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번은 꼭 끓여먹고야 마는 녹두현미죽입니다.
가끔 집에 누가 아플때도 끓여줍니다만, 늦가을, 초겨울즈음해서 녹두듬뿍넣고 한바탕 끓여먹습니다.
녹두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너무 좋아서 그러합니다.
녹두가 수확할즈음해서 구입하려고 했는데 때를 놓치고 얼마전에 장터에서 사왔습니다. 직접 농사지었다면서 죽을 끓여먹을것이며 거피안한 것으로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직접 농사를 지으셨다길래 제가 궁금한것을 물었습니다. 중국산이 워낙 많아서 어떻게 구별하냐고 여쭈었더니 한웅쿰 녹두를 쥐고 펼치시면서 국산녹두는 알갱이가 일정치가 않다. 중국산은 알갱이크기가 일정하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러면서 한웅쿰 쥔 녹두알갱이를 펼쳐서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아.. 일단은 알겠다고는 했지만, 이리 작은알갱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것만으로도 눈이 아플듯하고 가까이 들여다보며 구별할길이 만만치 않겠구나..싶었습니다. 거기다가 거피된 중국산 녹두도 천지라서 어찌구별할꼬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농사를 지었다면 콩깍지채 털다보면 덜여문 알갱이도 있고 잘 여문알갱이도 있고 못난이도 있고 어여쁜놈도 있습니다. 못났다고 버릴수 없으니 다 말려서 판매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니 알갱이가 고르지 못할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하튼, 녹두하나 먹는데도 수입산 구별때문에 고민이 한가득입니다.
눅두는6-70년대만 하더라도 흔해서 돈없으면 집에서 부쳐먹는 빈대떡의 주요한 재료였는데, 지금은 국산녹두로 만든 빈대떡을 만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 수준입니다.
몇가지 자료를 확인해보니, 눅두의 자급율이 30%가량 된다고 농식품부 식량산업과는 통계자료를 내놓았지만, 체감하는 정도는 10%도 안되는 듯합니다. 실제 장터나 마트에 가면 국산녹두도, 녹두로 만든 청포묵도, 녹두로 싹을낸 숙주도 찾기가 만만치않게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조만간 한중FTA도 가동된다죠? 이미 이런 틀이 없어도 중국산이 우리나라잡곡을 다 집어삼키고 있는데, 제도적장치까지 마련해주니 삼키는 속도는 광속이지않을까?
사실, 각종의 FTA는 여러가지 손익계산을 해서 결정한다면서 피해는 어쩔수 없는일이라며 농민들의 피해를 당연시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급율이 저조합니다. 여기에 피해를 감수하라고 하는건 자해행위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을 천대시하는 건 자기몸을 해하는 그 자체이기때문입니다. 먹거리는 우리몸의 피와살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몸뚱아리와 같다고 이해해야합니다. 그 귀한 몸뚱아리 내어주고 그어떤 이익이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싶습니다.
많은나라 선진국들의 식량자급율이 100%이상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다 이러하기때문입니다.
저는 그 어떤나라도 식량을 자급할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방향에서 무역해야 한다고. 정말 21세기 힘의 야만이 철철 넘치는 지구에서 이런이야기는 택도없는 쓰잘데기없는 소리라 여길지 모르겠습니다. 먹는것 갖고 힘 내세워 강자역할하는 놈들이 무슨 강자라고. 강도죠. 강도. 아무튼 우리나라 FTA대로는 태평양만한 넓이에 아우토반(속도 무제한 도로)처럼 질주하고 있습니다. 얼만큼 자해해야 그 속도가 멈춰질지 알길이 없을 정도입니다.
쌀자급율, 곡물자급율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사람들이 잘 먹지않는다는걸 주요원인으로 꼽습니다. 저는 거꾸로 생각합니다.
잘 안먹는것이 아니라, 잘 못먹게 막고 있는건 아니고? 키우는 농민이 없으면 아니, 키우는농민을 괴롭히면 이건 못먹게 하는 겁니다. 그간 수십년간 농민들 괴롭혀서 이지경이 된게 근본원인이죠. 말은 바로해야죠.
하찮은 우리들이 할수있는일이 그다지 많지않아 마음이 더 무겁지만, 우리곡물 더많이 사랑해주면서 밥상을 차려봅시다.
가을,겨울은 우리땅에서 자란 잡곡을 많이 먹었으면합니다. (1년 연중 한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아주 작고 하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작고 힘없는 일상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되리라 저는 믿어봅니다.
국내산잡곡이 3배가까이 비싼건 바로 못먹게 만드는 사회적구조때문입니다. 비싸다고 농민에게 이득이 다 돌아가지 않는것도 그런이유이고요. 그렇다고 먹는우리마저 손놓으면, 영영 회복할 방법이 없어지게됩니다.
가을에 수확한 잡곡, 조금만더 신경써서 먹어봅시다. 이것이 힘이 될거냐 마냐는 우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닐듯싶어요.
먹는우리가 할수있는일은 잘 먹어주는거니깐요.
또, 들어가는말이 많아졌습니다. 이해해 주실거죠?
한중FTA는 가동된다고 하니, 이미 망가진 국적불명의 밥상은 또 얼마나 일그러질까? 그 사이 우리농민들은 잘 버텨줄까?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에..길어졌습니다.
고소고소한 녹두 듬뿍넣고 현미랑해서 든든한 죽한그릇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늦가을에 담가 겨울에 먹는 '통무김치'도 곁들였습니다. 뭐, 끝내줍니다.
보통은 비율이 녹두를 적게넣고 쌀을 많이 넣는데, 저는 반반 넣어 만들었습니다. 현미반, 녹두반. 그랬더니 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에다가 고소고소한 맛이 강렬합니다. 녹두의 부드러움과 고소함을 사랑하는지라 그리했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취향껏 조절하시면 될듯합니다.
추위도 한창 시작되었으니, 따뜻한 녹두죽한그릇 준비해서 겨울아침밥으로 챙겨보세요!
하루시작이 거뜬해집니다. 여기에, 겨울나기용 늦가을김치곁들이면 더할나위 없는 복스런 밥상이 되겠죠?
통녹두 현미죽
재료: 통녹두1컵, 현미1컵
양념: 물 넉넉히, 간은 먹기직전에.
통녹두 현미죽은요,
통녹두와 현미를 잘 불려놓는것부터 시작합니다. 하룻밤 불려놓습니다.
보통은 불린녹두를 삶아주다가 쌀을 넣어 끓여줍니다.
저는 현미을 볶아 끓이다가 불린녹두 간것을 넣고 끓여주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바쁜아침에 하실려면, 녹두를 삶아서 휘리릭 갈아놓고 불린현미도 살짝 (거칠게) 갈아준후 합해서 끓여주면 시간은 그리 오래걸리지않습니다. 요런 점들을 요해하고 판단해서 조리하면 됩니다.
녹두를 충분히 불려주면 좋습니다. 삶아거 갈 경우에도 시간이 단축되고요. 불린걸 그대로 갈을때도 수월하기때문입니다.
또, 현미를 사용한다면 현미도 충분히 불려서 죽을 끓이는것이 시간단축이 됩니다. 더 빨리하려면 불려서 갈아놓구 끓이면 됩니다. 저는 들기름에 볶아서 만들고 싶어서 갈지않고 사용했습니다.
녹두와 현미를 어떻게 준비해서 죽을 끓일것인가만 판단하면 그에 맞게 조리법도 나옵니다.
편리한대로 하시면 됩니다.
저처럼 죽을 끓이고자 할때는 불린현미에 들기름 두르고 충분히 볶아줍니다. 쌀알이 투명해지면 다시마우려끓인물을 1컵씩 붓습니다. 한꺼번에 많은양의 물을 붓는것이 아니라 1컵씩넣고 푹 끓여주기를 여러번 반복합니다. 그러면, 들기름흡수도 겉돌지않고 또 현미도 속도감있게 익습니다.
죽의 농도를 걸쭉한 정도로 맞추시면 되구요. 한김 식으면 뻑뻑해지니 그것을 감안해서 조금 덜 걸쭉하게 완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녹두를 구입했습니다. 알갱이가 생각보다 너~무 작습니다. 녹두알갱이를 볼때마다 어떻게 키우실꼬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조(좁쌀)나 피(곡물)는 더하지만요. 일일이 콩깍지에서 빼내와 말리는 작업까지 정말 수월치 않은 일일껩니다.
그나마 녹두는 일찍 수확하는 터라 지금 늦가을비에 피해가 별로 없었지만 워낙 날이 가물었던터라 고생꽤나 하셨을듯 합니다.
키워 파셨던 할머님처럼 손바닥에 올려놓고 크기가 고르지않은지..확인해봅니다.
어떠요? 크기 뒤죽박죽이죠? 근데..그차이가 너무 미미한지라..ㅎ
1되에 만원이였습니다. 이가격에 그 수고로움과 고생을 샀다고 생각하면 그리 비싸다고 생각이 안듭니다.
적은양이지만, 이것으로 알뜰하게 뭘해먹을꼬..하면서 가슴벅차게 안고 왔습니다.ㅎ
먼저, 1컵 꺼내 씻어주고 일일이 돌이 있나없나 확인한후에 물 넉넉히 부어 보관통에 담아 냉장고에 휙~넣어버렸습니다.
충분히 불려져라 하면서요. 손으로 만져보면 아삭하게 잘라집니다. 그럼 잘 불려진것입니다.
간혹, 딱딱한것들도 (잘 안 불려지는 녀석도 있습니다.) 있어서 원래는 현미볶다가 통으로 넣어 끓이려고 했는데 그럼 안될듯해서 휘리릭 갈아주었습니다. 덜 불려진 딱딱한 녀석들이 굉음을 냅니당.
현미는 지집이 밥으로 잘 안먹으려고 해서, 항상 불려두고 볶아서 튀밥처럼 챙겨먹곤합니다.
그래서,죽을 끓인다 치면, 불린현미를 꺼내다가 사용합니다.
깨끗하게 씻어서 물 적당히 부어 보관통에 담아 냉장고에 휙~ 넣습니다.
하루꼬박 불린것입니다. 오통통하죠? 현미는 좋은점이 씻을때도 맑은물이 나오고, 불려도 맑은물이라 기분이 참 좋아요. 거기다가 불려놓으면 씨눈이 더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왠지 살아있는 존재같아서 더 어여뻐보여요.
불린 현미는 체에 밭쳐 물기를 빼줍니다. 살짝만 빼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냄비에 붓고 들기름 1-2큰술 붓습니다.
달달달 볶아줍니다. 현미알갱이가 윤기가 나고 투명해질때까지 충분히 볶아줍니다.
기본은 들기름을 잘 흡수하기 위함이고, 다른하나는 어느정도 익혀준후 물을 부으면 익는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여요.
투명해지면, 다시마우려끓인물 1컵을 붓고 팔팔 끓여주면서 볶습니다.
뽀얀 육수가 나오고 수분이 어느정도 줄었다 싶을때 또 1컵을 붓습니다.
이렇게 반복해서 여러번 볶듯이 끓이듯이 해줍니다. 쌀알을 확인합니다. 한번 먹어보고 거의 익었다 싶으면
간 생녹두를 넣어줍니다. 그리고 농도를 맞추기위해 물을 조금더 넣어주고 끓여줍니다.
잘 저어가며 중약불로 줄여서 뭉근하게 끓여주면 됩니다.
이때! 간 생녹두에 딱딱한 녀석들이 있어서 조금 오래끓이게되었어요.
따로 녹두를 충분히 익힌후에 휘리릭 갈아서 넣어주면 시간도 단축되고 덜익을까 걱정을 덜수 있어요.
익힌녹두를 갈아서 사용할때는, 현미가 톡톡 터지는 맛이 나면서 거의 다 익었구나 싶을때까지 끊인후에 넣어주셔야 서로가 익는속도를 맞출수 있어요.
현미반, 녹두반이라서 거품이 상당히 많이 나오더군요. 거품양만큼 더 부드럽습니데이~
부드러운 팥앙금을 풀어놓은듯한 것이라하면 이해되죠?
녹두가 다익고, 현미도 잘 퍼졌으면 끝!
앗! 죽은 끓일때 간을 하지않습니다. 특히나 녹두 팥등을 넣었을경우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왜냐면, 삭는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죽이 헐렁해집니다.(마치 물이 생긴것처럼) 아셨죠? 소금간은 먹기직전에 취향껏! 하는걸로.
또 앗! 곁들이는 김치, 통무김치 이제 꺼내 맛보고 있어요. 12월 두째주 쯤부터 먹으면 딱인데, 근질근질 궁금해서 꺼내 먹다가 넘 맛있어서 걍 먹고있어요. 아직 무가 덜 익은듯 한데, 국물맛이 끝내줘고 국물에 폭 담가 먹으면 좋더라구요.
따로 소개할 필요없이 여기에 꼽사리껴서 담습니다.
자~
그릇에 담습니다.
아오~ 오쩜 이리 부드럽고 고소한지 모르겠습니다.
눅두죽이 부드러운 팥죽같다고 하면..이상한가요?ㅎㅎㅎ 너무 많이 넣었나봐요. 저는 엄청 맘에 들구만요.ㅎ
고소함이 철철철 넘치는, 고소함에 혀가 정신 못차리는 맛입니다~~~~~
여기에, 늦가을에 맘가 겨울에 먹는 통무김치 꺼내 곁들였습니다.
너무 어여쁘죠? 국물맛이 너무 좋아서 아삭아삭한 무와 함께 먹으면 너무 끝내줍니다.
맛보자며 꺼냈는데, 매끼니 꺼내 먹느라 금새 바닥날듯합니다. 요즘 고구마도 사다놨는데, 고구마구워서 곁들이면 기절합니데이~
장터나 시장을 둘러보니 작으마한 무(동치미용무)도 여전히 많이 판매하더군요. 아직 안담그셨다면 한번 욕심내보세요!
정말 강추하는 김치입니다.
햇녹두 사다가 죽도 끓여먹고, 숙주도 키워보고, 밥에도 넣어보고 뭐, 잘 먹어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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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2> 겨울식재료와 2015년 결산하고 있어요.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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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찾아삼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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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식재료에 대한 사랑은 잃어버린 식재료의 제맛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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