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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로> 찾기/책,삶이되어라~

<강신주의 감정수업> 우린, 자기감정에 솔찍하게 살아간적이 있을까?


오랫만에 식재료관련책이 아닌 책을 집어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나만의 정당화지만...) 필요로하는 책을 제외하고 그다지 책을 읽어보려는 생각을 하지않는듯하다.

역시, '공부라는 것은 알고자하는 욕구'가 그만큼 채워져야 뛰어드는 것이고, 의무감으로 하는 공부는 역시 빈머리에 들어왔다가 다시 금새 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건, 자신이 그만큼 절박해져야 내것이 된다는 걸 깨달을때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그러하다. 책을 읽으며 중년과 노년을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젊은날에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그리도 많아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끓임없이 책을 집어들기도 하고 또 끊임없이 무언가 실천하면서 그 답을 찾아 헤매였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여전히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거나 내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슨 배짱인지... 아니면 무슨 핑계인지 도통 책을 읽은 여유와 시간을 내려고 하지않는다. 

그만큼 자신의 (비록 짧지만) 살아온 날들이 만들어낸 자기철학 아니 자기고집이 가득차 있기때문이다. 그것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고 바꿀생각도 없게된다. 그럴 필요성 자체가 생기지않는다. 이미 경험한 것들(짧은생이지만..)로 세상을 재단하고 자신의 삶을 재단하고 타인의 삶을 재단하기때문이다. 얇팍하고 턱없이 부족한 지식의 경험, 삶의 체험이 마치 전부인양 생각하며 더이상의 도전도, 꿈도 가지려고 하지않는다. 새것을 배우는것에도 민감하지않을 뿐더러, 그것이 낯설어 오히려 피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맘이 허하고, 맘이 느끼는 갈증을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고 있다. 

물론, 그것이 책이 다 채워질수있으리란 생각은 하지않지만, 그 무언가는 담아줄수있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그러던차에 서점을 배회했고,  <강신주의 감정수업> 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단숨에 그책에 들어가 버렸다.

강신주 저자가 밝히는 '감정'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감정'없이 살아온날들이 더 많아진 나이가 되었기때문에, 나는 더 절절하게 이 책이 던지는 이야기에 빨려들어갔다.


우리사회는 아주 어려서부터 '감정'을 노출하지 말것을 강조하고 '감정'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것을 교육받으면서 성장한다.사회곳곳에서도 '감정'을 가진사람들을 이상하게 보고, 그것을 나무란다. '감정'은 참아야하는것이고, '감정'은 철저하게 숨겨야만 하는것으로 우리는 너무나도 길들여져왔다. 그것이 주는 패악이 엄청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는 나이가 되었을땐 이미 '감정'따위가 내게 있었는지 조차 몰라서 간혹 밀려드는 '감정'에 자신을 감당못해 자신의 삶마저 마구잡이로 살기도 한다. 


이런 병폐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고,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정신병자 다루듯이 문제를 끝맺음하려고 한다. 하지만, 희한하게 '감정'이라는 것은 개인이 만들수있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관계에서 생겨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이건 단순히 개인문제로 치부할수없는 것이다. 물론 개인이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는 문제가 될수있을지 몰라도.. 개인만 '감정'을  숨기거나 음폐시킨다고 해결될 것이 못된다는 이야기다.


저자가 밝힌 '감정수업'은 아주 재밌다. 48가지의 감정으로 나누어서 48권의 소설을 소개하는것으로 그 감정의 섬세함을 표현해준다. 딱딱한 글로만 풀어썼다면 이책은 역동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담아내기 어려웠을 듯한데..오히려 소설을 통해 48개의 감정을 이해시키기 때문에 아하..하면서 그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소설만큼 사람의 감정을 심오하게 다룬 것이 없을터이니, 소설을 통해 48개의 감정 하나하나씩을 읽어가며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그감정이 주는것이 무엇인지를 보게된다. 또, 그 감정이 주는 치명적인 결함도, 또 주는 기쁨도 하나씩 다시 되새김질하게 된다.


또, 하나의 감정이 설명될때마다 소설1권과 그림 하나가  같이 실렸는데.. 그 그림도 섬세하게 작업해서 담겨진듯하다. 

그림에 대한 조예가 개뿔도 없는 내가 ..잠시 그림에 대한 사색을 즐겼으니깐 말이다. 


48개의 감정과 48권의 소설을 한번에 읽는다는 것도 너무나 벅차다. 사실, 소설을 가까이 하지않았던 터라 낯설은 소설가들이 많았지만, (뭐..이름만 아는 작가들이 대부분이였다..끙.) 그러나, 책을 보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인용하는 소설의 내용이 저자가 설명하고자하는 감정의 정수를 담고 있기때문이다. 


나는 이책을 읽으며 행복감마저 느꼈다. 

먼저, 감정이 소중하다는 공감대가 저자와 일치했기때문이고, 내가 잘 몰랐던 '감정'의 과학적이고 섬세한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기때문이고, 또 하나는 세상을 보는눈, 사회를 보는눈, 그리고 사람을 보는눈이 조금은 '감정'적으로 돌아보는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기때문이다. 

감정을 잘 표현하고 살아가는 건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 숨겨진 감정을 잘 이해하고 바라 보는 눈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감정없이 살아간다'는 건 살아도 산것이 아니라는 말이 나는 가슴 절절하게 다가온다.

길들여온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면, 감정이라는 것을 그리 좋게 평가하고 누리면서 살지는 못했던 듯싶다. 

사람이기에 감정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감정을 누리고, 즐기면서 사람다워지길 바래본다.

여짓껏  살아온 삶이 어떠했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사람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람답게 살자!' 그 화두에 '감정수업'은 든든한 파수꾼이 될수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나홀로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니, 나와 너의 관계(사람관계)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감정' 그것을 잘 이해하고 느끼고자 한다면 사람에 대한 이해, 삶에 대한 깊이, 그런 것들이 더욱 풍성해지지않을까?


'감정수업'은 감정에 대한 막연한 감성적 접근이 아니다. 과학적인 사회적관계를 풀어준다. 그 안에서 48개의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근본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를 통해 감정을 어떻게 볼것인가와, 그런 감정을 바꾸어내는 것이 또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이책은 지금 한창 사회에 눈을 뜬사람에게도, 한생을 다 살았다고 느끼는 노년에게도 아주 필요로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사회적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기를 권한다. 혼자 무인도에 살고 있다면..사실 필요없는 책이다.

사람과 더불어 살고 있고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면, 감정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그 감정의 섬세한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 감정의 장점,단점, 그리고 소중함, 해악..그 모든것을 통찰하는 눈을 가지는 것은 사람관계가 더 질적으로 발전하고 그로인해 더불어 사회를 보는눈,즉, 우리가 사회에 요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가진 감정을 혹여 숨기고 살아왔다면, 

그리고 그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이책은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로하는 책이될것이다.


아무리 좋은 책도 읽는사람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면 종이덩어리일뿐이다. 

감정없이 아니 감정을 숨키며 살아온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간절한 호소가 담긴 '감정수업'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저자의 '프롤로그'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한다.


감정을 죽이는 것, 혹은 감정을 누르는 것은 불행일수밖에  없다. 

살아있으면서 죽은척하는 것이 어떻게 행복이겠는가. 

그러니 다시 감정을 살려내야 한다. 

이것은 삶의 본능이자 삶의 의무이기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삶은 과거보다 더 팍팍해졌다. 

그만큼 우리에게  행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삶의 조건이 악화된 만큼.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억업하기 쉬우니깐. 

슬픔.비애, 질투 등의 감정도 우리에게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기에. 내일을 더 간절히 기다릴수있으니깐. 

내일은 행복한 감정에 젖을수도 있다는 설레는 마음.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계속 살아가고있는 힘이 아닐지. 


-강신주 '감정수업' 프롤로그에서 -

 




덧, 책에서는 철학자 '스피노자'가 정의한 감정들에 대해 하나씩 확인을 해주고 그에 대해 강신주가 소설을 소개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

'스피노자의 감정에 대한 정의'는 개인적으로 참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강신주의 설명은 팍팍 다가왔다.


'감정' 을 추상적으로 감정을 설명하는것, 혹은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을 해소시켜주는데 이책은 너무나도 좋다. 


책이 어렵지않다. 그것도 장점이다. 책을 읽고 여러사람들과 토론을하고 이야기를 해도 아주 재밌을 만한 책이다. 

물론, 자신에게 지난날, 혹은 최근 드리운 감정에 대해서도 돌아보면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