내면 됩니다. 

나물은 요 데치기만 잘하면 됩니다. 



데친시금치는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헹궈줍니다. 그리고 물기꽉 짜줍니다. 



저는 국간장으로 간을했어요. 소금간으로 해도 깔끔하고 맛있어요. 편하실대로 하시면 됩니다.

국간장1/2큰술, 참기름1큰술 넣고 조물조물 무쳐줍니다. 


(국간장으로 간을 할때는 물기를 아주 잘 짜주어야해요. 그리고 데쳐서 무치는 나물은 간을 조금 세게해주는 것이 좋아요. 무칠때 맛하고 먹을때 맛하고 달라져요. 먹을때 슴슴하다고 느껴지거든요. 고런점을 유념하면 좋아요.) 



다진마늘 1/2큰술, 대파약간 , 통깨약간 넣고 마저 무쳐주고 마무리~




자~

접시에 담습니다. 


아삭한 식감에 달큰한 맛까지 너무 맛있습니다. 늦가을 초겨울에 이런 보석같은 맛을 준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맛보게 된듯해서 뿌듯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아마, 지금쯤은 서리도 맞고해서 다 사라지고 없을듯도 한데.. 혹여 장터에서 만나게 된다면 엄청 반가울듯 합니다. 

식재료 자료 준비하느라 너무 늦게 소개한 건 아닌지 하는 미안한 맘도 생기네요. 그래서 겨울식재료소개에는 담기는 했는데..보셨을랑가..



시금치가 봄나물인줄 알았으니 또 배운만큼 열심히 봄에 맞게 키우는 분들을 내년봄에는 열심히 찾아보렵니다. 

물론, 겨울시금치도 맛보면서 기다려봐야지요. 기회가 된다면 초겨울장터에서 꼭 만났으면 하구요.

그리고 내년 늦겨울,초봄에 우리 시금치의 제맛을 다시 확인해봐요. 

이렇게 하나씩 배우는 일이 때론 너무 낯설기도 할테지만, 우리가 엉뚱한 계절에 익숙한것이 오히려 문제인거거든요.

그러니 여짓껀 자신있게 알고 있었던 맛에 대해 (특히나 자신이 길들여온 맛) 자신감이 잘 안들더라구요.

무한히 겸손하게 만들어준답니다. 겸허히 올겨울부터 내년봄까지 시금치 맛봐야겠습니다. 제맛을 배운다면 더 좋겠구요. 

우리, 그래보자구요!!!



<더보기> 겨울식재료와 2015년 결산하고 있어요. 참조하세요!

2015년 결산1

겨울식재료 총정리2탄( 겨울채소, 해조류편)

☞겨울식재료 총정리1탄 (초겨울편)

제철식재료가 중요한 까닭


제철찾아삼만리는 

제철식재료의 귀중함을 하나 하나 배워가며 채워내는 공간입니다. 

제철식재료에 대한 사랑은 잃어버린 식재료의 제맛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하고 

식재료를 자연의 힘으로 건강하게 키워내는 농수축산분들의 노고를 소중히 아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어떻게 먹을것인가'의 진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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