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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로 읽는 세상

정월 대보름 밥상, 즐겨먹는 겨울밥상이 되게 하면 어떨까?

정월 대보름 밥상이 만만하게 즐기는 겨울밥상으로 만들어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담아봅니다. 


정월대보름은 새해 처음 맞는 보름날입니다. 농업민족이였기에, 달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의 순차를 밞았으니, 첫해 둥글게 꽉찬 달이 뜨는 보름날은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고,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였습니다. 


설날이 가족이라는 범위에서  화목과 복을 기원한다면, 정월대보름은 좀더 너른 '마을차원'에 자기 마을성원들과 함께 한해 농사와 건강, 복을 기원하는 공동체적 범위라 할수 있을듯 합니다. 아마도 농사를 품앗이하면서 함께 노동해 왔기에, 풍년에 대한 기원은 당연히 마을단위로 함께 농사짓는 이들의 집단적인 염원과 갈망이 담아있었습니다. 

그러했기에, 정월대보름은  한해 시작을 알리는 큰 마을잔치였고, 한해 농사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축제의 자리였던듯싶습니다. 


이날에 맞추어, 음식은  9가지 나물과 다섯가지 곡물을 넣은 밥을 차리고 부럼깨기와 귀밝이술도 곁들여 서로의 건강을 확인하기도 하고 또 한해 건강도 기원했습니다.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건, 바로 대보름음식에 관한 것입니다. 

정월대보름에 맞춰 챙겨먹어왔던 무늬만 고유명절인 음식을 이제는 좀더 넓게 확장시켜 겨울밥상으로 만만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오늘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대단히 중요하기때문입니다. 더불어, 고유명절을 의의있게 오늘날의 밥상으로 더 가까이 불러내 우리들 삶의 한가운데 세울수 있기때문입니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9가지나물과 다섯가지 곡물밥, 부럼깨기는 단순히 옛사람들의 지혜로운 음식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음식입니다. 



9가지 나물은 주로 '묵나물'(말린나물)로 차립니다. 겨울철 먹거리를 걱정해왔던 삶의 지혜가 담겨진 것입니다. 

과도한 에너지낭비 하면서 키워낸 철없는 식재료를 즐기고, 공장에 의탁해 식단을 짜고 즐길수 밖에 없는 처지를 살아내는 우리들에게도 너무나도 '지혜로운' 식단일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객관적으로 '먹을것'이 부족했던 탓이지만, 오늘날에는 걱정없이 먹을수 있는 것들이 부족한 탓입니다.  


단순히, 묵나물이 영양덩어리니 하고 떠드는 소리는 그다지 중요치않습니다. 제철식재료를 정말 먹고프다면, 더더욱 겨울철에는 '묵나물'로 겨울식단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한시기 땅이 쉴수있게 해주는 차원이기도 하고, 에너지 낭비하면서 키워내는 식재료들을,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않게 즐겨왔던 우리들 식습관을 들여다 보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또한 '묵나물'은 단순히 말린나물을 잘 챙겨먹자가 될순 없습니다. 그건, 한해동안 '말려두기'라는 소소한 일거리를 해놔야 하기때문입니다. 다시말하면, '돈주고 공장제 묵나물'을 사먹자가 아닙니다.(요즘처럼 그 어떤것도 '돈'이 되면 뚝딱 공장에서 만들어내 빠르고 간편하게 할수 있는 것들로 조합해 내놓기는 합니다만) 


우리들 식습관을 다듬어 내는일이 같이 따라올수밖에 없습니다. '묵나물' 먹는일은  말리기 여정에서부터 그것을 먹고 즐기는 시간까지 우리들 삶에 뿌리를 내리는 일과 같습니다. 그것을 소중히 여길줄 아는 것이 바로 오늘날 정월대보름에 9가지나물을 제대로 먹는 방법입니다. 


벌써, 몇해전부터 대보름밥상을 겨울식단으로 확대하고 있는데요. 너무 좋습니다. 겨울철 딱히 변덕스런 물가 걱정하지않아도 되고, 공장제품, 철모르는 식재료에 눈돌리지않고 두둑하게 겨울밥상을 차릴수 있었습니다. 

대보름날에 몽땅 꺼내 먹는 것보다 겨울내내 돌려가면서 특색있게 챙겨먹으면 더 풍성하게 먹을수 있습니다. 


'묵나물'이 겨울철대표식재료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고 깨우치는 정월대보름이 있으면 합니다. 



다섯가지 곡물밥은 5가지 이상 여러곡물을 넣어 밥을 한것입니다. 다섯가지곡물밥은 한해 농사를 지은 여러곡물들을 한데 모아내 밥을 해 먹던 것이였는데, 오늘날에는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곡물자급율은 22%내외입니다. 즉, 80%가까이 외국에 빌어 먹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건, 수십년간 줄기차게 밀어붙인 수입정책으로 인해 이리된 것입니다. 대량수입되는 외국곡물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그이상 넓이의 땅에서 대량재배합니다. 그래서, 농약과 비료범벅으로 키울수밖에 없습니다. (대량재배의 문제점은 땅이 그만큼 금새 망가진다는 것이고 망가진땅에서 계속해서 쉼없이 대량재배하는 탓에 망가진 땅에서 생산량을 담보받는 방법은 오로지 화학비료와 농약밖에 없기때문에 그러합니다.)  이런 불량곡물로 끼니를 채워내야 하는 우리들 처지도 불쌍하고 처량하지만, 대량수입곡물로 국내농가는 생계유지마저 어려워 자체생산기반이 거의 초토화되었습니다. 


자국의 먹거리를 제손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건, 그나라 국민이 건강에 크게 위협 받고 있다는 걸 뜻합니다. 


이런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한해 결실로 수확한 국내산 곡물을 잘 챙겨먹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정부가 앞장서서 자급율을 획기적으로 높여내야하고 그간 초토화시킨 근본원인인 수입정책을 전면 조정해내야 합니다. 그러자면, 이런 문제의식을 우리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단순히 농민들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걸, 우리가 깨우쳐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의무감으로 먹자고 이야기 하는건 아닙니다. 음식이라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 있음을 먹는 우리가 삶속에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차원에서, 대보름에 먹는 다섯가지곡물밥은 우리땅에서 나고자란 곡물이 얼마나 귀한지, 우리땅에서 풍성하게 재배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를 간절하게 담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이것을 더 넓게 확장시켜서 한해곡물을 수확하는 시기, 가을중턱에서부터 아름아름 사다가 곡물밥을 지어먹는것을 버릇들여 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수입곡물이 수확시기를 피하여 수입되는편이라서(이제는 그것도 상관없이 밀려들어오지만)  수확시기인 가을중턱부터 신경써서 국내산 여러곡물(토종곡물을 포함해서)을 찾아보기도 하고, 구입해 놓으려고 하는 습관을 가지면, 가을밥상에서부터 겨울내내 대보름밥이 차려지게 됩니다.


오히려, 대보름시기 즈음해서는 중국산부터해서 온갖 외국산 곡물이 시장, 장터, 마트에 콸콸콸 넘칩니다. 도대체 우리에게 고유명절은 수입산식재료를 먹는날인가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곤 합니다. (설, 추석도 마찬가지) 


대보름에 먹는 오곡찰밥(다섯가지곡물밥)은 우리땅에서 풍성하게 키워지는 '우리곡물의 안녕'을 살펴보는일이 아닐까싶습니다. 더불어, 우리들의 가을겨울밥에 '우리곡물'이 조금씩 더 많이 늘어나게 하는일 아닐까.  



부럼깨기는 단단한 견과류를 깨먹으면서 치아의 건강을 살피는 것과 겨울철 영양균형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잘 살려서 겨울철 견과류를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전세계 나라에서 끌고들여오는 수입산으로 1년연중 먹자고 덤벼드는 우리들 식문화를 돌아봐야 합니다.  


견과류가 영양이 많고 좋다고 하여, 1년연중 먹자는 것은 바른 식습관이 아닙니다. 지금의 견과류재배여건 으로는 1년연중 먹자는 건 1년연중 수입하자는 꼴이고, 수입산으로 많이 먹자라는 꼴밖에 안됩니다. 

견과류는 대부분 기름성분이 많은터라  배타고 긴시간 항해해 들여오는 수입산은 걱정스러울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1년연중 먹지말고 가을에 우리땅에서 수확하는 견과류로 가을부터 겨울까지 알뜰하게 챙겨먹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시기만 잘 챙겨먹어도 한해 건강 충분합니다. 


정월대보름 부럼깨기는 1년연중 많이 먹겠다는 욕심 부리지말고 우리땅에서 견과류가 어찌 크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가을에 수확한 우리견과류들을 가을겨울 대표식재료로 두고 알차게 꽉차게 챙겨먹는 것을 좋아하는 일이 아닐까싶습니다. 





정월대보름만이 아니라, 우리사회 고유명절에 대해 하나씩 섬세하게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무늬만 남아, 그 본연의 의미도 잃었고, 오늘날 살려낼 소중한 문화유산적 가치도 송두리째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어김없이 매해 정월대보름은 우리앞에 옵니다. 

21세기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날로 되게 해야 할까요?


정월대보름 음식은 오늘날 우리들 겨울밥상의 귀감이 됩니다.

소박한듯 꽉찬 겨울밥상입니다. 오래전에도 지혜로왔고, 지금도 가장 지혜로우며, 앞으로도 눈부시게 지혜로운 밥상입니다. 하여, 정월대보름음식을 만만한 겨울밥상으로 즐기고 사랑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만만하게 즐길수 없게 하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가능하겠는지 잔잔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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