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만 챙겨먹는 먹버섯 당면볶음입니다.
먹버섯도 생소하고 당면볶음이라는 말도 조금은 생소할지도 모르겠어요.
먹버섯은 가을에만 먹을수 있는 자연산버섯입니다. 귀한 버섯이라 잘 만나기 힘든데, 요즘 지집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강원도에서 채취한 여러가지 식재료들을 간간히 팔고 있어서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파시는 분은 엄청 유명하고 귀한 버섯이라며 열변을 토하면서 파시고 계셨어요. 당연히 효능도 곁들여 알려주면서 어렵게 채취했다는 이야기까지 해주셨어요.
저야, 효능에는 딱히 관심이 없기때문에 낯설은 이버섯의 맛이 궁금해서 사왔습니다. 먹버섯. 이름도 어쩜 이렇게 잘 지었는지 몰라요. 정말 시커매요. 까만버섯이라고 하면 딱! 맞는 그런 버섯인데, 데치거나 국물요리에 넣으면 검은물이 나오니..먹버섯이라 부를만도 합니다.
식감은 쫄깃한 맛이 좋습니다. 향은 흠.. 약간 뭐랄까..화학약품냄새?라고 하면..이상하게 생각하시려나요?
제게는 그렇게 났어요. 파시는 분은 데쳐서 참기름장에 찍어먹으면 끝내준다고 하셨고, 잡채에 넣어먹으면 기가막히다고 하셨는데..저는 데치다가 냄새가 너무 별로여서.. 으응? 이상하다. 그러면서 데쳤어요. (너무 솔찍한겐지..제코가 이상한걸까요?)
이런 생각을 안하면 조금 그향이 덜하긴 해요. 아무튼, 데치면 그향은 90%가까이 제거되요.
저는 다행이다. 그러군 어떻게 먹을꼬 고민하기 시작했죠. 집에 여러가지 버섯이 있으문 버섯잡채(당면없는버섯으로만 만든)를 만들고 싶었으나, 딱히 사질 않아서 없고..집에 있는 야채들과 조합을 하지니 뭔가 부족한것 같구. 해서 간만에 당면 꺼내서 당면볶음에 곁들여서 후다닥 내놓았습니다.
당연히, 생김새는 우리들이 소위 알고 있는 '잡채'모양새이지요. 하지만, 이건 명확히 이야기하면 잡채라기보다는 '당면볶음'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음식으로 딴지걸기는 싫지만 통념처럼 굳어졌다고 해서 그 의미가 정확한 것은 아니거든요.
잡채는 숙채의 일종으로 여러가지채소를 볶거나 익혀서 겨자장이나 곁들임장을 만들어 섞어서 먹는것을 말해요. 이것이 본연의 잡채입니다.
당면은 말그래도 '중국면'이구요. 이건 1912년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일본인이 중국가서 배워 '당면공장'을 세우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당면이 들어간 잡채가 요리가 된건 일제시절 중국요리옥에서 만들었던 매뉴중 하나가 당면잡채였다고 하고 그것이 중일전쟁전후로 대대적인 폐업을 하면서 주춤하다가 해방이후에 여러음식점에서 주요메뉴로 다시 등장하면서 당면잡채가 일반화되었다고 해요. 이과정에서 일본장으로 양념하는 조리법까지 나오면서 당면잡채는 그야말로 '한중일'의 근대합작음식과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이해라고 판단합니다. (왜간장 공장이 대대적으로 세워졌던 시기였으니깐요.)
그러니, 당면이 들어간 잡채를 통칭 잡채로 부르면, 우리음식이 아니라 근현대 한중일합작음식이라고 해야 하는거고 우리나라사람이 현재 좋아하는 음식중 하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습니다. 온전한 '한식'이 되려면, 잡채의 뜻을 그대로 담은 여러가지채소로 어울어짐을 만들어내는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왜이리 까칠하게 음식을 고찰하냐구요? 음식도 역사의 산물이기때문에 어거지로 우리 것이라 말하면 안되고, 우리 것을 온전하게 잘 발전시켜나가야 하기때문에 옳은 인식을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나 현재 '한식'이라 떠들고 있는 음식들의 대부분은 일제시절 '요리옥'에서 만든 짬뽕식 음식이 많습니다. 이것을 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는것이 아니라 제대로, 있었던 그대로를 보는 눈을 가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때문입니다.
이부분을 외면하면, 점점 우리 '한식'은 외소화되고 정체성은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이야기가 먼곳까지 갔죠? ㅎ 우째뜬, 당면은 찬으로 내놓기보다는 끼니를 채우는 음식으로 자리잡으면 어떠한가 싶어요.
본연의 잡채는 찬으로서의 기가막힌 음식이지만 당면을 들어가면 '탄수화물'인 면이 가득인지라 이것만 먹어도 한끼가 거뜬하거든요. 저는 당면을 스파게티면처럼,혹은 국수면발처럼 생각해요. 볶음국수, 스파게티를 내놓았다고 생각하면 이건 끼니가 되잖아요.
근데, 우리들은 당면이 잔뜩 들어갔는데도..찬으로 먹으니..정말 걱정이여요. 거기다 밥에 잔뜩올려 먹잖아요? 이거 대단히 이상한건데..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질 않죠? 그죠? 당면은 말 그대로 '면'이여요. 중국면이요. 중국면에 야채곁들여 먹는것이니 끼니로 자리잡는것이 좋을듯 해요. 그대신 본연의 잡채를 우리 많이 개발하면 어때요? 계절별로 다양한 제철채소를 이용해서 만들면 근사하기까지 해요. 그래야 진짜 우리 한식의 제모습을 갖출수 있고 세계에 떳떳하게 우리음식으로 내놓을 수 있는거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잡채가 본연의 의미로 우리음식문화에서 자리잡길 바라면서, 당면이 들어간 것은 당면잡채, 혹은 당면볶음(볶았을경우에는)이라 부르는것이 좋을듯 싶어요.
이미 통념으로 굳어진것이라 쉽지는 않을 듯해요. 통념이라고 해서 마냥 고치지 못할 것은 아니거든요. 우리음식이 우리음식다워지고 우리음식의 정확한 의미가 담긴 이름으로 부르는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우격다짐하는 듯한 억지스러운 우리음식은 이제, 하나씩 교정하면서 먹을줄도 이름을 불러줄줄도 알아야 하지않을까요?
아무튼, 간만에 먹는 먹버섯 당면볶음은 정말 후루룩~ 후루룩~이네요.
제가 잡채에 당면을 잘 안넣는지라 그러하기도 하구요. 오랫만에 먹으니깐 그런가요 또?
유난히 쫄깃하고 부드러워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요즘 한창 재배버섯들도 맛있는 것들이 많으니깐 버섯 듬뿍넣고 당면볶음 만들면 든든한 한끼로 좋을듯 합니다.
먹버섯 당면볶음
재료: 먹버섯크게 한줌반, 자른당면크게 한줌, 양파1개, 토종고추1개, 홍고추1개
먹버섯 밑간: 국간장1큰술, 참기름1큰술
양념: 물 반컵,양조간장4큰술, 비정제설탕3큰술, 참기름2큰술 , 다진마늘약간
먹버섯 당면볶음은요,
먹버섯을 끓는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밑간을 해주고요. (다른 버섯일경우에도 데쳐서 밑간해 준비합니다.) 간단하게 곁들일 야채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주요한 당면은 먼저 투명해질때까지 삶아줍니다. (팔팔 끓는물에서 5-10분 정도.)
투명하게 삶아진 당면은 채반에 붓고 찬물로 씻어주고 물기를 살짝 빼줍니다.
팬에 씻은당면을 담고 물반컵을 붓고간장과 단맛양념, 참기름을 넣고 조려주듯이 볶아냅니다.
이렇게하면 당면이 쫀득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좋아집니다. 또, 식어도 불지않고 식감 그대로라서 아주 맛있습니다.
당면을 삶는동안, 곁들일 야채는 살짝 볶아주면 좋아요. 마지막에 당면과 함께 볶을 것이라 단단한 야채는 미리 볶아놔두시고요. 살짝 볶아도 되는 야채들은 당면이 어느정도 양념에 조려지면 마지막단계에 넣고 휘리릭 섞어주면 됩니다.
간은 마지막단계에 마무리를 하면서 다시 한번 잡아주면 됩니다.
자, 먹버섯 한번 구경하시죠? 진짜 까맣죠?ㅎㅎㅎ
향은 버섯에서 만날수있는 익숙한 향은 아니여요. 일부러 코를 갖다대고 맞지않으시면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으실껩니다.
딱히, 호감가는 향은 아니여요. 우째뜬 항암효과에 뛰어나다는 효능에 엄청 유명한 버섯이기는 해요. 강원도 어느 산에서 캐왔다네요. 가격은 조금 비쌌어요. 개인적으로 맛이 너무 궁금해서 사왔습니다. 멀리서 보면 목이버섯인가..도 싶은데 가까이서 보니 보통 먹는 재배 느타리버섯 생김새에 색깔만 아주 까맣다고 보시면 될듯해요.( 생목이버섯은 '융'이라는 천같은 느낌이거든요. )
아무리 봐도 참 희한하죠? 저도 우찌 이런색깔이 나오는겐지..놀라울뿐이여요.
자연산 버섯은 뿌리부분이 대단히지져분한데, 판매하시는 분이 계속 파시면서 손질하신 탓인지 상당히 깨끗한 편이였어요.그래서 특별한 손질없이 팔팔 끓는물에 소금약간 넣고 데쳤습니다. 찬물에 헹궈서 채반에서 물기를 빼주었습니다. (데치고 나니깐 향은 말끔히 사라졌어요. 먹을때 살짝 은은하게 나네요.)
* 파시는분이 데친물도 버리지말고 세수하면 피부 고와진다고 혀서 데친물로 얼굴 씻었네요.ㅎ
손으로 쥐어서 물기를 꽉 짜줍니다.
양조간장1큰술, 참기름1큰술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 밑간해둡니다.
먹버섯만 들어가기에는 너무색감이 어두울듯해서 양파작은것 1개정도를 채썰었습니다.
그리고 팬에서 소금약간 두르고 볶아 덜어놓습니다.
당면은 '자른당면'이라서 손으로 크게 쥐어 한아름되게 잡았어요.
팔팔 끓는물에 넣고 삶아줍니다.
투명한 색이 되고 잘 익었다는 판단이 들면 냄비째 들어 채반받치고 휙~ 부어놓습니다.
센불에서 5-10분 사이인듯해요.
채반에 받친 그대로 흐르는 물에 헹궈줍니다. 탱글탱글합니다.
물기는 살짝만 빼주고 바로 팬에 붓고 불을 켭니다. 물1/2컵을 붓습니다.
그리고 양조간장4큰술과 비정제설탕3큰술을 넣습니다.
양념을 넣을때마다 잘 뒤섞어줍니다. 간은 조려지는 과정에서 조정하구요.
마지막 곁들이는 채소를 넣은후에 한번더 간을 보세요!
참기름2큰술도 넣습니다. 잘 섞어주고 당면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날때까지 조려줍니다.
이때! 불은 중약불로 놓고 볶습니다.
타닥타닥 당면의 밑간이 잘 들었으면, 밑간한 먹버섯을 넣고 휘리릭 섞어줍니다.
그리고 볶아놓았던 양파도 넣고 휘리릭 섞어줍니다.
그래도 색감이 부족한듯하여, 홍고추와 청고추 급하게 썰어서 휘리릭 넣고 볶았습니다.
다진마늘 1/2작은술도 넣습니다.
전체적인 간을 보고 통깨, 후추약간 넣고 마무리~~
자~
접시에 담습니다.
아무리봐도 잡채죠?ㅎㅎㅎ '당면잡채'라고 불러주세요. 아님, 당면을 볶았으니깐 '당면볶음'이 더 어울리는 정확한 이름같아요.
당면은 이름에서도 알수있듯이 중국면이여요. 중국면에 볶은야채넣고 휘리릭 볶거나 섞어준것이니 '우리식 잡채'와는 다른 것입니다. 워낙 굳어지고 특별한날 맛있게 챙겨먹는 음식인지라 '음식이름'도 완전 고정이 되었구 급기야는 한식의 대표메뉴라고 까지 하는데.. 그건 너무 우기는 거같아요. 우리에게는 세계에 내놓아도 모자람없는 우리음식이 많아요. 굳이 우기면서까지 우리음식이라고 한식이라고 하는건 아닌것 같아요. 근현대 한중일합작음식이여요. 당면잡채는. 우리, 그렇게 인정하는것이 더 멋진거여요.
낯설은 먹버섯을 당면과 함께 볶으니 엄청 맛있구만요. 당면이 너무 맛있게 만들어져서 더 맛있게 후루룩~~먹었습니다.
자꾸 땡기고 젓가락이 멈추지 못하는 맛이여요. 아무리 생각하도 당면볶음은 찬이 아닌데..왜? 우린 찬으로 먹을까요? 스파게티처럼 면을 삶아 볶아준것이잖아요. 아님. 면을 삶아서 각각 볶은야채를 섞든가요. 우째뜬 면과 함께 요리한것인데.. 요거이 우째..찬이 되었는지.. 너무 궁금치 않아요? 요리도, 음식도 버릇이 되면. 고치기 참 힘들구나.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ㅎ
우리가 오늘날 즐겨먹는 '한식메뉴'에는 당면잡채와 같은 정체불명의 요리들이 꽤나 있어요. 당당하게 한식이라 불리우지만 아닌것도 참 많아요. 이런걸 배울때마다 저는 생각해요. '자기머리'로 생각하고 요리하고 음식을 대해야 한다고요.
조금만 생각하면 '면 이름'에서도 이것이 다른나라 것이라는 걸..우리 금새 알잖아요?
우리, 자기머리로 생각하면서 '한식'을 대해보고, 무엇이 진정한 '한식'인지, 그리고 정말 한식을 먹고 있는건지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닌건 이름도 고쳐부르고 그 고친이름으로 사랑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야튼, 당면잡채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불러주고 당면잡채는 당면잡채대로 사랑해주고, 우리 본연의 '잡채'는 잡채답게 제철채소와야채들을 한껏 곁들여서 한식의 자랑스런 '잡채'로 더 빛내면 되는 거여요.
음식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면 음식하는 우리들 몫이 더 커지고 책임감도 높아져요.
내가 하는 음식 별거 아니지만, 한정식집에서만 만나는 '이름만 한식'이 아니라 '가정집'에서 일상에서 즐기는 '진정한 한식'이 되게 하는 일은 만들어먹는 우리들 손에 달렸어요. 우리, 관성으로 음식을 만들고 대하는 태도를 조금만 바꿔봐요. 그러면, 요리하는 것이 더 즐거워질 거여요.
'자기머리로 생각하고, 자기머리로 세상을 보고, 자기머리로 삶을 살아가는 건' 지금시대에 우리에게 절박한 거 같아요. 뒤죽박죽 되어버린 세상살이에서 '진실'을 만나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같아요.
요리도 세상살이와 다르지않아요. 우리, 조금만 자기머리로 요리하고 먹으면서 밥상을 채워가면 좋을것 같아요.
<더보기> 가을식재료를 정돈하고 있어요.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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